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중 사고로 최후를 맞이한 중국인 마술사, 이후 밝혀진 그의 놀라운 정체...
📌 먼치 POINT
1. 신비한 동양 마술사, 청링수의 등장과 명성
청링수는 동양에서 온 신비로운 마술사로 알려져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영어를 못 한다는 설정과 신비로운 이미지가 그를 더욱 신비스럽게 보이게 했다.
물고기 소환, 공중 낚시, 총알 잡기 등 화려한 마술 트릭으로 관객을 매료시켰다.
2. 충격적인 정체, 미국인 윌리엄 로빈슨
1918년 공연 중 사고로 사망한 후, 유창한 영어로 유언을 남겨 정체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그는 사실 미국인 마술사 윌리엄 로빈슨이었고, 철저한 분장과 설정으로 중국인 행세를 해왔다.
진짜 중국인 마술사 칭링푸의 트릭을 모방해 경쟁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3. 인생 전체를 마술로 바친 인물
철저한 캐릭터 설정과 연기로 정체 자체를 하나의 마술로 만든 인물로 기억된다.
대중은 그의 마술에 감탄하며 정체에 실망하지 않고 여전히 그를 마술사로 존경한다.
청링수의 생애는 하나의 완성도 높은 서사이자, 전설적인 마술사로 남게 되었다.
동양에서 온 신비한 마술사의 등장

마술이란 참 매력적인 이야기들 중 하나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마술 쇼는 그야말로 혼을 쏙 빼놓았다는 말이 잘 어울립니다. 지금도 수많은 마술사들이 활발히 활동 중이며 새롭고 재미있는 트릭들이 만들어지는 등 마술의 세계는 현재도 많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현재도 이런 정도니 과거에는 어땠을까요? 그래서 수많은 유명 마술사들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런 여러 마술사들 중에서도 서양에서 활약하던 어느 중국인 마술사는 신기한 트릭으로도 대단히 유명세를 떨쳤지만 그의 비극적인 최후와 그 후에 밝혀진 괴이한 정체로 인해 또 한 번 이름을 널리 알리기도 했습니다.
그는 바로 오늘의 주인공인 청링수라는 이름의 남성 마술사입니다. 그가 이례적이었던 이유는 그의 출신 때문이었습니다. 이 청링수는 중국인 마술사로 알려져 있었으며, 이 때문에 동양에서 온 신비한 마술사로서 당시 동양에 대해 막연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에게 상당히 신비롭게 비춰졌습니다. 또한 영어를 단 한마디도 할 줄 몰랐기 때문에 정말 간단한 의사소통 정도만을 제외하고는 늘 옆에 통역사를 데리고 다니면서 오로지 통역사를 통해서만 대화를 할 수가 있었습니다. 이것이 그의 신비한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켰습니다.
청링수의 대표적인 마술 트릭들

청이 인기를 끌었던 것은 단순히 동양인이어서나 그저 신비로운 이미지여서만은 아니었습니다. 청이 보여주던 마술 역시 무척이나 신비했습니다. 그의 대표적인 트릭들 중 하나는 아무것도 없는 책상 위에 비단 천을 하나 덮은 뒤 그 천을 걷으면 거대한 어항이 나타나는 마술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비어 있는 어항이 아닌 물과 금붕어가 들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또 하나의 마술 중에는 공중 낚시 트릭이 있었습니다. 낚싯줄 끝에 가짜 미끼를 달아둔 다음 이 낚싯대를 관객석 쪽에 던집니다. 도대체 뭐 하려고 일어나 관객들이 궁금해할 때 청은 곧바로 낚싯대를 잡아챘습니다. 그 뒤 미리 준비된 비어 있는 어항 안에 방금 잡아챈 낚싯대 끝에서 생겨난 금붕어를 집어넣었습니다. 이른바 허공에서 금붕어를 낚는 트릭이었는데, 한 번만 낚는 것이 아닌 여러 번 낚아 올리면서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줬습니다.
청이 보여준 가장 유명한 트릭 중 하나는 바로 총알 잡아내기였습니다. 말 그대로 총에서 발사된 총알을 빠른 속도로 피한 다음 손으로 총알만 잡아내는 마술이었습니다. 이 마술은 늘 조수 2명과 관객들이 동반되었습니다. 중국인 복장을 한 조수 2명이 총을 가져오면 청의 관객들 중 몇 명을 지목하여 무대로 올라오게 했습니다. 그런 뒤 청은 무대에 올라온 관객에게 직접 총알을 건네주며 어떠한 조작도 없음을 보여주기 위해 관객이 총알에 직접 표시를 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는 그 표시된 총알이 장전되는 것까지 보여주고, 이후에 그의 조수가 청을 향해 총을 발사하면 청이 멋지게 손으로 잡아내서 총알을 그릇 안에 넣어둔 뒤 아까 그 관객에게 그 총알이 맞는지 직접 확인하게 했습니다. 당연히 총알은 아까 관객이 표시해뒀던 총알이 맞고 수많은 사람들의 놀라움 속에 마술이 종료되었습니다.
1918년 런던, 비극적인 사고

청은 이런 대담하고 신비로운 트릭을 통해 인기를 얻었고, 프랑스, 영국을 비롯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순회 공연을 하는 등 대단히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던 그에게 비극적인 최후가 찾아온 것은 1918년이었습니다.
1918년 3월 런던에서 공연 중이던 청링수 여느 때와 다름없이 그는 대표 마술 트릭 중 하나였던 총알 잡아내기 공연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관객이 총알에 표시를 하고 조수가 총을 장전하는 것까지는 늘 그렇듯이 매우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조수가 청을 향해 총을 발사하는 순간 청은 평소와 다르게 갑자기 크게 몸을 젖혀버렸습니다. 그리고는 무대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알고 보니 원래 소리만 나고 발사는 되지 말았어야 할 총알이 잔여 화약물 때문에 실제로 발사가 되어 버렸고, 청의 몸에 명중하는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관객들을 놀라게 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놀랍게도 영어를 단 한마디도 할 줄 몰랐던 그의 입에서 "사고가 벌어졌다. 커튼을 내려달라"는 말이 나왔던 것입니다. 조수들과 관계자들은 서둘러 무대에 커튼을 내리고 청을 병원으로 급하게 옮겼습니다. 안타깝게도 청링수는 폐 쪽에 큰 부상을 입은 상태여서 결국 다음 날 병원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그가 남겼던 마지막 영어 한마디가 유언이 되었던 것입니다.
충격적인 정체 폭로 - 미국인 윌리엄 로빈슨

관객들은 비극적인 사고에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가 마지막에 남긴 영어 역시도 놀랍긴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동안 영어를 단 한마디도 할 줄 모른다면서 언제나 통역사를 통해서만 의사소통을 하던 청이 어떻게 마지막 순간에는 유창한 영어를 내뱉었던 것일까요?
그리고 이후 밝혀진 그의 정체는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마술사 청링수는 진짜 중국인이 아닌 미국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청링수의 진짜 본명은 윌리엄 엘스워스 로빈슨. 1861년생이었으며 출신 또한 미국의 뉴욕이었습니다. 부모 역시 모두 서양인들로 스코틀랜드 출신이었고, 그의 아버지 제임스 캠벨 로빈슨 역시도 마술사 및 엔터테이너로 활약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맏이로 태어난 윌리엄에게 마술을 가르쳤으며, 이것이 윌리엄이 마술사가 되는 계기였습니다.
윌리엄 로빈슨이 청링수가 아닌 자신의 본명을 걸고 처음으로 마술쇼를 선보인 것은 14살 때였습니다. 보드빌 서킷에서 공연을 시작했던 그는 처음엔 자신의 이름만을 내걸고 공연을 선보였지만 나중에는 아크메드 벤 알리라는 가명을 쓰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비슷한 시기 활동했던 또 다른 마술사인 독일의 막스 오징거의 예명 벤 알리 베이에서 따온 것으로 단순히 이름만 따라 지은 것이 아니고 막스의 마술 트릭들까지도 교묘하게 따라 공연했습니다. 보통 남의 트릭까지 알아채고 따라하기는 쉽지 않을 텐데 이런 걸 보면 그의 마술적인 재능은 꽤 좋았던 모양입니다.
진짜 중국인 마술사 칭링푸와의 갈등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마술사로 성공할 수 있던 그가 갑자기 중국인 마술사 청링수 콘셉트를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실존했던 또 다른 진짜 중국인 마술사 때문이었습니다. 이 중국인 마술사의 이름은 칭링푸. 앞서 말씀드렸듯이 청링수와는 다르게 진짜 중국인이었고, 동양에서 온 신비한 마술사라는 명성을 처음 얻은 사람이었습니다.
칭링푸가 자주 보여준 유명한 마술 트릭 중에는 아까 말씀드린 청링수의 마술 중 천을 책상 위에 덮은 다음 물이 가득 찬 그릇을 만들어내는 트릭도 있었습니다. 이 트릭 역시도 칭링푸가 원조였고, 윌리엄이 청링수로 활동하며 그의 트릭을 베껴간 것이었습니다.
칭링푸가 명성을 얻어가면서 벌였던 일들 중에는 당시 돈 1천 달러를 걸고 했던 내기가 있었습니다. 자신의 마술 중 하나를 완벽히 따라하는 사람에게는 아무 조건 없이 이 1천 달러를 주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내기의 내용을 본 윌리엄은 아주 자신 있게 칭링푸의 트릭을 따라 하겠다며 그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실제로 자신의 트릭을 정말로 따라할까 봐 두려웠던 칭링푸는 윌리엄의 연락을 무시하고 이 내기를 없던 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윌리엄은 당연히 무척이나 화가 날 수밖에 없었는데, 이것이 그가 청링수라는 캐릭터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완벽한 변신과 복수의 시작

발단은 어느 에이전트와의 접촉 때문이었습니다. 윌리엄은 1900년 한 공연 에이전트가 프랑스 파리의 폴리 베르제르에서 공연할 마술사를 급히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에이전트가 찾던 마술사에게는 조건이 하나 있었는데 당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던 칭링푸처럼 이 마술사가 동양인이어야 한다는 조건이었습니다.
윌리엄은 이 조건을 듣자마자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자신의 명성도 높이고 새로운 캐릭터도 만들고 또 내기를 한다고 했다가 말을 바꾼 칭링푸에게 큰 골탕을 먹일 수도 있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모두 깨끗하게 밀어버린 다음 당시 중국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 중 하나였던 변발 모양의 가발을 구해 머리에 뒤집어 썼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중국의 전통 의상까지 구한 다음 심지어 피부색을 동양인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 얼굴을 비롯해 눈에 보이는 모든 부위에 특수한 파운데이션을 발라 피부색도 위장했습니다. 또한 칭링푸의 마술 트릭 몇 가지도 익히면서 완벽하게 중국인 마술사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처음에는 호싱수라는 예명을 썼지만 나중에는 완전히 칭링푸와 헷갈리게 만들도록 하기 위해서 비슷한 이름인 청링수로 바꾸게 됩니다. 또한 자신의 배경 스토리까지 꾸며내었습니다. 중국에서 태어났던 그는 13살이 되기 전에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으며, 고아가 되어 버린 그를 중국의 마술사 스승이 맡아 기르면서 스승의 밑에서 마술을 배웠다는 스토리였습니다. 그래서 고대의 중국 마술뿐만이 아니고 현대 유럽 마술까지 혼합해서 배웠기 때문에 자신은 여러 가지 마술에 능통하다는 꽤 그럴듯한 배경이었습니다.
게다가 더 캐릭터성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중국인 여성 조수까지 따로 두었습니다. 이 중국인 여성 조수의 이름은 수신이었으며 두 사람 사이에는 자식까지 있다는 설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여성 역시 중국인이 아니었습니다. 이 수신이라는 여성 조수도 사실 미국인으로 본명은 올리브 도트 패스라는 여성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사실혼 관계에 있었지만 정식으로 혼인 신고는 올린 적이 없었습니다.
두 마술사의 대결과 결말

이렇게 철저하게 캐릭터를 만들어냈으니 그 시절의 사람들은 마술사 청링수를 진짜 중국인으로 착각할 수밖에 없었을 듯합니다. 이 청링수가 오히려 더욱 큰 인기를 끌게 되면서 원조였던 칭링푸와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나중에는 청링수가 자신보다 인기가 많아지게 되자 칭링푸는 자신을 베껴 만든 청링수가 당연히 엄청나게 못마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중에 그는 이 청링수의 정체에 대해 알게 되는데, 놀랍게도 그가 예전에 자신이 걸었던 내기에 자신 있게 도전했던 윌리엄 로빈슨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청링수라는 이름을 내걸고 흉내를 내는 것이 그때 칭링푸 본인이 말을 바꾼 것 때문에 앙심을 품고 자신에게 복수를 하는 것이란 짐작도 하게 됩니다.
이에 칭링푸는 한 신문사와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자신은 청링수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는 진짜 중국인이 아니라는 것 또 그는 가짜 마술사이며 자신의 트릭을 흉내낼 뿐이고 원조가 누구인지 밝혀주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청링수의 트릭 대다수를 자기가 그대로 보여주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마술 대결을 제안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의외로 청링수 윌리엄 로빈슨 역시도 이에 동의했고 기자회견을 위해 어느 신문사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청을 만나기로 했던 그날 신문사에 도착한 기자들은 예상보다 적었습니다. 이때 칭링푸는 생각보다 언론이나 대중들이 청링수의 정체나 자신의 폭로 등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음을 깨닫게 되었고, 자기가 얻는 것보다 잃을 것이 더 많다고 생각했는지 기자회견과 도전을 또다시 스스로 철회해 버렸습니다. 결국 나중에 청링수 윌리엄 로빈슨이 사고를 당하여 불운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면서 두 사람의 싸움은 끝이 나게 되었습니다.
평생을 바친 마술, 그의 진정한 유산

의외로 청링수의 최후와 이후 밝혀진 그의 정체에 대해 대중들은 실망감을 표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언제나 관객들을 즐겁게 해줬으며, 절대로 실망시키는 공연을 보여준 적이 없기 때문에 훌륭한 마술사로서 그를 기억하고 싶을 뿐, 그 외의 것은 아무래도 좋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마술사들은 자신의 트릭을 절대 공개하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어쩌면 그는 자신의 정체를 하나의 큰 트릭으로 남겨두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인생 자체를 평생을 바쳐 연기한 마술로 남기려 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청링수 그리고 칭링푸의 에피소드를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괴이한 정체를 남긴 채 최후를 맞이했던 마술사 청링수 윌리엄 로빈슨의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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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 BY 라이선스 | 교정 SENTENCIFY | 에디터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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