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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종의 기원 』, 다윈이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한 이유

목차 📚

📌 먼치 POINT

서울대 장대익 교수가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인생의 뿌리이자 인류 사상의 뿌리로 규정하며, 이 책이 가진 독창성과 중요성을 설명합니다. 38억 년 생명 역사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유일한 책으로 평가하며, 자연선택 이론과 생명의 나무 개념이 다윈만의 독창적 공헌이라고 강조합니다.
종의 기원을 제대로 읽는 방법부터 160년이 지난 이론의 한계와 현대적 보완, 그리고 진화학자가 직접 번역한 의미까지 상세히 다룹니다.

들어가기 전에

장대익 교수에게 종의 기원은 뿌리와 같습니다. 진화에 근거해서 생각하고, 진화에 근거해서 인간의 행동과 마음의 작동을 이해하려는 뿌리가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종의 기원을 "인생의 뿌리이자 인류 사상의 뿌리"라고 정의합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과학책이 있지만, 세상을 바꾸고 인류의 지성사를 바뀐 과학책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세상을 바꾼 다윈만의 독창적 이론

뉴튼의 프린키피아나 코페르니쿠스의 천체 회전에 관하여 같은 책들은 읽기가 쉽지 않지만, 다윈의 종의 기원은 일반 사람들도 읽을 만하면서도 세상을 바꾼 책입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38억 년에서 40억 년에 이르는 생명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유일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어디서 왔고 무엇이고 어디로 가는가"라는 고갱의 질문에 과학적으로 답하는 가장 위대한 책이며, 이 책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되는 분수령이 되는 책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종의 기원을 생명이 진화한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한 책이라고 말하지만, 정확히는 그렇지 않습니다. 종이 변한다는 생각은 다윈 이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공공연하게 했고, 그런 책들도 이미 존재했습니다.
종의 기원이 독창적으로 제시한 이론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생명이 마치 나무 가지가 줄기에서 뻗어나가듯이 분기하면서 진화했다는 '생명의 나무' 개념입니다.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와 가지가 뻗어 나간 것처럼 진화했다는 이 개념이 가장 중요한 독창적 공헌입니다.
둘째는 그런 패턴들이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서 생겨나게 되었는가를 설명한 자연선택 이론입니다. 자연선택 이론과 생명의 나무 개념이야말로 다윈만이 했던 아주 독창적인 이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다윈과 월리스의 동시 발견

과학의 역사를 보면 누가 먼저 했느냐가 매우 중요한데, 동시 발견이라는 흥미로운 현상들이 꽤 있습니다. 미적분학을 둘러싼 뉴튼과 라이프니츠의 논쟁처럼, 비슷한 시기에 지식인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윈과 월리스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월리스는 다윈보다 10살 아래이지만, 종이 어떻게 분기하는가 하는 문제에 골몰했던 사람이었습니다. 흥미롭게도 다윈과 월리스 모두 멜서스의 인구론을 읽었고, 이 책이 자연선택 이론을 펼치는 데 공통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멜서스 인구론은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니까 생존 투쟁이 벌어진다는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다윈과 월리스는 이를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동식물계에 적용한 것이 바로 자연선택 이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종의 기원을 제대로 읽는 방법

종의 기원을 읽어보려고 시도했던 독자들의 공통적인 경험이 있습니다. 1장을 읽다가 포기한다는 것입니다. 세상을 바꾼 책이니까 위대한 이론이 처음에 등장할 줄 알았는데, 비둘기 이야기가 잔뜩 나와서 언제 끝나는지 모르겠다며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3장과 4장에서 정말 핵심이 나옵니다. 자연선택이 무엇이고, 생존 투쟁이 무엇이며, 생명의 나무라는 개념이 무엇인지를 아주 명확하게 설명합니다. 이것이 바로 세상을 바꾼 내용입니다.
장대익 교수가 추천하는 효율적인 독서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3장, 4장을 먼저 읽고, 5장(변이에 관한 내용)은 건너뛰세요. 틀린 얘기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6장은 자기 이론의 난점을 얘기하는 매우 재미있는 장입니다. 시간이 없다면 과감하게 14장 요약을 읽으시면 됩니다.
더 재미있게 읽고 싶다면 3장, 4장을 읽고 나서 1장, 2장을 읽어보세요. 1장을 읽기 전에는 그 당시 비둘기 품평회나 개 품평회가 전 국민이 관심 있는 스포츠였다는 배경을 이해하면 도움이 됩니다. 심지어 여왕도 자기 비둘기를 만들었을 정도였습니다.

🔬 160년이 지난 이론의 한계와 현대적 보완

다윈은 자신의 이론의 난점을 정직하게 기술했습니다. 특히 화석 기록이 불완전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점진적으로 진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중간 단계에 있는 화석들이 다 발견되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화석 기록이 생물체의 1%에서 10%도 안 남기 때문입니다.
다행스럽게 160년이 지나면서 고생물학 분야에서 어마어마한 화석들이 발견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3억 7천만 년 전 최초의 육상 사지동물인 틱타알릭입니다. 물고기가 육지로 나오는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 이 화석의 발견은 20년 사이 고생물학계의 가장 위대한 발견 중 하나입니다.
또한 다윈이 믿었던 혼합 유전 이론은 현대 분자 수준의 유전학으로 완전히 대체되었습니다. 그리고 발생학 분야에서는 1990년대에 진화발생학(이보디보) 분야가 생겨나면서, 다윈의 이론이 현대적으로 보완되고 있습니다.
장대익 교수의 번역이 가지는 의미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진화학을 전공한 사람이 번역한 책이라는 점입니다. 진화학과 과학철학을 함께 전공한 사람이 번역했다는 면에서 조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가 가능하도록 번역하는 것이었습니다.
원래 저자의 스타일과 내용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읽기가 가능해야 했습니다. 흥미롭게도 다윈도 이런 점을 신경 썼습니다. 편집자에게 영국의 일일 노동자 월급이 얼마냐고 물어보고, 모든 노동자들도 읽을 수 있도록 싸게 출간하자고 제안했을 정도였습니다.
다윈은 굉장히 글을 잘 쓴 학자였습니다. 10권 정도 책을 썼는데 다 베스트셀러였습니다. 모든 사람이 관심 있는 주제로 시작하는 글쓰기의 후크가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빅토리아 시대의 만연체 문체와 문화적 차이 때문에 현재 읽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이를 적절히 조정하는 것이 번역의 과제였습니다.

❓다윈에게 묻고 싶은 세 가지 질문

장대익 교수가 다윈을 만날 수 있다면 묻고 싶은 첫 번째 질문은 종교에 관한 것입니다. 다윈은 40세에 사랑하는 딸 애니가 아파서 죽을 때 진짜로 기도하고 서약까지 했지만, 딸이 죽자 엄청난 실망과 분노를 느꼈습니다.
그때부터 불가지론에서 무신론으로 기울어졌다고 보이지만, 한 번도 자신이 무신론자라고 선언한 적은 없습니다.
두 번째는 월리스의 편지를 받았을 때의 심정입니다. 1858년에 월리스의 편지를 받고 "내 인생 끝났다"며 좌절했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 편지를 받았다고 하면 두 번째 사람이 되고, 안 받았다고 하고 자신의 이론을 발표하면 사기꾼이 되는 상황에서 어떤 돌파구를 생각했을지 궁금합니다.
세 번째는 인류의 진화에 대한 생각입니다. 종의 기원에는 인류 진화가 나오지 않고, 1871년 '인간의 유래'에서 본격적으로 다룹니다. 처음부터 생각이 없었는지 아니면 전략적 선택이었는지 알고 싶다고 합니다. 흥미롭게도 다윈은 공통 조상 이론을 근거로 노예 제도를 극혐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죽음이 두렵지 않은 이유

칼 세이건이 죽음을 앞두었을 때, "나는 정말 두려운 게 아니라 정말 알고 싶다. 너무나 중요한 질문들을 다 모르는 것이 후회스러울 뿐이지 두려움 따위는 없다"고 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위대한 지식인들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자연계의 비밀을 안 사람으로서 이 정도 법칙을 발견했으면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자연계가 어떤 법칙으로 변하고 유지하고 다양해지는지, 이런 비밀을 발견했으면 사실 별로 두려움은 없는 것입니다.
모르니까 두려운 것도 많습니다. 그래서 그 비밀을 발견한 사람으로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이고, 그것이 어쩌면 호기심의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종의 기원을 읽지 않았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글자를 못 읽으면 문맹이라고 하는데, 문맹이어도 살 수는 있습니다. 예전에 한글을 모르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계셨지만 문제없이 사셨습니다. 하지만 무엇이 문제일까요? 이 사회를 이해하고 넓은 지식의 세계를 체계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종의 기원은 이 자연 세계에 대한 그 문맹을 탈출시키는 책입니다. 이 자연 세계가 어떻게 다양해졌고 어떻게 이렇게 정교한 것들로 가득 차 있는지를 이 관점을 통해서 보지 않으면 그냥 신비입니다. 그냥 문맹인 것입니다.
살아갈 수는 있지만 정말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못 느끼는 것입니다. 자연에 대한 일종의 경의감을 못 느끼는 것입니다. 원리를 발견했을 때 엄청난 기쁨이 있는데, 못 읽은 분이 계시다면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그 비밀을 깨닫게 되신다면 인생이 다시 보이고, 자연이 다시 보이고, 꽃이 다시 보이는 그런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Created by 카오스 사이언스
CC BY 라이선스 | 교정 SENTENCIFY | 에디터 최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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