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평론가는 레드벨벳, 세븐틴 이름을 다 알까? 🔎 | 임진모 평론가 [쿠앤에이]
📌 먼치 POINT
음악평론가의 길과 음악적 성장
중학생 시절 라디오에서 들은 밴 모리슨의 음악에 매료되며 음악평론가를 희망
언론사 근무와 음반 제작, 음악 사이트 운영 등 실무를 통해 음악 산업 전반 경험
마빈 게이의 음악을 통해 인간과 사회에 대한 통찰을 얻으며 음악을 깊이 있게 이해
글쓰기와 언어 능력, 음악 이론을 갖추되 무엇보다 음악에 대한 깊은 애정이 핵심
세대 간 소통과 음악의 역할
음악은 세대를 잇는 매개체로, 조용필·아이유·레드벨벳 등을 통해 공감의 폭 확장 가능
K-pop 음악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아이돌 이름까지 익히는 디테일한 노력 필요
청년들에게는 조급함을 내려놓고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탐구하라고 조언
들어가기 전에

안녕하세요, 저는 음악평론가 임진모입니다.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사회학과 85년 졸업자입니다.
음악과 함께한 제 인생 이야기를 통해 세대를 넘나드는 음악의 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음악평론가로서의 출발점

저는 중학교 3학년 때 11월 말에 인생을 결정했습니다. 그때 라디오에서 나오는 신중현, 이장희, 김정호 같은 가수들의 노래를 들으며 "나는 이쪽으로 간다." 라고 확실하게 목표를 정했습니다. 그때 고른 직업이 음악평론가였습니다.
그때는 음악평론가라는 말 자체가 크게 유통되지 않을 때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황문평 선생님, 이백천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제게는 참 놀라웠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음악을 잘 설명해주시는 걸까’ 하고 말입니다.
70년대만 해도 음악 해설지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빌보드, 롤링스톤, 피플릿, 뉴 뮤지컬 익스프레스 같은 잡지를 보고 공부해야 했습니다. 이후 경향신문에 입사하자마자 부장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이 팝송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빌보드, 롤링스톤 잡지를 봐야 합니다." 이런 저를 받아준 경향신문에 대해서도 고마움을 갖습니다.
음반 제작과 실무 경험

저는 1991년 5월 경향신문에 사표를 내고 나왔습니다. 음악평론가라는 직업을 갖고 시작했지만, 돈을 못 버니 활동도 제대로 못하고 있었습니다. 음반을 만들어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제대로 된 활동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저는 '인공위성'이라는 서울대생 아카펠라 그룹을 만들어 LP를 50만 장 가까이 팔았습니다. 물론 제가 고대생 출신이니까 고대생 그룹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히포’라는 고대생 밴드를 찾아서 음반을 만들었습니다. 성공하지 못했지만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때 학교 옆에는 음악다방이 2개가 있었습니다. 석탑다방과 고려다방이었습니다. 고려다방에 가서 앉아서 맨날 음악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고려다방의 DJ를 맡을 기회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날 신청곡을 받으면서 제 DJ실력이 참 형편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날의 기억을 바탕으로 겸손하게 더 배우고 더 경험을 쌓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평생의 음악적 동반자들

어렸을 때부터 너무 좋아했던 아티스트가 두 사람 있습니다. 한 사람은 밴 모리슨(Van Morrison)이라고 하는 아일랜드 뮤지션입니다. 저의 평생 동지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 사람과 함께 살아왔습니다.
저는 밴 모리슨을 알기 위해서는 '갈색 눈동자의 소녀(Brown Eyed Girl)' 이 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벨파스트' 스토리의 중심으로 엮인 곡입니다.
또 한 사람은 마빈 게이(Marvin Gaye)입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났는데, 어렸을 때부터 너무 이 사람을 좋아했습니다. 이 사람의 ‘Got To Give It Up’, ‘I Heard It Through The Grapevine’ 같은 노래 속 세계는 지금 들어도 너무 멋있습니다.
마빈 게이의 노래 중에서는 '섹슈얼 힐링(Sexual Healing)'을 권합니다.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사람이 더 솔직해집니다.
세대를 잇는 음악의 힘

음악은 모든 것을 섞어주는데, 그중에 하나가 세대입니다. 조용필과 아이유가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조용필은 64세의 나이에도 10~20대가 듣는 음악을 만드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곡이 '바운스'입니다. 이 곡은 우리나라 젊은이들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이 듣고도 반응하는 그런 곡이었습니다.
아이유도 세대를 초월한 가수입니다. 93년생이 어떻게 양희은, 최백호 같은 옛 가수의 노래를 부릅니까? '너의 한마디 말도'이라는 양희은 노래도 아이유가 부른 후 1위에 올랐습니다. 그랬더니 양희은 선생님이 제게 "얘는 누구니? 어떻게 이 노래를 알고 리메이크 했니?"라고 물으셨습니다.
이런 세대 크로스가 매우 중요합니다. 레드벨벳 아이돌 그룹 얘기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솔직히 우리 같은 경우는 레드벨벳이라는 그룹명을 아는 것도 신기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래서는 안 됩니다. 아이린, 웬디, 슬기처럼 멤버 이름을 다 알아야 합니다. 멤버를 모르는 순간 젊은이들이 입을 닫아버립니다.
저는 아이돌 멤버 이름을 모른다고 했을 때 실망하고 아쉬워하던 학생들을 본 후, 젊은 사람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했습니다. 디테일로 가야겠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제가 젊은 사람들을 의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레드벨벳 음반을 평가하려면 레드벨벳 멤버 이름은 알아야 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때 레드벨벳 5명을 공부했고, 블랙핑크 4명을 공부했습니다. 그나마 이 그룹은 쉬운데, 세븐틴이 문제입니다. 멤버가 총 13명이거든요.
K-pop 시대의 음악 청취법

젊은 사람들은 음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어야 합니다. 뉴진스의 ‘어텐션'이나 ‘디토’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고, 세 번은 더 듣습니다. 그런데 바로 세 번을 들으면 그 노래가 싫어질 수 있습니다. 한 번 듣고, 4일 후에 한 번 듣고, 또 다시 4일이 지나서 세 번째로 들어보세요. 그러면 어느새 그 노래가 나에게 들어와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 노래라고 해서 다르게 생각하지 마세요. 모든 세대는 다 사운드적인 측면에서 다릅니다. 음악은 젊은 사람이 주도하는 것입니다. 옛날에 비틀즈, 롤링스톤스 들었다고 잘난 체하는 것은 그만하고, K-pop을 들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말 안 해도 우리 젊은 친구들과 섞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K-pop은 세계적으로 글로벌한 승전보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 사실을 인지하고, 젊은 사람과 많은 대화와 소통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음악평론가가 되려면

첫 번째로 정말 잘해야 될 것은 영어를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아무리 지금 K-pop 우리 가요가 강하다 하더라도 결국 음악평론가는 서구의 팝 음악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영어를 잘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평론을 하기 위해서 자신의 평론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인문학에 대한 감성이 우선 갖춰져야 됩니다. 인문학 중에 하나를 골라서 공부하시면 됩니다. 철학, 역사학, 경제학, 사회학, 음악학 등입니다. 그리고 인문학과 함께 가사나 멜로디, 화음, 화성 이런 것들을 공부하면서 음악적인 면에서 실력을 쌓아야 합니다.
영어를 하고, 음악학을 공부하고, 그다음으로 세 번째는 말을 잘해야 합니다. 물론 이것은 조금은 타고나야 하는 능력입니다. 하지만 글은 훈련으로 어느 정도는 됩니다. 스트레이트 기사, 인터뷰, 현장 스케치, 그리고 리뷰까지, 이 모든 종류의 글을 다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음악평론가가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드리면 다 포기합니다. 다시 말하면, 무지막지하게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이상 음악평론가는 안 하는 게 낫습니다. 하지만 진짜 무지막지하게 음악을 사랑한다면, 저에게 오세요. 저와 같이 가면 됩니다.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정말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어디에 도전하실 겁니까?’ 입니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아니면 어느 기업에 가고 싶은지, 어느 분야에 가서 내 기량을 발휘하면서 살고 싶은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무엇이든 다 가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조급해하지 말기 바랍니다. 젊을 때는 마치 내가 조금이라도 뒤떨어지면 완전히 망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나는 무능한 실패자이고, 남들 다 잘하는데 나만 안 되는 것처럼 생각하고 맙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없애야 합니다. 인생을 나중에 다시 돌아보면, 그때 1~2년 차이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사람은 항상 기다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합니다. 나만의 "비빌 언덕"이 한 군데 꼭 있길 바랍니다.
Created by 고려대학교 Korea University
CC BY 라이선스 | 교정 SENTENCIFY | 에디터 최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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