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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문화/예술

사이비 종교 교주가 빌보드 차트 1위?! - 고스트 Ghost & 슬립 토큰 Sleep Token 이야기

뮤직메카2025.06.23
목차 📚

📌 먼치 POINT

1. 메탈의 귀환, 빌보드 정상에 서다

2025년 고스트와 슬립 토큰이 잇달아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하며 메탈 음악의 존재감을 되살렸다. 이는 2020년 AC/DC 이후 4년 만에 메탈 밴드가 정상을 차지한 사건으로, 장르 부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슬립 토큰은 메탈 밴드로서는 드물게 빌보드 핫 100에도 이름을 올리며 더욱 주목을 받았다.

2. 국내외에서의 메탈 씬 현주소

국내에서는 밴드 붐에도 불구하고 헤비니스는 여전히 외면받고 있으며, 이미지 고착과 폐쇄성이 주요 원인이다. 반면 유럽은 여전히 메탈의 본산이며, 메탈리카, 슬립낫 등 전설적 밴드는 글로벌한 인기를 유지 중이다. 다만 Y2K 무드와 더불어 세련된 모던 헤비니스 시도가 국내 밴드들 사이에서도 조금씩 시작되고 있다.

3. 컨셉과 음악성으로 새 길을 연 두 밴드

고스트는 사타닉 컨셉과 연극적 무대로 클래식 메탈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며 대중적 인기를 확보했다. 슬립 토큰은 익명성과 세계관, 장르 파괴적 음악을 무기로 Z세대와 새로운 팬덤을 형성해냈다. 두 밴드 모두 고유한 스토리텔링과 비주얼로 ‘듣는 음악’을 ‘경험하는 음악’으로 확장하고 있다.


들어가며

2025년 5월 10일 빌보드 차트에 놀라운 일이 펼쳐졌습니다. 스웨덴의 메탈밴드 고스트(Ghost)의 여섯 번째 앨범 『Skeletá』가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한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2주 뒤에는 영국의 메탈 밴드 슬립 토큰(Sleep Token)의 네 번째 앨범 『Even in Arcadia』가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했습니다.

요 몇 년 동안은 팝, 힙합, R&B, 컨트리 등의 음악들이 빌보드 차트의 강세였고, 헤비니스 밴드들이 이렇게 빌보드 200 1위에 오른 것은 정말 오랜만입니다. 하드록 메탈 계열의 밴드가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한 것은 2020년 AC/DC의 『Power Up』 이후 4년 만의 일입니다. 그렇다면 고스트와 슬립 토큰이 빌보드 200 1위를 한 것을 시작으로 메탈 붐이 다시 올 수 있을까요? 

현재 국내 메탈 음악계의 상황

국내에서 페스티벌을 중심으로 여러 밴드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밴드 붐이 한창 불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드록/ 헤비메탈도 엄연한 밴드 음악인데 아쉽게도 밴드 붐은 이쪽과 전혀 상관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서정적이고 색다른 사운드를 원하는 Z세대들에게 하드록 헤비메탈 음악은 그저 너무 세고 촌스러운 음악으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미지의 고착화, 헤비니스 씬의 슈퍼스타의 부재와 팬들의 고령화, 매니아들만의 폐쇄적인 성향들 때문에 자기들만의 리그가 되었고 국내에서는 헤비니스 음악들이 대중적으로 그렇게 큰 인기를 끌지 못합니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도 Y2K와 엑스네이어리, 히어로즈 같은 팬층이 많은 메이저 밴드들이 모던 헤비니스를 담은 음악을 시도하면서 세련되게 메탈 음악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들을 시작으로 과연 국내에도 메탈 붐이 올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메탈 음악의 글로벌 현황

하드록 헤비메탈의 진가를 아시는 분은 아실 것입니다. 정말 인간의 원초적 쾌감을 제대로 표현하고 즐길 수 있는 음악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영미권뿐만 아니라 서구권에서 헤비니스 음악은 예전보다는 한풀 꺾였지만 뉴메탈, 메탈코어, 데스코어, 젠트 등이 나타나 메탈의 흐름을 이어가면서 장르 음악으로서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예전보다 더욱 빡세게 혹은 다양한 장르를 받아들이면서 더 대중적으로 발전해 왔고 큰 인기는 아니지만 여전히 글로벌하게 꾸준하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90년대 초 얼터너티브 록이 등장하면서 메탈 음악의 인기가 한풀 죽기도 했고, 2000년대부터 힙합과 EDM이 인기가 너무 많은 나머지 젊은이들은 자극적인 음악을 찾을 때 레이브나 덥스텝, 하드 스타일 등의 다른 결의 자극적이고 빡센 음악을 찾기 시작하면서 메탈 음악은 이제 젊은 세대들의 음악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헤비니스 음악은 꾸준히 수요가 있었습니다.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독일 등의 유럽 국가는 알아주는 메탈의 성지로 알려져 있는 국가이고, 메탈리카와 슬립낫 등의 공룡 밴드들은 아직도 전 세계에 공연만 하면 매진될 정도로 현재에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과거 몇몇 곡들은 Z세대들을 중심으로 틱톡 등에 바이럴 되면서 헤비니스 음악은 어느 정도 수요가 있는 음악입니다.


컨셉과 익명성으로 승부하는 두 밴드

이런 상황 속에 2025년 고스트와 슬립 토큰 같은 신진 메탈 밴드들이 최근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한 것은 하드록 메탈신의 꽤나 고무적인 일입니다. 고스트와 슬립 토큰은 콥스페인팅을 하거나 가면을 쓰는 비주얼 컨셉이 상당히 유사한 밴드들입니다. 그렇습니다. 두 밴드 모두 지독한 컨셉충입니다.

고스트: 클래식 메탈의 현대적 재해석

일단 고스트는 머시풀 페이트, 킹 다이아몬드, 블루 오이스터 컬트 등을 연상시키게 하는 사탄을 숭배하는 컨셉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밴드 고스트의 프론트맨은 사탄교의 교황이라는 컨셉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이미지와 퍼포먼스는 진지한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유머러스한 풍자입니다. 우리는 전투적인 의도나 선정 목적이 전혀 없어요. 단지 엔터테인먼트 그룹일 뿐이에요."

고스트는 이런 사타닉 컨셉으로 총 6장의 정규 앨범을 냈는데 보컬이 무려 5번이나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것도 토비아스 포지(Tobias Forge)라는 한 명의 사람이 앨범마다 캐릭터를 바꿔서 연기를 한 것입니다. 사탄교를 전파하지 못해서 잘렸다, 살해당해서 죽었다, 너무 늙어서 죽었다 등의 이유로 사탄교 교황이 계속 바뀌었다는 스토리텔링으로 제대로 된 컨셉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나머지 멤버들은 개인의 색을 없애 예술 자체에 집중시킨다는 이유로 철저한 익명성을 바탕으로 활동했습니다. 사탄을 숭배하는 네임리스 구울(Nameless Ghouls)이라는 컨셉으로 활동하면서 각각 자연의 5원소를 상징하는 기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익명을 유지하는 이유가 주목받기 위한 전략이라는 건 오해입니다. 우리의 개성을 지우고 청중이 오직 음악과 예술 그 자체에 집중하길 바란 겁니다. 음악이 별로였다면 사람들은 단지 우리의 외형만 보고 열광하지 않았을 거예요.”
이런 스토리텔링이 있는 컨셉을 기반으로 뮤직비디오와 영화를 통해 고스트가 만들어 놓은 세계관을 한껏 더욱 몰입하게 만듭니다. 게다가 이들의 공연에서도 마치 종교 의식 같은 분위기로 뮤지컬을 보는 듯한 연극적인 무대를 연출하면서 고스트의 컨셉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습니다.

슬립 토큰: 장르 파괴를 통한 새로운 시도

슬립 토큰의 컨셉도 고스트와 비슷합니다. 슬립이라는 신을 섬기면서 이들은 슬립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고스트가 사탄을 숭배한다는 연출처럼 슬립이라는 신을 숭배하는 연출을 선보이면서 이 밴드에 대한 몰입감을 더욱 높이게 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우리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음악과 메시지입니다. 우리는 슬립을 섬기고 그분의 메시지를 투사하기 위해 여기에 있습니다."

고스트 멤버들이 하나둘씩 정체가 밝혀진 반면, 슬립 토큰은 마스크를 쓰고 정말 철저히 익명성을 바탕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조차 두세 번 있었을 뿐이고, 공연에서는 아예 멘트조차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팬들은 이들의 메시지를 알아내고자 밴드의 가사, 앨범, 아트워크, 뮤직비디오, 머천다이즈까지 꼼꼼히 살펴보면서 슬립 토큰의 메시지를 알아내고자 노력하기도 합니다.
이런 충성심이 강한 팬들 덕분에 레딧, 디스코드, 틱톡 등의 팬 커뮤니티에서 바이럴 되면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합니다. 


고스트와 슬립 토큰의 음악 세계 비교

이런 익명성을 바탕으로 세계관, 화려한 무대 연출 등을 이용해 지독한 컨셉충으로 활동한다는 공통점을 지닌 고스트와 슬립 토큰이지만 음악은 상당히 차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클래식 헤비니스의 정수를 계승한 고스트

고스트는 메탈의 강국 스웨덴의 밴드답게 기존의 헤비메탈 장르의 특성을 잘 계승해 와서 헤비니스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블랙 사바스와 쥬다스 프리스트 같은 클래식 하드록 밴드부터 둠 메탈, 사이키델릭 록, 프로그레시브 록 등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자신들의 컨셉에 맞게 오르간, 성가대의 합창 등의 요소를 적재적소로 이용하여 상당히 고딕적이고 신비주의적 요소를 음악에 잘 버무리고 있습니다. 콥스페인팅의 사탄주의적 요소 때문에 고스트의 음악이 블랙메탈처럼 지나치게 강할 것이라는 오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은 팝적인 요소를 적극 받아들여 라디오 친화적인 상당히 대중적인 멜로디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고스트가 이번 여섯 번째 앨범 『Skeletá』가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한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6년에 그래미에서 베스트 메탈 퍼포먼스를 수상했고, 세 번째 앨범 『Meliora』가 8위, 네 번째 앨범 『Prequelle』이 3위, 다섯 번째 앨범 『Impera』가 2위에 오르면서 나날이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에 고스트에게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게다가 2022년 「Mary on a Cross」가 틱톡에 바이럴되면서 상당히 화제였습니다.

그리고 스웨덴 뮤지션 중 빌보드 200 1위에 오른 것은 아바, 에이스 오브 베이스, 유럽, 아비치에 이어 고스트가 다섯 번째라고 합니다. 또한 스웨덴 뮤지션 중 빌보드 200 1위에 오른 것도 에이스 오브 베이스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고스트는 이렇게 음악과 공연을 통해 현재 헤비니스 뮤직 신의 가장 핫한 밴드가 되었습니다.

경계를 허무는 슬립 토큰의 실험

반면에 슬립 토큰은 영국 출신의 밴드입니다. 고스트가 기존 메탈 음악의 문법을 잘 풀어낸 것과는 달리 슬립 토큰은 메탈 음악은 거들 뿐, 이게 메탈이 맞나 할 정도로 팝부터 R&B, 힙합, 전자음악 등 다양한 음악들을 버무립니다. 그래서 그런지 프론트맨 베셀(Vessel)의 음색 또한 기존 메탈 보컬들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제가 느끼기엔 포스트 말론이 메탈 음악을 하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기존 헤비니스 음악 팬들에게는 음악이 너무 밍밍한 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메탈 성향은 상당히 옅고 다른 음악적인 요소가 상당히 짙습니다. 이런 면 때문인지 이번 앨범  『Take Me Back To Eden』은 일부 혹평을 받기도 했습니다.제 생각에 슬립 토큰의 다양성은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지만, 헤비니스 팬에게는 이질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슬립 토큰의 신비로운 컨셉과 음악적 다양성은 메탈 음악의 진입 장벽을 낮춰 팬들을 끌어모았고, 이는 헤비니스 음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고 봅니다.


마치며

이들이 더 주목할 만한 점은 빌보드 200 1위뿐만 아니라 메탈 밴드의 싱글이 빌보드 핫 100 차트에까지 올라가는 쾌거를 이루었다는 것입니다. 현재 신진 대형 밴드가 별로 없는 고인물화된 헤비니스 뮤직 신에서 여러 메탈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에 서는 등 슬립 토큰은 이 시대에 가장 핫한 밴드가 되었습니다.
현재 헤비니스 씬의 가장 핫한 밴드 고스트와 슬립 토큰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아직은 섣부른 판단이지만 두 밴드를 시작으로 과연 메탈 붐이 올 수 있을까요? 여러 밴드들이 한 장르에 갇혀 있지 않고 이것저것을 시도해 보면서 헤비니스 음악의 진짜 매력을 널리 널리 알려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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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 SENTENCIFY/ 편집자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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