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검? 흰금? 뇌과학으로 풀어보는 드레스 논쟁 | 서울대학교 뇌활동 연구실 신혜영 교수
📌 먼치 POINT
뇌활동 연구실은 시각 착시와 같은 현상을 활용해 뇌가 감각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고 추론하는지 연구합니다.
세포 외 전기생리학, 투포턴 홀로그래픽 메소스코프, 신경망 시뮬레이션이라는 세 가지 핵심 기술로 뉴런 활동을 측정·조작하며, 바인딩 문제와 같은 뇌의 정보 통합 과정을 규명하려 합니다.
착시 지각 실험과 쥐의 뇌 활동 분석을 통해 지각과 인지의 기반을 탐구하며, 연구자들에게는 수학·통계·코딩 능력보다도 뇌과학에 대한 흥미와 열정을 강조합니다.
👉 뇌활동 연구실은 착시 현상과 첨단 뇌과학 기술을 통해 뇌의 지각과 추론 원리를 밝히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2015년 인터넷을 휩쓴 '드레스 논쟁'을 기억하시나요? 이 드레스가 흰색과 검은색으로 보이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놀랍게도 이 드레스는 사람에 따라서 60%의 인구는 파란색과 검은색으로 보이고, 30%의 인구는 흰색과 금색으로 봅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뇌와 카메라의 근본적 차이
이처럼 우리의 대뇌는 같은 시각 정보를 가지고도 대뇌가 어떻게 와이어링되어 있느냐에 따라서 같은 사물을 다르게 해석하게 됩니다.
뇌활동 연구실은 바로 이러한 지각과 인지의 기반이 되는 뇌 활동, 특히 대내외 활동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흔히 시각을 카메라에 비유하게 되는데, 카메라는 시각 정보를 충실히 그대로 재현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의 뇌는 감각 정보를 해석하여 사물을 유추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 목표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러한 유추의 과정에서 실수가 생기면 착시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카니자 삼각형이라는 착시 현상은 착시 윤곽선이 삼각형의 각 변에 형성되면서 나타나는 착시 현상입니다.
🌀 착시 현상을 활용한 혁신적인 뇌 연구 방법론
지각 추론이라고 하는 것은 감각 정보와 뇌가 감각 세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사전 지식을 결합하여 형성되는 연산입니다. 이 과정을 연구하기 위해 아주 유용한 도구가 바로 착시 현상입니다.
착시 현상을 활용하면 감각 정보에 충실한 신경코드와 추론된 사물을 반영하는 신경코드를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착시 윤곽선을 살펴보면, 감각 정보에 충실한 신경코드는 공백 구간에 선이 없다고 보고를 할 것이고, 추론을 반영하는 신경코드는 여기에 선이 보인다고 보고할 것입니다.
감각 정보와 추론, 이 두 가지를 구분할 수 있어야지만 뇌 영역 어디서 어떻게 추론이 일어나는지 밝혀낼 수 있기 때문에 착시 현상의 이러한 독특한 특징을 활용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쥐에게도착시 윤곽선이라는 착시 현상이 일어난다는 결과가 여러 차례 보여진 바 있기 때문에, 쥐가 착시 윤곽선을 관측하는 동안 여러 방식으로 뇌 활동을 측정하여 그 다이내믹스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세 가지 핵심 뇌 연구 기술
뇌활동 연구실에서 뇌 활동을 측정하고 조작하기 위해 크게 세 가지 기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세포 외 전기생리학입니다. 세포 외 전기생리학은 아주 높은 시분해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수백 개 혹은 수천 개의 뉴런을 1밀리세컨드 이하의 시분해능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두 번째로 사용하는 기술은 투포턴 홀로그래픽 미소스콥이라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뇌 활동을 측정할 뿐만 아니라 조작할 수도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 번째로 사용하는 방법은 신경세포들이 이루는 네트워크를 시뮬레이션하는 것입니다. 이로써 실험과 이론, 그 두 가지를 병행할 수 있게 됩니다.
최근의 연구는 쥐가 착시 윤곽선 등이 포함된 여러 가지 이미지를 보는 동안 측정된 세포 외 전기생리학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입니다. 착시 윤곽선 지각의 기반이 되는 뇌 활동을 규명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지금까지 뇌과학 연구들은 감각 자극을 준 후에 뉴런들이 얼마나 충실하게 그것에 반응하는지에만 치중해서 뇌 활동을 분석해 왔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물의 일부만을 보고도 무엇인지 알 수 있듯이, 뇌활동 연구실은 지각의 목표가 정확한 인지보다는 사물의 추론이라는 전제하에 연구를 합니다.
현재 단기 기억과 관련된 쥐의 뇌 활동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저글링을 모델로 한 실험을 진행하는데, 똑같이 생긴 두 공을 양손에 쥐고 있다가 두 공을 교체했을 때 만약 교체하는 동작을 보지 않았다면, 사실 교체 전과 교체 후가 무엇이 바뀌었는지 구분이 안 될 것입니다. 각 공의 정체는 이 공의 동선에 대한 단기 기억이 있어야지만 구분이 가능합니다.
이에 착안하여 두 공의 위치를 교차하는 것을 관찰하는 쥐의 활동을 투포 이미징이라는 특수한 기술을 통해서 측정하였고, 이 데이터를 현재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석 데이터를 가지고 뉴런들의 활동 패턴으로 표상된 정보들을 분석해서 뉴런들이 어떠한 정보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를 인공신경망을 통해 분석하고 있습니다.
🔬 혁신적인 뇌 연구 도구
뇌활동 연구실의 가장 대표 기술 중 하나인 홀로그래픽 메소스코프는 홀로그래피와 메소스코프라는 2가지 기술을 병합한 기술입니다.
홀로그래픽 기술을 설명하면, 정해진 대뇌 영역에 임의의 뇌 활성 패턴을 주입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즉 원하는 뇌세포를 원하는 시간에 활성화시킬 수 있는 기술입니다. 홀로그래피를 일반 투포톤 현미경과 결합하면 1mm 이내의 영역, 대뇌 국부위에 해당하는 영역밖에 관측이 안 됩니다.
이 기술을 확장하여 메소스코프와 홀로그래피를 결합하였습니다. 투포톤 메소스코프를 사용하면 쥐의 대뇌 여러 영역을 동시에 관측할 수 있는데, 7개의 영역을 관측할 수 있습니다.
이 메소스코프 현미경과 홀로그래피 기술을 병합하면 한 영역에서 신경 활동을 임의로 조작하면서 다른 영역의 뇌 활동을 동시에 관측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따라서 대뇌 영역 간의 통신의 원리를 밝히는 데 굉장히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기술입니다. 가운데 큰 세모 모양이 쥐의 1차 시각 영역이고 그 주변 영역들이 고차 시각 영역에 해당되는데, 홀로그래피로 활성화시킨 세포들의 영향으로 다른 영역들의 뇌활성이 동시에 관측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뇌가 정보를 통합하는 신비
뇌활동 연구실에서 궁극적으로 답하고 싶은 질문 중 하나는 아주 유명한 바인딩 프라블럼이라는 질문입니다.
예를 들어 팬더가 쇠창살 안에 있을 때, 대뇌의 시각 영역에 팬더에 반응하는 세포들도 있을 테고 쇠창살에 반응하는 세포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팬더에 반응하는 뉴런들이 하나의 물체에 해당되고 쇠창살에 반응하는 뉴런들이 다른 물체를 신호한다는 것을 대뇌에서 어떻게 알까요?
이러한 정보 결합의 문제를 묻는 것이 바로 바인딩 문제입니다. 뇌활동 연구실에서는 지각 추론 과정에서 바인딩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규명하고자 합니다.
뇌과학 연구자가 되고 싶다면
뇌과학에 관심이 있고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그리고 통계나 수학에 익숙하거나 혹은 잘 알지 못하더라도 그걸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면 좋습니다.
데이터 분석을 위한 코딩으로 파이썬이나 매트랩 코딩을 잘 알고 있으면 훨씬 더 빨리 배울 수 있기는 하지만, 그런 툴은 인턴을 하면서 충분히 배울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제일 중요한 것은 뇌과학에 대한 흥미, 열정입니다.
핵심적인 조언은 만약 정말 뇌과학에 관심이 있다면 연구실에 연락을 해서 인턴을 한다면, 뇌과학 분야를 이해하고 공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과학의 연구 분야가 정말 많습니다.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연구 주제와 적성에 맞는 연구 방법을 찾는 것이 너무나 중요합니다.
대학원에 진학할 때 어느 대학 어느 과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연구 분야에 대한 선택입니다.
같은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라고 하더라도 연구실마다 연구 주제와 방법이 매우 다르고 다양하기 때문에, 자신이 앞으로 짧게는 6년 길게는 평생 즐겁고 보람차게 연구할 수 있는 연구 분야를 찾아 연구실을 정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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