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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폭로해도 처벌 받는다!? 충격적인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고대백과]

목차 📚

📌 먼치 POINT

✅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존재 이유

  • 진실 폭로라도 사회적 평판과 실존을 붕괴시키면 명예훼손죄 성립

  • 현대 권력은 물리력·자본보다 의사소통‧평판에 기반해 개인을 규정

  • 누구나 과거 비밀이 공개되면 ‘사회적 매장’ 위험에 직면할 수 있음

  • 표현의 자유보다 타인 인격권 보호가 우선되는 영역 존재

✅ 법적 해결의 필요성과 기능

  • 명예훼손죄는 무분별한 폭로 대신 민·형사 절차로 분쟁 해결을 유도

  • 사적 응징을 막아 사회적 폭력의 악순환을 예방하는 안전장치 역할

  • 피해자는 합법적 절차로 권리를 회복하고, 가해자는 비례적 책임 부담

  • 공정한 법 절차가 사생활과 사회적 다양성을 지키는 최소한의 장벽 기능


들어가기 전에

안녕하세요,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자유전공학부의 홍영기 교수입니다.
어떤 사람이 과거에 성범죄를 저지른 바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런데 그 사실이 사회에 알려지는 순간 그 사람은 사회에서 매장됩니다. 성범죄 피해자도 바로 그런 효과를 노리고 성범죄 사실을 폭로할 것입니다.
그런데 진실인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범죄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늘은 우리가 함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란 무엇인가?

형법 307조 1항에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라는 규정이 있습니다. 307조 2항의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와 대조하여, 흔히 진실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라고도 부릅니다. 진실인 사실을 이야기했는데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되면 처벌받는다는 것입니다.

‘미투 운동’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과거에 자신이 어떤 사람에게 갑질이나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하는 행위입니다.
또는 ‘학투 운동’라는 것도 있습니다. 자기가 학창 시절에 다른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들을 폭로하는 것입니다. 과거 행적이 폭로된 연예인들은 활동이 정지되거나 사회에서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허위 사실을 적시해서 사람의 명예가 실추되면 처벌받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진실인 사실을 이야기했는데도 그로 인해 처벌된다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명예의 진정한 의미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 알려면 일단 ‘명예’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합니다.
과거에 신분 지위가 중요하던 시대에는 사람들의 세간의 평판, 위신, 체면 등이 중요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신분제가 폐지되었으니,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규정으로 굳이 처벌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형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명예는 그렇게 단순하고 간단한 것이 아닙니다.
국가가 만들어질 때나 중세 이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 당시 사회나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권력 수단은 육체적이고 물리적인 힘이었습니다. 그 이후 근세로 들어와서는 자본이 그 권력의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현대 철학자들을 비롯하여 많은 사상가들은 지금 시대에는 물리적인 힘이나 종교적인 권위, 자본의 능력이 아닌 의사소통적 능력이 가장 중요한 권력의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의사소통은 단순한 대화를 주고받는 것을 넘어서서,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인식받고 인정하는 대화와 상징을 통한 주고받음 그 자체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현대 사회에서 실존 주체로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존재 근거입니다.

사회적 매장의 위험성과 실제 사례

어떤 사람이 어떤 사회에서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 사람의 실존은 다른 사람에게 불편함을 주긴 커녕, 그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이 사회에서 아무 티가 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이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명예가 실추된다는 것은 잠깐 체면이 손상되거나 위신이 깎이는 정도가 아닙니다.

학창 시절에 사이 안 좋았던 사람이 10년 전에 급식을 대신 받아달라고 강요했다거나 맛있는 것을 뺏어 먹는 친구였다는 별것도 아닌 내용들을 인터넷에 올린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그러면 그 사람은 자기가 저질렀던 일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상관없이 실존 주체로서 살아가기에 굉장히 곤란해집니다. 사회 구성원들은 어떤 사람의 인격을 바라볼 때 그 사람의 특징을 먼저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이 세상에서 떳떳한 일만 하면서 살고 있지는 않습니다. 떳떳한 일도 별로 밝히고 싶지 않은 경우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없어지는 순간, 우리는 각자 어떤 일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가든, 어떤 식으로 어떤 경로에서 갑자기 과거 자신의 민망한 일이 밝혀져서 위축된 삶을 살게 될지, 전혀 알 수가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명예 보호 간의 균형

표현의 자유는 굉장히 중요한 이 시대의 가치관입니다. 그렇지만 표현의 자유의 제한도 분명히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가 분명히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을 사회로부터 매장시킬 자유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들의 알 권리가 위축된다는 얘기들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예를 들어서 과거에 내가 밝히기 꺼려지는 수술을 받은 바 있다는 것을 친구들이 막 소문내고 다닌다고 합시다. 친구들에게 소문을 내지 말라고 요청해도, 우리들에게도 알 권리가 있다는 말로 내 요청을 무시한다면, 그 알 권리라는 것이 얼마나 우스워집니까?
그런 알 권리는 정말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냥 한낱 호기심을 충족하고 싶어하는 유흥 수준입니다. 그런 것을 함부로 알 권리라는 말로 대체해서는 안 됩니다.

법적 해결 방법의 중요성

반대로 이런 사례도 있습니다.
어떤 피해자가 자기의 반려견을 동물병원에 맡겼는데, 치료 결과 그 개가 눈이 멀고 말았습니다. 피해자는 인터넷에 동물병원의 치료 결과를 폭로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동물병원 병원장이 반려견의 주인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고소한 것입니다. 그러면 그 반려견의 주인은 너무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존재로 인하여 위축되는 사람들, 사회적 약자가 분명히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자기 권리가 침해될 시 이를 회복할 수 있는 여러 장치들을 이미 만들어 놓았습니다. 민사재판, 형사재판들이 이런 역할들을 감당할 수 있고, 여러 소송 방법들도 많이 체계화되어 있습니다.

만약에 사실을 이야기하고 다니는 것이 범죄가 아니라고 한다면, 이런 법적인 구제 수단들을 이용할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입니다. 민사법원에 고소를 하거나 경찰이나 검찰청에 고소하는 일들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은 법에 의뢰하지 않고 곧바로 인터넷에 폭로하게 될 것입니다.

누구도 법 체계를 믿지 않고 법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은 채, 곧바로 타자 치는 과정을 거쳐 인터넷을 통해서 가해자에게 망신을 주고 그 사람들을 사회에서 매장시키는 사적제재를 서슴지 않게 될 것입니다.

개인의 다양성과 사생활 보호

학자들은 사실을 적시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자는 그 진실이 허상인 사람이거나 위선자, 자기가 그냥 허명을 쌓아온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진실인 사실 앞에서는 모두가 떳떳해져야 된다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이 분명한 진실이라 하여 우리를 둘러싼 모든 진실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그것이 가십거리가 되는 상태를 그렇게 반갑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이 허위여서가 아니라, 아무리 진실이라 하더라도 자신에 대한 얘기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많은 개인들의 특성과 캐릭터가 있습니다. 자기에 관련된 사실들을 알리는 데 거리낌이 없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나에 대한 것이면 그것이 진실이라 하더라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이런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캐릭터와 소중한 사생활을 아울러 보호해 주는 기능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폭력 없는 법적 해결로의 유도

어떤 사람은 성범죄를 당했다 하여 그 사실을 밝히고 싶기도 하고, 빚을 진 사람이 자기 채권을 더 이상 보호해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것을 폭로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기가 피해를 받았고 감정이 상했다 하여, 그것을 다른 사람 명예를 실추시켜서 사회에서 매장시키는 방식으로 대응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 형법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하나의 사회적인 명령입니다.

자기가 당한 것이 폭력이기 때문에 자기도 다른 사람을 매장시키는 폭력으로 대응하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선한 폭력과 악한 폭력을 나눌 수는 없습니다. 자기가 비록 폭력을 당했고 억울함을 느낀다 하더라도, 그 처벌에 상응하는 적절한 법 시스템이 있다면 그것을 먼저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깃든 또 다른 사회적 의미입니다.

마치며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비범죄화해야 된다는 논거들도 충분히 납득이 되지만, 사실을 적시하는 것이 더 이상 범죄가 아니라고 한다면 우리는 법 체계를 믿기보다는 사적 제재를 앞세우는 그런 사회에 살게 될 것이 염려됩니다.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당하거나 사실을 함부로 이야기하는 일들을 겪지 않도록 서로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Created by 고려대학교 Korea University
CC BY 라이선스 / 교정 SENTENCIFY / 에디터 최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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