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독서, 그럼 뭐 어때? | 김겨울 작가 [쿠앤에이]
📌 먼치 POINT
1. 책을 대하는 태도와 독서 철학
책은 요약보다 온전히 시간을 들여 읽을 때 의미가 깊음
예쁜 장소에서 책을 읽는 '패션 독서'도 책과 가까워지는 긍정적 방식이라 강조
밑줄, 메모, 욕설 등 자유로운 코멘트를 통해 책과 대화하듯 읽는 방식을 추천
오디오북은 보조 수단으로 유용하나, 집중력이 필요한 독서와는 성격이 다름
2. 작가의 경험과 책의 가치
작가로서 받은 독자의 편지는 큰 감동이며, 글쓰기가 삶에 위로를 줄 수 있다는 확신
완독은 중요하지만 억지로 할 필요는 없으며, 때로는 도전해볼 가치가 있음
고려대에서 긴 시간 학업을 이어가며, 책과 학교 모두 자신의 삶에 깊이 스며들었음
독서는 사회 초년생에게 든든한 '빽'이 되어줄 수 있는 평생의 친구
들어가기 전에
안녕하세요. 저는 김겨울 작가입니다.
‘겨울서점’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2017년부터 운영하고 있고, 여러 권의 책도 쓰고 MBC에서 라디오 DJ도 합니다. 지금은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겨울은 시작과 끝이 같이 있는 계절입니다. 한 해가 끝나는 시기여서 사람들이 센치해지기도 하는데, 또 시작되는 시기에 서로 응원하고 북돋는 문화이기도 합니다. 밖이 추운데 안에 들어가면 다들 옹기종기 모여서 따뜻한 분위기를 내기도 하고, 그런 여러 가지 양면적인 부분이 있는 계절이어서 좋아합니다.
여운이 오래 가는 책, '이처럼 사소한 것들'
여운이 오래 가는 책은 정말 많습니다. 많은 분들이 사랑하는 ‘클레어 키건’이라는 소설가가 있는데, 이 클레어 키건의 대표작 중 하나가 '이처럼 사소한 것들'입니다. 이 책은 작년에 영화로도 개봉되었습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의 소재는 단순합니다. 먹고 살기 힘들어지는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한 남자가 석탄 배달하는 일을 하며, 그 동네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수녀원에 딸린 학교에 자기 딸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수녀원에서는 미혼모 여성들을 겉으로 봤을 때는 케어해 주는 일도 시키고 여러 가지 돌봐주기도 하는 시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석탄 배달을 하는 주인공 남자가 이 수녀원이 관리하는 시설에서 부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우치게 되면서, 너무나 평범한 소시민인 이 한 남자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짧은 우화 같은 이야기입니다. 이 남자가 결정하게 된 것이 정말 사소하지만 아주 큰 결정입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읽고, 마음에 여운이 오래 가는 작품이었습니다.
패션 독서, 그럼 뭐 어때?
저는 20~30대 독자들의 독서 열풍이 더 오래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20~30대 독자들의 입장도 있을 것이고, 출판 트렌드가 이에 맞춰 함께 바뀌었습니다. 양쪽이 다 어떤 선순환의 구조를 이루는 것처럼 보입니다. 출판계 전체가 선순환되고 있지는 않지만, 분명 그런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도 이게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저는 예쁜 카페에 가서 시그니처 커피를 시킨 다음에 그 책과 커피와 창가를 다 함께 사진으로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몇몇 분들은 ‘그게 지적 허영심이다’, ‘진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하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럼 뭐 어때?’라고 반박하고 싶습니다. 저는 그렇게 ‘책 읽는 나’의 이미지를 자신이 선호하고, 그런 자신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한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는 나나 조금 멋져’라고 생각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완독에 대한 생각
저는 책을 읽는 일이 기본적으로 경청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완독을 하다가 중단하고 끝까지 안 읽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사람들한테 꼭 완독을 하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내가 이 책을 끝내고 말겠다고 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책을 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 경우는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좋다고 하는 책, 예를 들어서 노벨문학상이나 퓰리처상 받았고 모두가 명작이라고 하는 너무 좋은 책인데, 유독 제게는 안 읽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꾸역꾸역 끝까지 읽으면 됩니다. 어떻게든 끝까지 읽으면, 독서력이 조금은 상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한번 너랑 끝장을 보겠다고 도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것도 본인의 선택입니다.
만약 나랑 동등하거나 배울 게 있는 상대라고 생각하고 대화를 해봤는데 뭔 소리인지 모르겠으면 그냥 넘어가도 됩니다. 여러분이 책을 자유롭게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진정한 독서란 무엇인가
요약본 읽기를 독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독서의 핵심적인 부분은 길고 아주 정성이 들어간 이 이야기에 기꺼이 나의 시간을 쓰고 나의 마음을 쓰겠다는 그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책을 요약해서 줄거리나 핵심적인 정보만 빼고 나머지를 다 버리는 순간 정보를 취합하는 행위가 됩니다.
그게 나쁘다거나 틀리다는 건 아닙니다. 어떤 경우에는 그게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보를 취합하는 행위가 근본적으로 독서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200~300페이지의 책 한 권이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300페이지면 대략적으로 A4 용지 100장입니다. A4 용지 100장을 써보세요. 정말 보통 일이 아닙니다.
책을 읽는다는 건 그 사람의 그 고민의 시간을 듣는다는 것이고, 그걸 듣는 동안 내가 같이 변화하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요약본 읽기도 물론 충분히 재미있는 본인의 여가 활동이지만, 그게 독서와 동치되지는 않는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오디오북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오디오북은 아주 유용합니다. 이를테면 시력이 불편한 경우에 작은 글씨가 잘 안 보이거나, 아니면 운전을 하면서 어디를 가거나 집안일을 하면서 뭘 듣거나 할 때 오디오북은 아주 좋은 독서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시각 매체보다는 조금 수동적이 될 수 있다는 측면이 있기는 합니다. 오디오북 듣다 보면 반드시 발생하는 일이 있습니다. 듣다가 잠깐 딴 생각하면 다시 돌아와야 하는데, 그러면 '잠깐만, 방금 무슨 얘기였지?' 하면서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독자들의 편지가 주는 감동
책을 출판한 후 독자님들의 편지를 받을 때마다 항상 이상한 기분입니다. 모든 편지를 볼 때마다 항상 기억에 오래 남고 감동을 많이 받습니다. 제가 편지를 모아놓은 박스만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사람들한테 계속 뭔가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지다 보니까 안 그래도 시끄러운 세상에 소음을 보태고 있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독자님들의 편지들을 읽고 있으면 그런 부정적인 생각들은 거의 들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삶에 이렇게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혹은 꼭 깊지 않더라도 그 사람의 삶에 아주 작은 안식처나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합니다. 저는 글을 쓰는 것이 사람이 태어서 할 수 있는 가장 보람찬 일 중에 하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능동적 독서를 위한 실용적 팁
제가 추천하는 것 중에 하나는 손에 연필이나 샤프 같은 걸 들고 댓글을 달면서 책을 읽는 것입니다. 밑줄을 치셔도 되고 별표를 치셔도 되고 원하시는 방식대로 하면 됩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코멘트를 달면서 읽는 것입니다. 그 코멘트가 근사한 코멘트가 아니어도 됩니다. 저는 소설을 읽다가 너무 나쁘고 보기 싫은 등장인물 밑에 욕도 써봤습니다. 혹은 그 내용이 웃기면 옆에다 웃음 소리를 써놓기도 합니다.
코멘트를 계속 달면서 읽으시면, 그냥 읽을 때보다 훨씬 더 능동적으로 책에 집중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책과 대화하듯이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댓글 달면서 읽어보시면 훨씬 더 집중해서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끝나지 않는 학업 여정
지금은 대학원을 언제 졸업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미 한 번 심리학과 학부를 2010년에 입학해서 2017년에 졸업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 친구들이 저를 굉장히 많이 놀렸습니다. "너는 대학을 초등학교보다 오래 다니냐", "너 혼자 마법학교 호그와트를 다녔냐"라는 놀림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려서 졸업을 해놓고도, 또 다시 입학했습니다. 제가 봤을 때는 이건 그냥 제 팔자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학교는 이제 제 삶에서 벗어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장소인 것 같습니다. 고려대학교에서만 거의 10년이 넘게 시간을 보낸 것이니까요. 그런데 이젠 빨리 졸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 중입니다.
마치며
여러분들이 앞으로의 평생 친구로 책을 가지고 계시면 좋겠습니다. 사회초년생은 사회에 나가서 반드시 험난한 일들을 겪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책 읽는 습관을 갖는다면, 책이 여러분들의 든든한 ‘빽’이 되어줄 것입니다. 여러분께 조금은 마음의 위로가 되거나, 아니면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요.
Created by 고려대학교 Korea University
CC BY 라이선스 / 교정 SENTENCIFY / 에디터 최수아
고려대학교 Korea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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