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 '남의 말', '행동' 그리고 '버릴 것'
1. 분리수거 일기쓰기
보통 일기를 쓴다고 하면 오늘 하루 있었던 일만 쓰는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있었던 일이라는 게 정확히 뭘까요? 우리가 겪는 일을 한번 크게 구분해 보면 외부에서 들어오는 ‘경험’과 내부에서 나오는 ‘생각’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때 외부 정보인 경험과 내부 정보인 생각을 잘 구별해 주지 않으면 남의 생각을 내 생각으로 착각하기 쉽고, 내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괴리감을 자꾸 겪으면서 자책감이나 무기력, 자기 비하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마치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듯 하루에 겪는 여러 가지 일들을 잘 분리하는 분리수거 일기를 통해서 내 생각을 보호하고 더 맑고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는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 오늘의 경험 분류하기
쓰는 방법은 매우 간단한데요. 하루를 마감하는 시점에 노트를 펼칩니다.
오늘 경험한 것들을 다음 4가지로 분류를 해보는 거예요.
첫 번째 내 생각, 두 번째 남의 말 세 번째 행동, 네 번째 버릴 것.
아직 기록이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의 경우에는 내 생각만 적으시고요.
어느 정도 기록이 몸에 익숙해지면, 남의 말까지 정말 제대로 한번 적어보고 싶은 분들은 행동까지 적어보세요.
그리고 최고의 경지에 오르고 싶다면 버릴 것까지 적기 시작하는 겁니다.
3. 분리수거 일기 Lv1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는지 실제로 써보면서 이야기를 나눠보죠.
먼저 레벨 1 초급 버전입니다. 내 생각을 적는다는 게 뭘까요?
오늘 주로 했던 생각들을 적는 겁니다. 이때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라고 서술형으로 쓰는 게 아니라 내가 생각한 문장 그대로, 즉 구어체로 적는 겁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오늘 피곤한데 운동은 쉬고 영화나 볼까?’
‘난 왜 이렇게 게으르지?’
‘아 맞다. 오늘 샴푸 사야 되는데.’
‘그 사람은 왜 맨날 저따구로 말하는 거야?’
‘땡땡이는 이제 나한테 매력을 못 느끼는 걸까?’
‘와 하늘 좀 봐. 가을이 왔네.’
‘오늘은 불닭볶음면이 땡기는 걸.’
‘왜 맨날 내 주식만 떨어지지.’
생각이라는 게 별거 아닙니다. 우리가 속으로 하는 말이 다 생각이죠. 자기 전에 ‘오늘 무슨 생각을 했지?’ 대신에 ‘내가 주로 했던 속말이 뭐지?’라고 물어보세요.
그리고 개수는 몇 개나 적어야 할까요? 내가 꾸준하게 적을 수 있는 만큼만 적으세요.
사람에 따라서 개수는 정말 다릅니다. 한 줄만 적어도 충분한 분이 있고, 10개 이상은 적어야 충분한 분이 있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이걸 하루만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닌 일주일, 한 달, 6개월, 1년 이상 지속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자기가 하루에 쓸 수 있는 양을 정해 보세요.
그리고 내 생각이 옳은지 안 옳은지에 대한 가치 판단은 하지 마세요.
예를 들면 ‘난 너무 속물이야’, ‘나는 게을러’, ‘나 변태 아니야’ 등과 같은 생각은 하지 마시고요. 그냥 자기 자신을 멀리 놓고 관찰한다 생각하세요.
4. 분리수거 일기 Lv2
내 생각을 기록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살짝 지루한 감이 느껴질 때가 올 겁니다.
그때는 중급인 레벨 2로 넘어갈 시점입니다. 바로 남의 말을 적는 겁니다.
남의 말의 종류는 굉장히 다양합니다. 우리가 보고 듣는 모든 것이 남의 말이죠.
단순한 광고 카피, 어떤 유튜버의 생각, 명언, 동료가 나에게 해준 말, 책의 구절 등 내가 한 생각이 아닌 타인이 나에게 던진 모든 메시지죠.
쓰는 방법은 여러분이 보고 들은 그 형식 그대로 쓰는 겁니다.
만약 광고 카피였다면 “당신의 미래가 아닌 아파트에 투자하세요.”
누가 했던 말이라면 “지욱 씨는 참 특이한 사고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책에서 좋은 구절을 봤다면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 산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이런 남의 말들에 대해서 가치 판단을 하지 마시고 노트를 펼치고 오늘 내가 들었던 남의 말 중에서 떠오르는 것을 그냥 적기만 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꾸준히 쓰다 보면 이런 느낌을 느끼실 거예요.
‘처음에는 내 생각만 관찰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이젠 남의 말도 곧잘 기억하고 구별을 하기 시작하네.’
그러면서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 그리고 생각의 속도가 뭔가 빨라지는 듯한 느낌을 느끼실 겁니다.
그리고 바로 이때가 고급 단계인 레벨 3로 넘어가실 단계이죠.
5. 분리수거 일기 Lv3
레벨 3에서는 뭘 기록하냐. 바로 행동입니다. 행동은 말 그대로 내가 실제로 한 행동이에요.
어떤 일을 했는지, 공부는 어떤 걸 했는지, 오늘은 뭘 샀는지, 뭘 봤는지, 누구랑 만나기로 약속을 해서 어디서 만나서 어떤 메뉴를 먹었는지 등과 같은 것이죠.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것 또한 앞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가치 판단을 하지 마시고 순수하게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있는 그대로 적는 것입니다.
레벨 3까지 가시면 여러분은 이미 자기 자신에 대한 상당한 관찰 능력을 가지게 되실 겁니다. 나의 생각과 남의 생각을 분리하고 내가 하루에 어떤 행동들을 하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시작하죠.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여러 가지 특징들을 발견하시게 될 겁니다.
나는 주로 어떤 것에 관심을 갖고 어떤 말을 좋아하고 어떤 말에 상처를 잘 받고 이해할 수 없지만 특정 행동들을 자꾸 반복하는 등, 시간 내어 분석하지 않아도 자기 자신에 대한 분석을 자연스럽게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분석이 완료되는 시점이 바로 최종 단계인 버리기 단계로 가는 겁니다.
6. 분리수거 일기 Lv4
뭘 버려야 할까요? 내가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내 생각이나 남의 말이 바로 그것입니다.
여러분의 집에 당장 입지는 않지만 뭔가 아깝고 입을 것 같아서 보관만 하고 입지 않는 옷들이 있지 않으신가요?
언젠가 쓸 것 같고 괜찮아서 갖고는 있는데 한 번도 입지 않은 옷, 바로 그런 것들을 버리는 겁니다.
지금 내 삶에서 행동으로 실천할 수 없는 생각이나 남의 말 같은 것들을 한번 찾아보시고 버려 보세요.
제 경우는 이렇습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지만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목표를 높게 잡으면 잡을수록 그 근처까지 갈 수 있다.’
‘뭐든 한 방만 제대로 터지면 역전할 수 있다.’
‘엄청난 고난과 역경은 위대한 예술이 탄생하는 씨앗이다.’
좋은 말들이긴 하지만 지금의 저에게는 당장의 행동으로 옮길 수 없는 무거운 말들이죠.
여러분도 저처럼 지금 당장 행동으로 옮길 수 없는 그런 무거운 말이나 불필요한 생각들을 가지고 계시진 않나요?
이렇게 물어보실 수 있습니다. 그냥 있었던 일만 편하게 쓰면 되지, 이렇게 번거롭게 써야 되는 이유가 뭔가요?
7. 분리수거가 필요한 이유
정신없는 일상과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마음이 연약한 사람들은 타인의 생각에 쉽게 휩쓸리고 남과 쓸데없는 비교를 하면서 자기를 깎아 내리곤 하죠. 그런데 이때 내 생각과 남의 말과 내 행동, 그리고 버릴 것들을 분류하기 시작하면 정신이 맑아지고 나만의 줏대가 생기고 사고력이 강해집니다. 그리고 씩씩하게 살아갈 에너지가 생기죠. 게다가 덤으로 내가 주로 어떤 곳에 꽂혀 있고 어떤 곳에 긁히는지 등과 같은 나만의 특징, 즉 자기 발견을 하게 되는 겁니다.
8. 분리수거 일기 Tip
첫 번째는 욕심을 내려놓고 천천히 하나씩 해보라는 겁니다. 네 가지의 카테고리를 말씀드렸지만 처음부터 이 네 가지를 다 건드리지 마시고 초급, 중급, 고급을 나눠드린 것처럼 하나씩만 해보기 시작하세요.
두 번째는 좋아하는 것부터 먼저 선택해도 된다는 겁니다. 버릴 것을 먼저 적고 싶은 분들은 버릴 것을 선택해도 되고요. 남의 말을 적고 싶은 분들은 남의 말을 먼저 적어도 됩니다. 행동을 체크하고 싶은 분들은 행동만 적어도 상관없고요.
세 번째는 분류 항목을 늘릴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감사나 운동이나 공부나 식단 등의 나만의 카테고리를 만들 수 있죠.
단, 자기의 여가 시간에 적절히 할 수 있는 만큼만 카테고리를 정해 주시고요.
너무 산만하게 카테고리를 계속 바꾸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관찰할 때 관찰할 주제를 정해놓고 그 주제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관찰을 해야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듯이, 우리가 카테고리를 자꾸 바꾸기 시작하면 자기 자신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도 발견할 수 없고, 쓰면서 더 산만해지고 복잡해지는 경험을 하실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9. 분리수거 일기는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분리수거 일기는 관찰 기록의 형태에 가까우므로 인내심을 필요로 합니다.
즉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최소 한 달 이상은 꾸준히 써주셔야 무언가를 관찰했다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의 데이터가 쌓인다는 것이죠. 그러니 한두 번 해보고 ‘나랑 안 맞는 것 같아’, ‘이건 너무 어려워’라고 내팽개치지 마시고 꾸준히 하나씩 천천히 해 보시길 바랍니다.
저는 참 제 생각이 얕고 남의 생각에 쉽게 휩쓸리는 사람 중 한 명이었습니다.
하지만 기록을 통해서 저만의 줏대를 갖게 됐고 그것이 바보 같은 고집이 아닌 현명한 지혜로움으로 나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부디 저와 같은 깨달음을 여러분들은 더 많이 그리고 더 빨리 얻어가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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