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요괴: 일본의 민속 설화에 등장하는 악귀, 오니 이야기
📌 먼치 POINT
일본 오니의 특징과 상징
오니는 뿔 달린 거대한 요괴로, 철 곤봉 '가나보'를 들고 다니며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무서운 존재다.
남성 오니 외에도 ‘야마우바’라는 여성 오니가 존재하며, 사람을 속여 잡아먹는 설화들이 다수 존재한다.
대표적인 오니 ‘슈텐도지’는 무사 미나모토노 요리미쓰에 의해 퇴치되며, 그 전설은 국보급 명검 ‘도지길’로도 이어진다.
오니의 기원과 전승
오니는 저승의 신 이자나미에게서 태어났다는 설화가 있으며, 본래는 피해를 주지 않는 숨은 존재로 시작되었다.
불교·힌두교의 ‘야차’와 ‘라크샤사’의 영향을 받아 점차 악귀적 이미지로 고착되었다.
다양한 전통 설화에 등장하며, ‘모모타로’와 ‘크로즈카’ 이야기처럼 정의와 악의 대결 구조에 자주 활용되었다.
오니와 도깨비의 혼동과 차이
일제강점기 번역 과정에서 오니를 ‘도깨비’로 옮기면서 이미지 혼동이 시작되었다.
한국 도깨비는 장난기 많고 친근한 존재로, 일본의 오니와는 성격과 외모 모두 다르다.
최근에는 오니를 도깨비로 번역하기보다, ‘악귀’ 혹은 ‘오니’ 자체로 표기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오니와 도깨비, 혼동되는 이미지

거대한 몸과 뿔이 돋아 있는 머리, 그리고 짐승 가죽을 몸에 두른 채 방망이를 휘두르는 요괴. 이런 묘사를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친숙한 도깨비를 떠올릴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 이러한 묘사는 한국의 요괴 도깨비가 아닌 일본의 요괴인 오니를 표현한 것입니다. 어쩌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도깨비의 이미지가 이렇게 굳어버리게 된 점도 있습니다.
오니의 외모적 특징
오니는 일본 설화에 나오는 거대한 요괴 혹은 악귀입니다. 외모를 살펴보면 머리에 한 개 이상의 뿔이 자라며 아주 큰 치아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특히 피부의 색 또한 여러 가지로, 빨간색, 파란색, 검은색, 노란색 피부로 묘사되며 보통은 짐승의 가죽을 두르고 있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발톱은 마치 짐승의 것과 같이 날카롭다고 합니다.
이렇게 몸 자체가 무시무시한데도 불구하고 이들은 따로 무기를 휴대하고 다닙니다. 카나보 혹은 가나보라고 불리는 철로 된 곤봉이 바로 그것입니다. 실제로 일본에서 사용했던 무기였는데, 양손으로 드는 무기이지만 오니들은 워낙 거대하다 보니 보통은 한손으로 잡고 휘두르는 것으로 표현됩니다. 그래서 일본의 속담 중에는 "오니에게 가나보를 주는 것과 같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는 이미 강한 사람이 더욱 강해진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오니의 종류와 대표적 인물들
특이하게도 오니는 남성과 여성으로 분류됩니다. 여성 오니는 야마우바 또는 야만바라고 불렸습니다. 이 야마우바는 보통 인심 좋은 노파의 모습으로 나타나서 산속 여행자들에게 친절하게 숙소와 먹을 것을 제공하고, 이 여행자들이 잠에 들면 그들을 잡아먹었다고 합니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깊은 산속의 마녀 같은 이미지였고 여러 전설과 설화 등에 자주 등장했습니다.
이런 설정은 남성 오니 역시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오니는 사람을 속일 수 있도록 외모를 바꿀 수 있었는데, 이렇게 자신의 외모를 바꿔서 사람을 유혹한 다음 한 입에 사람을 잡아먹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니는 보통 아주 무서운 악귀 혹은 사람을 잡아먹는 악귀 등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이런 오니들의 우두머리와 대장으로 전해지는 이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흔히 슈텐 도지라고 불리는 오니입니다. 한자로는 주탄동자, 주전 동자 등으로 불립니다. 이름의 뜻은 술 마시는 동자로서 이름의 뜻대로 술 마시는 것이 취미인 요괴라고 합니다. 전설에 따르면 오예산에 거주했다고 하며 수많은 오니를 자신의 휘하에 둔 우두머리였다고 합니다. 사람들에게 아주 큰 피해를 입히고 다녔다고 합니다.
이런 슈텐도지는 헤이안 시대의 유명한 무사였던 미나모토노 요리미스에 의해 처치되었습니다. 이 미나모토노가 슈텐도지를 처치할 때 썼던 그의 검이 실제로 지금까지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바로 도지길이라는 이름의 명검으로, 일본의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상태이며 다섯 자루의 명검을 뜻하는 천하오검 중에 하나라고 합니다.
오니의 기원

오니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건국 설화와 관련된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일본 건국설화의 신 이자나기와 이자나미는 많은 자녀를 두었는데, 이자나미가 한 자녀를 출산하다가 큰 피해를 입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화신 카구츠치였습니다. 이 카구츠치를 낳던 이자나미가 화상을 입고 숨지게 되어 결국 저승으로 가게 됩니다.
이 저승은 요미 혹은 요미노쿤이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나중에 이자나미는 이 저승을 관장하는 사신이 되었다고 하는데, 원래 생명과 창조의 신이기도 했던 그녀는 저승에서도 또 다른 생명을 창조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 최초의 오니였다는 기원설 역시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오니의 어원과 의미 변화
오니는 한자로 귀신 귀자를 씁니다. 원래는 오니가 아닌 모노라고 읽었다고 전해집니다. 10세기경 일본에서 쓰여진 사전이었던 와묘 루이주쇼에는 오니의 어원을 오누의 변형이라 설명했습니다. 이 오누는 '숨기다'를 뜻하는 단어라고 하는데, 오니가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이 오누란 단어가 변형되어 오니가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사실 초기의 오니는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존재였지만 대신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는 존재 역시 아니었습니다. 중국의 악귀, 불교의 야차 등과 결합하여 오니의 의미 역시 이런 악귀의 모습으로 변화되었다고도 합니다. 헤이안 시대로 불렸던 일본의 당대 사회 분위기가 굉장히 어두웠던 점도 한몫을 했다고 합니다.
오니는 힌두교 불교의 영향을 받았다는 설도 있습니다. 바로 힌두교와 불교 전설에 나오는 존재들인 야크샤와 라크샤사의 영향을 받았다고도 합니다. 특히 라크샤사는 사악한 존재로 자주 묘사가 되는데, 사람을 잡아먹는 오니의 설정 역시도 이 라크샤사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갱생되지 못한 가장 악한 영혼을 가진 자들이 사후 세계에서 오니가 된다는 기원도 있습니다.
오니가 등장하는 전통 설화들

오니가 등장하는 여러 설화들이 전해져 옵니다. 헤이안 시대 초기의 설화집에는 '아쿠타가와의 계단'이라는 제목의 설화가 있습니다. 신분 차이로 인해 맺어질 수 없던 남녀가 결국 어느 날 도망을 치기로 결심하게 되었는데, 늦은 밤 천둥번개가 치고 날이 무척 좋지 않게 되자 남자는 여자를 어느 지하실에 숨기고 보초를 섭니다. 새벽이 되어 지하실의 문을 열어보니 여자가 사라졌는데, 사실 이 지하실은 오니가 살던 곳이었고 여자는 오니에게 한 입에 집어 삼켜졌다는 내용의 설화입니다.
이렇게 오니가 사람을 한 입에 잡아먹는 것을 일본어로 '오니 히토쿠치'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보통 설화 속에서는 오니가 사람을 잡아먹을 때 이렇게 한입에 삼켜버린다는 묘사가 자주 등장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당시 옛 일본 사회가 혼란스러웠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전쟁과 재해, 기근 등으로 사람들이 숨지는 일이 빈번하여 멀쩡하게 지내던 사람이 갑자기 사라진다든가 하는 일이 바로 오니가 인간을 잡아간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복숭아 동자 모모타로 이야기에서도 오니가 등장합니다. 어느 마을에 아이를 갖지 못한 노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시냇물에 떠내려온 거대한 복숭아를 발견합니다. 집에 가서 이 복숭아를 쪼개어 보니 그 안에 복숭아를 닮은 통통하고 귀여운 사내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부는 이 아이의 이름을 복숭아에서 나온 아이 모모타로라고 짓고 정성스레 키웠습니다.
무럭무럭 자라서 멋진 청년이 된 모모타로가 살던 마을의 바다 건너에는 아주 무시무시한 섬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오니가시마라고 불리는 섬이었는데, 이름대로 사악한 오니들이 지내면서 여기저기를 습격하여 사람을 해치고 먹을 것을 뺏어가는 악행을 저질렀습니다. 이런 오니가시마의 이야기를 들은 모모타로는 자신이 오니들의 버릇을 고쳐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처음에는 말렸지만 아들의 결심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결국 노부부는 모모타로에게 갑옷과 무기를 주고 가는 동안 배고프지 않도록 수수경단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모모타로는 가는 동안 여러 동물을 만났는데, 개, 원숭이, 꿩에게 수수 경단을 주고 동료로 삼았습니다. 모모타로는 이 동료들과 함께 오니가시마에 도착해서 오니들을 혼내주고 우두머리를 처치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보물을 다시 집으로 가져와서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다는 내용입니다.
여성 오니 크로즈카 설화
여성 오니가 등장하는 설화도 존재합니다. 바로 크로즈카라는 이름의 설화인데, 이 설화에는 도코보 유케이라는 이름의 승려가 등장합니다. 유케이는 일본의 아다치가하라 지역을 여행하던 중 늦은 밤 산속에서 어느 노파의 집에 묵게 되었습니다. 이 노파는 먹을 것도 주고 매우 친절한 사람이었지만 유케이에게 한 가지 경고를 남겼습니다. 바로 안쪽 방은 절대 열어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전설들이 늘 그렇듯이 등장 인물들은 하지 말라면 더 하게 됩니다. 안쪽 방에서 심한 악취가 풍겨나왔기 때문에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문을 열어본 승려 유케이는 그 안에 쌓여 있는 인간의 해골 더미를 보게 됩니다. 사람 좋아 보이던 이 노파의 정체는 숲의 마녀 바로 오니바바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오니였던 것입니다.
유케이는 서둘러 도망치고 말았는데, 이걸 눈치챈 오니바바가 그를 뒤쫓아갔습니다. 거의 붙잡힐 뻔한 유케이는 품속에서 불경을 꺼내어 오니바바를 향해 경을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어디선가 화살이 날아와 오니바바를 공격했고, 화살에 맞은 오니바바는 결국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해가 뜬 뒤 유케이는 정신을 차리고 오니바바의 시신을 잘 묻어준 뒤 다시 길을 떠났다는 내용입니다.
현대 문화 속의 오니

보통 오니는 이렇게 설화 등에서 무서운 존재 혹은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로 자주 등장하지만, 오히려 오니가 행운을 가져다주는 존재로 받아들여져 사람들이 오니를 친근하게 여기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일본 도토리현의 하쿠요촌 같은 곳에서는 아예 이렇게 오니를 마을의 심볼로 삼기도 했습니다. 또 오니코랜드라는 이름의 공원을 지어놓기도 했으며, 해당 지역에서 판매 중인 특산품 중에는 단팥과 호두를 넣은 과자 오니 모나카가 있다고도 합니다. 과자의 겉은 오니의 모습을 본 따서 만들어져 있습니다.
일본에는 2월 3일 전후로 열리는 풍습이 있습니다. 바로 세츠분 혹은 세츠분이라는 이름의 풍습인데, 한자로는 절분이라고 합니다. 이날 밤에는 "오니는 물러가고 복은 들어와라" 하고 외친 후에 오니를 쫓아내기 위해 콩을 뿌립니다. 오니가 밤새도록 집 밖에 뿌려진 콩을 세어보다가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되는 원리라고 합니다.
이 풍습에도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전해집니다. 어느 나이 든 사람이 콩을 뿌릴 때 말의 순서를 헷갈린 바람에 "오니는 물러가고 복은 들어와라"를 반대로 말해서 "오니는 들어오고 복은 물러가라" 하고 말하자 정말로 그날 오니들이 그 사람의 집에 들어가 한바탕 재미있게 놀고 "다른 집에서는 요괴를 내쫓는데 너는 오니를 받아줬다"면서 그 보답으로 금은보화를 두고 갔다는 설화도 전해집니다.
한국 도깨비와의 구별

이 일본의 오니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도깨비로 번역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보통 일제 강점기를 거쳐 근현대 시대를 거쳐오면서 일본의 서적 등에 적혀진 오니를 대체할 단어가 없자 그 대안으로 내놓은 단어인 도깨비가 번역에 자주 등장했고, 이로 인해 언제부턴가 한국의 도깨비에 관한 이미지가 일본의 오니 이미지에 잠식당하게 되었다는 견해가 많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도깨비를 최초로 묘사했다고 전해지는 귀화전도라는 제목의 민화가 있습니다. 추사 김정희의 제자로 유명한 화가 소치 허련이 그렸다고 합니다. 그림 가운데 부분에 횃불을 들고 있는 형체인데, 우리가 아는 오니 이미지가 씌워진 묘사와는 다르게 흐릿한 형태를 띠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원래 정해진 형태가 딱히 없는 존재이지만 장난기 많은 아이나 청년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과격하고 무서운 일본의 오니와는 상당히 다른 묘사입니다. 이런 점을 반영해 최근에는 오니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 도깨비보다는 유령이나 악귀, 마귀 등으로 번역하며 아니면 아예 오니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합니다. 한국의 도깨비 입장에선 이미지가 바뀐 게 많이 억울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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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 BY 라이선스 | 교정 SENTENCIFY | 에디터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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