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들이고 영어 독학, 번역가가 되기까지
📌 먼치 POINT
✅ 원서 읽기의 매력
- 원작에서 느끼는 언어의 뉘앙스와 감동
- 번역 없이 직접 원문을 접할 수 있는 만족감
- 문화적 맥락을 자연스럽게 체득
✅ 원서 읽기의 장점
- 영어 4영역 통합 향상: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
- 문화 체득: 유머, 감성, 맥락 이해 가능
- 흥미 유지: 관심 있는 내용이 학습 효율을 높임
- 누구나 시작 가능: 초보자도 쉬운 원서부터 가능
✅ 오디오북 활용법
- 눈으로 먼저 읽고 단어 체크
- 오디오북 듣고 섀도잉 2회
- 좋은 문장 2~3개 반복 연습
- 큰 소리로 따라 읽으며 몸으로 익히기
번역가가 된 나의 영어 학습 여정
저는 번역가로 약 10년 동안 일했습니다. 외국계 대기업에 입사해서 복잡한 기계의 매뉴얼 번역부터 시작했습니다. 경력을 쌓아서 논문과 과학, 실험 자료를 다루는 문서 번역을 했습니다. 나중에는 영상 번역에 정착했습니다. 공중파 3사 다큐멘터리에서 전문가 인터뷰 영상을 주로 번역했고, 각종 미국 드라마 시리즈와 영화도 번역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영어에 익숙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학창 시절을 한국에서 보냈고 제대로 영어 공부를 시작한 것은 20살부터였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전문 번역가가 되었을까요? 바로 영어 원서 읽기를 통해 가능했습니다. 영어 공부와 독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서 영어 실력을 폭발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원서 읽기 실패담
원서 읽기가 좋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서 언젠가 시도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원서는 고를 때부터 참 까다롭고 어려웠습니다. 제 영어 실력에 맞는 쉬운 책을 선택하면 초등학생들이 읽을 법한 쉬운 동화책이었습니다. 성인인 저에게는 흥미가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또 어려운 책을 고르면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계속해서 모르는 단어가 나오고 모르는 단어의 뜻을 찾다 보니 진도가 나가지 않았습니다. 자연스레 집중력도 흐려졌습니다. 결국 서문조차 제대로 읽지 못하고 덮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이후로는 오랫동안 원서를 읽지 않았습니다.
이미 읽은 책의 원서 다시 읽기
여느 때와 같이 책 구경을 하러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렀던 날이었습니다. 우연히 서가에 잘못 꽂힌 원서 1권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말로 된 책 사이에 영어 책이 있다 보니까 눈에 확 띄었습니다. 'Tuesdays with Morrie'라는 제목의 원서였습니다.
이 책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라는 번역서로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반가운 마음에 잠깐 앞부분을 읽어봤습니다. 제가 스토리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원서를 읽었기 때문에 조금 느리고 서툴렀지만 일단 글의 내용을 이해한 상태에서 읽으니 생각보다 잘 읽혔습니다. 그래서 바로 그 책을 구입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알고 있으니까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예전처럼 책 읽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해석이 안 되는 부분이 나오더라도 과감하게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이다 보니 조금 어려운 문장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원서를 읽는 과정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원작의 매력 발견하기
영어로 된 책을 한 권 다 읽으니까 정말 뿌듯했습니다. 절대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일을 얼떨결에 하고 나니까 성취감도 느껴졌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작품으로 조금 더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이방인'이라는 작품을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고전 문학 작품이라서 골랐습니다. 문장도 짧고 책도 얇은 편이라서 제가 원서로도 읽을 만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소설 '이방인'의 원제는 생각지도 못한 'The Stranger'였습니다. 저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방인'과는 전혀 느낌이 다르지만 'The Stranger'라는 제목이 작품에 더 잘 맞는 것 같다고 말입니다.
누군가의 번역을 거치지 않고 직접 원작과 만나는 기쁨을 처음 느꼈습니다. 이렇게 원서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담담하고 호흡이 짧은 문체는 영어로 읽었을 때도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같은 작품인데도 언어에 따라 느낌이 미묘하게 달라졌습니다.
원서에 대한 편견 깨기
이후로 여러 원서를 찾아 읽어봤습니다. 사실 재미없는 책도 있었고, 빨려들어가듯 흥미로운 책들도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원서를 읽다 보니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성인 원서가 어렵다는 것은 저의 편견이었습니다.
꼭 챕터북이나 동화책으로 원서 읽기를 시작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어린이들이 읽는 책만큼 쉬운 작품들도 굉장히 많았습니다. 막상 보면 정말 쉬운 문장으로 쓰인 책이 많습니다. 심지어 번역서보다도 원서가 쉬울 때가 있습니다. 우리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문장이 좀 길게 늘어지고 복잡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영어로 된 글이 오히려 문장이 짧고 설명 방식이 간단한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원서 읽기가 최고의 영어 공부법인 이유
독서와 영어 공부를 동시에
원서 읽기를 통해서 독서와 영어 공부를 동시에 할 수 있습니다. 원서 읽기는 영어를 위해 따로 시간을 내어서 공부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거나 관심 분야에 대해 탐색하면 영어 실력이 따라오는 형태입니다.
복잡하면 외국어가 빨리 는다는 말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 예전에 BTS 지민의 신곡 가사에 '소복소복'이라는 말이 나왔고, 해외 팬들은 이 단어의 뜻을 온전히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대체할 영단어가 없는 이 표현을 이해하고 싶어서 외국 팬들이 풍부하고 감성적인 한국어에 대해 온라인에서 토론을 했을 정도라고 합니다.
아마 이들은 '소복소복'의 뜻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한국어들을 알게 되었을 것이고, 그 내용을 흡수하는 속도가 매우 빨랐을 것입니다. 또 '소복소복'의 뜻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것임이 분명합니다. 자신이 이해하고 싶은 글을 읽을 때는 그 의미를 알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더 수월하게 느껴지고 머리에도 오래 남기 때문입니다.
영어 초보도 언제든지 시작 가능
원서 읽기는 영어 초보도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쉬운 책들이 많기 때문에 난이도를 가리지 않고 누구든지 영어 원서 읽기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실력을 낮추어 보고 아이들이 읽는 책부터 읽으려는 생각은 버리셔도 좋습니다. 내가 원하지 않는 글을 억지로 읽으면 영어 원서 읽기를 통한 학습 효과는 물론 흥미까지 떨어지게 됩니다. 내가 읽고 싶은 것을 읽을 때 가장 몰입할 수 있고 영어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는 학습 재료가 됩니다.
4가지 영역 통합 향상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 실력을 한 번에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독서를 하면 읽기만 잘하게 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독해 공부와 독서를 정확히 구분하지 않을 때 생기는 편견일 뿐입니다.
원서를 읽으면 읽기뿐만 아니라 각 영역의 실력이 균형을 유지하며 골고루 향상됩니다. 책에는 맥락과 논리가 있는 문단이 모여 있습니다. 양질의 문장과 정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텍스트를 많이 접하면서 대량의 인풋이 발생합니다. 이때 읽기와 쓰기 능력이 향상됩니다.
영미권 문화 자연스럽게 체득
영화나 소설에서 던지는 유머나 농담에 웃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분명 무슨 말인지는 알아들었는데 전혀 웃기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슬퍼야 할 타이밍인 것은 눈치로 알겠는데, 공감하지 못하는 때도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 나라의 문화를 제대로 모르기 때문입니다.
언어와 문화는 절대로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그리고 서로에게 계속해서 영향을 미칩니다.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영어를 아무리 잘해도 그것은 반쪽짜리 실력입니다. 책이야말로 그들의 문화를 그대로 담고 있고, 독서는 원어민과 1대 1로 충분히 긴 대화를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오디오북을 활용한 효과적인 학습법
저는 오디오북을 적극 활용하여 공부했습니다. 오디오북은 책의 원문 그대로를 사람이 직접 낭독한 것을 녹음한 콘텐츠를 말합니다.
첫째, 원서 읽는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책을 빨리 읽는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원서를 읽을 때는 읽는 속도가 늘어지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들으면서 소리 내어 따라 읽을 때 읽기뿐만 아니라 듣기, 쓰기, 말하기 영역까지 유기적으로 함께 개선됩니다. 먼저 오디오북으로 원문을 읽는 음성을 들으면 단어의 발음과 강세, 억양, 문장을 끊어 읽는 타이밍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습니다.
셋째, 다양한 발음과 억양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성우의 발음, 억양, 성별, 속도 등을 고를 수가 있기 때문에 그 선택권이 다양합니다.
넷째, 무제한으로 반복할 수 있습니다. 영어를 습득하는 데 핵심은 반복 학습입니다. 무제한으로 반복해서 들을 수 있기 때문에 훌륭한 영어 학습 자료가 됩니다.
실전 학습 루틴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루틴으로 만든 저의 활용 방법을 정리해 봤습니다. 참고하셔서 본인에게 잘 맞는 방법으로 응용하시길 바랍니다.
먼저 눈으로 읽어봅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따로 표시해 둡니다. 그리고 체크한 단어의 뜻을 찾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시간이 많이 들지 않도록 최대한 빠르고 간단하게 진행합니다.
이제 오디오북을 재생하고 그 속도에 맞춰 섀도잉을 하며 따라 읽습니다. 천천히 완벽하게 읽으려고 노력하지 않습니다. 억양과 톤에 집중하면서 2회 정도 반복합니다. 여기까지 하면 책의 내용이 어느 정도 파악됩니다.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문장이나 더 연습해보고 싶은 문장을 최소한 2개에서 3개 정도 체크합니다. 연속된 문장이거나 한 문단이면 더 좋습니다. 해당 문장을 오디오북으로 따라 읽으면서 최대한 원음과 가까워질 때까지 연습합니다. 이때 구간 반복 기능을 이용하면 좋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을 읽다가 만난 좋은 문장 한두 개 정도를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제일 효율적인 방법은 큰 소리로 따라 읽으면서 반복하는 것입니다. 언어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이 하는 것입니다. 혀가 기억해서 말하고 얼굴 근육이 기억해서 표정을 짓습니다. 팔다리를 움직이면서 적극적으로 소리를 내서 읽으면 내 몸이 대신 기억을 해줍니다.
맺으며
원서 읽기는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일 수 있습니다. 외국어로 된 책을 읽다 보면 답답할 때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조바심을 내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읽어보세요. 우여곡절을 겪는 동안 많은 성장을 한 자신을 마주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독서를 하며 책에서 얻는 배움의 기쁨도 누려보세요. 영어를 독학하려는 분들 중에 자기개발과 독서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또 영어로 된 원서 읽기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제 경험이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여러분의 원서 읽기를 응원합니다.
Created by 내성적인 옆집 엄마
교정 SENTENCIFY / 편집자 최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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