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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취미

우리가 완전히 잘못 알고 있었던 커피 상식을 바로 잡아 드리겠습니다.

커핑포스트2025.12.15
목차 📚

📌 먼치 POINT

커피 가공 방식의 복잡성과 진화

- 기존 '워시드', '내추럴' 분류만으로는 커피 맛 예측이 불가능해짐

- 같은 가공 이름이라도 농장마다 실제 방식은 완전히 다름

- 수확 시기별 체리 분리, 익은 정도 선별 등 세부 과정이 맛에 결정적 영향

건조 방식의 혁신과 환경 통제

- 파티오 → 아프리칸 베드 → 다크룸 드라이 → 콜드룸 드라이로 진화

- 콜드룸 드라이는 20일 건조를 40-50일로 연장하여 깨끗하고 농축된 맛 구현

- 베스트 오브 파나마 1위(1kg 4,200만원) 커피도 콜드룸 드라이 적용

가공 프로파일링 시대의 도래

- 온도, 시간, 수분율 조합이 커피 맛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

- 로스팅 프로파일링처럼 가공 프로파일링이 하이엔드 커피의 새로운 기준

- 기존 가공 분류 기반 추출법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을 전망


커피 가공 방식, 완전히 새롭게 이해해야 할 때

요즘 조금 이상한 커피들을 맛본 적이 있으신가요? 분명 '워시드'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내추럴' 같은 과일 맛들이 풍부하게 나오고, '내추럴' 커피라고 분명히 표기되어 있는데 과일향 없이 꽃향만 나오거나 너무 깨끗한 커피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단순히 가공의 이름만으로는 커피의 맛을 예측하는 것이 무의미해졌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가공 방식이 정교해졌기 때문입니다. 정교해졌으면 워시드는 더 워시드답고, 내추럴은 더 내추럴다워야 하는데 왜 이상한 커피들이 나오기 시작했을까요?

사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기보다는 추상적인 가공의 이름만 보고 커피를 판단해 왔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20여 개의 농장들을 방문하고 그들이 하는 가공 방식들을 직접 보게 되니, 농장들마다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가공 방식도 너무 달랐습니다.


내추럴 가공, 생각보다 복잡한 과정

기본 구조와 숨겨진 변수들

내추럴 가공을 어떻게 하는지 알고 계신가요? 우리가 아는 구조 내에서 간단히 살펴보면, 커피 나무에서 체리를 수확하고, 수확한 체리를 물에 넣어서 선별한 다음, 커피를 말리면 됩니다. 사실 굉장히 간단해 보이죠.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많은 변수들이 존재합니다. 가공을 조금 더 잘하고 싶어 하는 농장들은 커피 체리를 수확할 때도 단순히 모든 체리를 수확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지점까지 익은 커피 체리만을 수확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1월, 2월, 3월, 4월 수확하는 시기별로 체리들을 나누어서 관리하기도 합니다.

수확과 선별이 맛에 미치는 영향

만약 커피 체리를 수확할 때 조금 덜 익은 체리들이 들어가면 어떤 맛이 될까요? 다소 떫은맛이 나오거나 조금 밋밋한 맛이 나올 수 있습니다. 물에 넣지 않고 선별을 하지 않는다면 커피 맛이 또 어떻게 될까요? 이때도 커피가 더 밋밋해질 수 있습니다. 눈에 보기로는 다 익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덜 익은 체리들이 꽤 있기 때문입니다.


건조 방식의 진화, 맛을 결정하는 핵심

파티오에서 콜드룸까지

이제 커피를 건조해야 합니다. 사실 그냥 커피를 말린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안에 정말 많은 디테일들이 숨어 있습니다. 건조하는 방식들을 구분해보면, 첫 번째로 가장 많이 하는 방식이 파티오에서 말리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시멘트 바닥에서 커피 체리들을 깔아 놓고 말리는 방식인데, 아무리 잘 섞어 주고 저어 줘도 땅과 맞닿아 있는 체리면은 수분이 더 높을 수 있어, 자연스럽게 커피는 기존 품종의 느낌을 조금은 잃어갈 수 있습니다.

조금 더 발전된 방식이 아프리칸 베드입니다. 커피 체리를 아래쪽이 망으로 되어 있는 곳에 올려서 말리는 방식인데, 공기가 순환되기 때문에 파티오에서 말리는 것보다는 조금 더 커피 체리가 균일하게 마르게 됩니다.

환경 통제의 중요성

비가 오거나 습한 환경이라면 아프리칸 베드조차도 커피를 말리기 쉽지 않습니다. 에티오피아처럼 대체로 선선하고 건조한 기후라면 이런 식으로만 해도 커피가 너무 잘 말려지지만, 콜롬비아나 온두라스 특정 지역처럼 습도가 높거나 안개가 많이 끼면 커피가 잘 마르지 않고 때로는 썩어 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가공 방식이 '다크룸 드라이'입니다. 다크룸 드라이는 어두운 곳에 꼭 말린다는 개념보다는 환경을 통제하는 개념이 더 큽니다. 햇볕이 들지 않는 어두운 방에 커피 체리들을 진열해 두고 말리는 방식인데, 그 내부에는 서큘레이터나 선풍기를 틀어주고, 제습기를 넣어서 건조를 더 돕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콜드룸 드라이의 혁신

작년부터 하이엔드 커피에 적용되고 있는 가공 방식이 바로 '콜드룸 드라이'입니다. 올해 1kg에 4,200만 원, 98점을 받은 베스트 오브 파나마 1위 커피도 콜드룸 드라이를 했습니다. 콜드룸 드라이는 완전히 다른 단계를 보여주는 가공으로, 때로는 한계점을 돌파하기도 하는 신비로운 가공입니다.

일반적인 다크룸에서 말리면 20일이면 다 말라질 커피 체리가 콜드룸으로 들어가게 되면 40일, 50일 동안 잘 안 말려지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그 온도에서 활성화되는 박테리아가 있을 수도 있고, 커피에 있는 과육의 느낌들이 과발효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깨끗하고 농축된 느낌으로 커피에 스며들게 되는 효과도 있는 것 같습니다.


가공 프로파일링의 시대

온도, 시간, 수분율의 조합

단순히 내추럴 가공을 하면 과일향이 난다, 워시드 가공을 하면 꽃향이나 품종 특성을 잘 드러낸다는 것이 아닙니다. 워시드, 내추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공할 때 온도와 시간, 그리고 어떤 단계에 있는가, 수분율이 어떤 것인가, 이 세 가지의 조합이 커피의 맛을 결정하게 됩니다. 마치 로스팅 프로파일링처럼 말입니다.

이제 하이엔드 커피로 갈수록 가공 프로파일링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워시드 커피라도 뜨거운 온도에서 커피가 발효되고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었다면, 마지막에 커피를 씻어내더라도 발효된 향이 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추럴 커피인데 수확되자마자 차가운 온도에서 짧은 시간 동안 건조가 마무리되었다면, 그 커피는 깨끗한 꽃향이 날 수도 있습니다.

수분율 단계별 영향

커피의 수분율이 체리 상태일 때는 거의 100%에 가깝고, 가공이 다 마무리될 때는 10%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 단계 상에서 어느 정도의 시간을 투자했는지, 그 지점에서 온도가 얼마였는지, 그 프로파일이 어떻게 보면 커피 맛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커피를 수확하고 수분이 꽤 많은 상태에서 온도가 높다면, 김치가 발효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커피도 발효를 더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 온도라는 것은 발효된 향 및 발효향, 과일향들과 연관이 있겠죠. 하지만 만약 온도가 낮은 상태로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발효가 되었다면, 이것은 바디와 로스팅, 추출과 더 연관이 있을 수 있습니다.

현실적 한계와 딜레마

한 가지 난관이 있다면 이것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커피 생산자들에게 이 모든 정보들을 얻어내는 것이 사실 쉽지 않습니다. 첫 번째로는 생산자들이 이것을 모두 기록해 두지 않는 경우도 있고, 두 번째로는 때로는 이것을 물어보는 것이 약간은 실례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로스터리에 가서 로스팅 프로파일을 보여 달라고 하는 것과 비슷할 수 있거든요. 우리가 때로는 생산자들에게 굉장히 많은 것들을 너무 쉽게 요청한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이것은 굉장히 큰 딜레마이기도 합니다. 그들의 레시피를 빼앗아 오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딜레마 속에서 우리는 발전을 계속해야 합니다.


맺으며: 커피 가공의 새로운 패러다임

단순히 내추럴, 워시드, 무산소 발효 그 이상의 무언가를 이제 이해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이름의 가공이라도 가공 프로파일링은 완전히 다를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단순히 내추럴이라서 1차 팝이 더 늦게 온다거나, 내추럴 커피라서 물 빠짐이 더 빠르다는 식의 해석이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커피 가공의 이해에 있어 새로운 프레임이 필요한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Created by 커핑포스트
CC BY 라이선스 | 교정 SENTENCIFY | 에디터 김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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