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의 현재와 미래|유현용 교수 [쿠앤에이]
📌 먼치 POINT
한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과 미중 패권 갈등
한국 반도체 산업은 1983년 삼성의 ‘도쿄 선언’을 계기로 조롱을 딛고 도약
반도체는 미중 패권 전쟁의 핵심으로, 미국은 ‘반도체=안보’라는 명분으로 중국 제재 중
전략적 대응과 미래 과제
한국은 사드 보복 조치 당시에도 메모리 기술 우위로 인해 반도체 산업의 피해가 덜했음
미국의 공급망 위기와 중국의 부상 속에서 한국은 기술력과 인재 확보로 ‘아킬레스건’을 유지해야 함
반도체 첨단 기술은 안보·경제 주권을 지키는 핵심 자산으로, 지속적 투자와 인재 양성이 필수
들어가기 전에

우리나라는 우수한 기술력과 뛰어난 인재에 힘입어, 현재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상당히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과거 선진국들의 조롱을 받으며 시작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어떻게 오늘날의 위치에 오르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반도체 시장의 떠오르는 강자 중국과 빼앗기지 않으려는 미국 사이의 미중 패권 전쟁 속에서 한국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요?
이런 의문들에 답하기 위해, 고려대학교 반도체공학과 유현용 교수님과 함께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1983년 도쿄 선언: 도전의 시작

우리나라의 본격적인 반도체 산업은 1983년 삼성의 이병철 회장의 “누가 뭐래도 우리는 반도체 사업을 한다!”라는 도쿄 선언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면, 1·2차 오일 쇼크를 통해 우리나라 산업 구조를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경중공업 위주의 산업을 가진 나라였기 때문에, 오일 쇼크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옆 나라인 일본은 부가가치가 높고 기술력이 뛰어난 첨단 산업을 통해서 오일 쇼크에도 큰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일본도 했는데 우리는 못할 게 뭐냐"라는 자신감이 큰 몫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1983년 삼성 이병철 회장이 도쿄 선언을 하고, 그 이후 삼성 반도체는 64K D램을 첫 제품으로 설정했습니다.
세계의 조롱을 뒤엎은 6개월의 기적

당시 일본을 비롯해서 미국은 우리나라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아주 크게 조롱했습니다. 통상적으로 반도체 산업을 할 수 있는 나라의 조건은 인구 1억 명 이상, GDP가 1만 달러 이상이 되는 국가여야 한다는 것이 통념이었습니다.
특히 일본은 SBC 경제연구소를 통해 한국이 반도체 산업을 할 수 없는 이유 4가지를 발표했습니다. 첫 번째로는 취약한 내수 시장, 두 번째로는 빈약한 수출 경쟁력, 세 번째는 열악한 기술 경쟁력, 네 번째는 부족한 투자 여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삼성은 1983년 도쿄 반도체 선언을 한 이후 6개월 만에 64K D램의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기존의 선진국들은 6년에 걸쳐서 개발을 완료했는데, 6개월 만에 개발에 성공한 저력을 보여준 것입니다.
미중 반도체 패권 전쟁의 배경

현재 세계 반도체 시장은 매우 혼란스러운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도체 패권 전쟁이라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치열한 전쟁 상황입니다.
이러한 갈등의 시작점은 중국이 2018년 화웨이를 통해서 세계 최초로 5G 통신칩을 개발한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통신칩이 아닙니다. 그 당시까지 미국도 개발하지 못했던 첨단 기술을 중국 업체가 먼저 개발해서 발표한 것이었습니다.
그 밖에도 화웨이의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2020년 반도체 TOP 10 안에 드는 회사로 발돋움하기도 했습니다. 이 회사들이 상당한 첨단 기술을 선보이기 시작하면서, 미국은 자신의 시장에 중국이 들어왔다 생각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공급망 취약성과 제재 전략

또 하나의 중요한 이슈는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문제입니다. 세계 반도체 제조 능력을 보면, 미국의 경우 1990년대만 해도 37%였지만, 2020년에는 12%로 줄어들었고, 2030년에는 10% 이하로 줄어들 예정입니다. 이는 향후 미국의 여러 플랫폼 업체들이 앞다퉈서 자체 설계한 반도체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모두 해외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해외 시장은 동아시아 국가들에 편중되어 있는데, 이곳은 지정학적으로 많은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미국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선 지진이 날 수도 있고, 중국과 대만은 군사적인 분쟁 위험에 놓여있으며, 한국과 북한은 무력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취약성은 곧바로 미국 경제와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미국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기술적인 우위를 점하거나 제재를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적인 우위는 단시간 내에 차지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미국이 채택한 방법은 중국을 제재하는 것입니다. 그 제재를 위한 명분으로 미국이 내세운 것은 바로 "반도체는 안보"라는 것입니다.
반도체 기술은 군민겸용으로 민간뿐만 아니라 군에서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의 첨단 기술을 통해서 최첨단의 무기가 제조되는 것이 그 예시입니다. 따라서 미국은 “반도체는 안보”라는 명분을 내세워서 중국을 제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미중 무역 전쟁과 함께 반도체 패권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도체 기술의 전략적 가치

2016년 사드 배치로 인해 우리나라가 큰 곤란을 겪은 사례를 통해 반도체 기술의 중요성을 알 수 있습니다. 지정학적으로 우리는 중국의 코앞에 있는데, 그 코앞에 갑자기 사드를 설치하니까 중국이 강하게 반발한 것입니다.
그때 중국은 보복 조치로 자국 내에서 롯데마트를 폐쇄해버렸습니다. 롯데마트가 딱히 위법을 저지르거나 물건에 하자가 있던 것도 아닌데,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에서 갑자기 철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그때 당시 삼성이나 SK하이닉스도 중국에 진출해 있었지만, 삼성이나 SK하이닉스 같은 경우에는 크게 타격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반도체 특히 메모리칩은 중국이 자체적으로 만들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나라가 아킬레스건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메모리가 없으면 중국도 완제품을 못 만드니까 메모리를 규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같은 한국 기업인데도 롯데는 제재를 받았지만, 삼성이나 SK하이닉스는 비교적 안전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며

현재처럼 미중 패권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첨단 기술을 확보하면서 아킬레스건을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다른 경쟁 국가도 가져갈 수 없는 원천 첨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인력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반도체의 전문 인력을 양성함으로써, 앞서 말한 아킬레스건에 해당하는 반도체 첨단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는 것을 넘어서, 국가 안보와 경제적 독립성을 확보하는 핵심 전략이 될 것입니다.
Created by 고려대학교 Korea University
CC BY 라이선스 | 교정 SENTENCIFY | 에디터 최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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