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마라톤 풀코스 완주, 라이보의 다음 도전은? I KAIST 황보제민 교수, 박정수 연구원, 염동훈 연구원
📌 먼치 POINT
1. KAIST의 4족 보행 로봇 '라이보' 개발과 기술
황보제민 교수팀은 부품부터 AI까지 통합적으로 설계해 장시간 보행 가능한 중형견 크기의 4족 로봇 '라이보'를 개발했다. 모래·물·언덕 등 다양한 지형을 인식하고 적응하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최대 67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 에너지 효율도 확보했다.
2. 마라톤 도전과 실외 환경에서의 성능 검증
라이보는 실제 마라톤 대회에서 42km 완주에 성공하며 주행 안정성과 내구성을 입증했다. 사람과 함께 달리며 생긴 시행착오를 기술 개선에 반영했고, 자율주행 산악 마라톤으로의 확장도 준비 중이다.
3. 미래 목표와 로봇 기술 확장
연구팀은 다관절 조작이 가능한 팔 장착 로봇과 인간형 휴머노이드 개발을 통해 활용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향후에는 다중 센서 융합 및 네트워크 제어 기술을 기반으로 수십 대 로봇을 동시에 운영하는 미래를 지향한다.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황보제민입니다. 저와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박사과정 염동훈, 박정수 연구원과 함께 저희가 개발한 4족 보행 로봇 '라이보'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라이보는 중형견 크기의 4족 보행 로봇입니다. 전기 배터리를 사용해서 관절마다 달린 12개의 모터를 구동하고 보행할 수 있는 로봇입니다. 저희 연구팀이 2020년부터 개발하여 2021년에 첫 걸음을 뗄 수 있었습니다.
통합적 개발 접근법과 상용화

저희 연구실에서 오랜 기간 연구 개발을 진행했으며, 작은 부품부터 직접 설계해서 시스템 전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연구를 했습니다. 2023년에는 라이온 로보틱스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이제는 회사에서 생산 판매도 하고 있는 제품입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하드웨어 설계, 시뮬레이션, AI까지 라이보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모터 기어, 모터, 드라이버 등 로봇의 중요한 부품의 성능을 높이는 연구뿐만 아니라, 그 부품들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파악해서 시스템 전체가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설계합니다.
이러한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는 AI 기술도 중요합니다. 다양한 지형에서 안정적이면서도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걷는 기술이 있어야 최고의 성능을 내는 로봇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작년에 공개한 기술이 대표적입니다. 모래나 얕은 물처럼 지반이 안정적이지 않은 지형에서도 달릴 수 있는 기술입니다. 이런 지형에서 잘 걸으려면 다양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하드웨어를 빠르고 강하게 만드는 것은 당연하고, 미리 지형에 대한 정보를 모르기 때문에 한 번 걸어보고 그 지형을 느끼고 판단하는 AI 기술이 필요합니다.
또한 이런 AI를 학습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수적입니다. 저희는 이런 데이터를 얻기 위해 시뮬레이션도 개발하였습니다. 이러한 기술이 모두 갖춰졌을 때 비로소 로봇이 땅과 상호작용을 하고 대응하면서 달릴 수 있게 됩니다.
장시간 운용을 위한 에너지 효율성 혁신
새로운 라이보는 기존 로봇들과 다르게 8시간 이상 장시간 운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이를 위해서 기구, 전장 제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어려웠던 점은 여러 가지가 있었습니다. 제가 담당한 기구 설계 분야에서는 로봇의 구동기에 들어가는 기어 제작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정밀하고 저항이 적은 기어가 에너지 효율적인 로봇에서 필수적인데 이를 생산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생산 방식, 열처리 등 여러 가지 조건을 바꾸어가며 30개 정도의 시제품을 만들어 보았고 그중 가장 성능이 우수했던 방법으로 해결했습니다. 이 외에도 사람이 많은 환경에서 통신이 어렵거나 정전기, 외부 충격 등으로 데이터가 깨지거나 노이즈가 발생하여 로봇이 이상 구동하는 현상들이 발생했습니다. 이때 연구실 구성원 모두가 이 문제에 매달려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4족 보행 로봇의 한계 극복

4족 보행 로봇은 최근 모래, 얼음, 산지 등 다양한 지형에서 성능을 입증하고 있으나 여전히 바퀴 기반 주행 로봇보다는 주행 거리가 짧습니다. 많은 연구자들이 이러한 한계를 지적하면서 보행 로봇과 바퀴 로봇을 융합하는 복합적인 시스템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저희는 다리형 로봇의 에너지 효율을 최대한 높여서 오히려 대부분의 바퀴형 로봇보다도 더 먼 거리를 갈 수 있는 로봇을 만들었습니다.
기존의 4족 로봇이 에너지 효율 때문에 실내 작업에 주로 쓰였다고 한다면 저희 로봇은 수십 km 범위까지 실외 작업이 가능합니다. 상주 마라톤은 이런 라이보의 성능을 보여줄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습니다. 특히 높은 언덕들이 반복되어 인간 마라토너에게도 어려운 코스로 유명합니다. 이런 코스를 수천 명이 지켜보는 대회에서 완주함으로써 저희가 가진 기술을 제대로 선보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마라톤 도전: 실패에서 성공까지
사실 라이보 2는 최대 보행 거리가 67km입니다. 곧 나오는 새 버전은 75km 이상 달릴 수 있습니다. 저희는 마라톤을 넘어서 곧 저가형 전기자동차만큼 멀리 갈 수 있는 보행 로봇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난 9월 금산 인삼축제 마라톤 대회에서 첫 도전에 나섰지만 37km 지점에서 배터리가 방전되어 완주에 실패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실제 마라톤 코스에서 다른 주자들과 같이 달리다 보니 일정한 속력을 내지 못하였고 감속과 가속을 반복해서 예상보다 10km 일찍 배터리가 소진되었습니다. 이는 안전을 저희가 최우선으로 고려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고 길이 좁은 금산 마라톤 코스에서는 쉽게 다른 주자를 추월해서 갈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상주에서는 길이 넓어 더 쉽게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보행 로봇이 이렇게 오래 걸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저희는 다양한 고민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 로봇의 신발만 하더라도 일반 로봇들이 쓰는 재질을 쓴다면 마라톤마다 발을 바꿔야 합니다. 또 긴 거리를 간다는 것은 배터리뿐만 아니라 로봇의 안정성에서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연구용 로봇이 사실 이런 안정성을 가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저희는 꾸준히 설계를 보완하였고 라이온 로보틱스와 연구실의 협력을 통해서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마라톤 당일의 특별한 순간들
먼저 대회 지나가기 전에 날씨가 가장 걱정이었습니다. 대회에 며칠 전까지만 해도 비가 온다고 되어 있었는데, 정말 다행히도 당일날 비가 안 왔고 날씨도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적당한 날씨였습니다. 대회 진행 중에 기억에 남는 건 풀 코스 내내 같이 뛰어주신 어르신이 계셨는데 풀 코스를 200번도 넘게 뛰셨다고 하더라고요. 뛰는 내내 "대한민국 KAIST 라이보 화이팅" 하고 응원해 주셔서 힘이 났었습니다.
저희가 마라톤을 4파트로 나뉘어서 10km씩 뛰기로 했는데 코스 중에 오르막길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영상으로 봤는데 오르막길에서 뛰기로 한 친구가 힘들어서 중간에 쉬고 있더라고요. 이런 것들이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인 것 같습니다.
넥스트 챌린지
마라톤은 성공했으니까 다음으로는 더 어려운 산악 마라톤을 자율주행으로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이번 마라톤 코스는 대부분 포장도로라서 제어하기 쉬웠습니다. 산악 지형에서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려면 카메라 같은 눈을 달고 어디를 밟아야 할지 선택하면서 제어해야 하는 더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번 마라톤에서도 많이들 물어보신 게 조종하는 거냐 아니면 자율주행이냐 이렇게 물어보시더라고요. 저희 연구실도 장애물을 회피하는 자율주행은 가능합니다. 사람처럼 갑자기 달려들거나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는 물체를 회피하면서 자율주행하는 것은 더 연구해야 할 분야입니다. 이런 걸 다 합친 산악 마라톤 자율주행이 다음으로 도전해야 할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미래 기술 발전 방향

라이보를 더 발전시켜 더 멀리 안정적으로 다양한 지형을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카메라나 라이다 등 다양한 센서에서 오는 복잡한 정보를 융합하여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복잡한 정보 소스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조를 설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1명의 오퍼레이터가 수십 대의 로봇을 제어하는 그런 세상도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더 안전하고 더 넓은 범위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연구실에서는 다양한 로봇을 연구하고 있는데 크게 두 가지 정도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로 기존에 개발했던 라이보 2에 팔을 장착하여 매니퓰레이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물체를 집거나 문을 여는 것을 넘어서 무거운 물체를 옮긴다거나 테니스를 친다는 등 역동적인 연구를 진행해 보고 싶습니다. 둘째로 4족 보행 로봇을 넘어서 인간형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생산 가능한 인구가 줄어드는 미래를 대비하여 인간이 하고 있는 일들을 무리 없이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Created by KAIST
CC BY 라이선스 | 교정 SENTENCIFY | 에디터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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