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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형견 키우기 어려운 10가지 이유 | 설채현 행동학 수의사

목차 📚

📌 먼치 POINT

중대형견은 소형견보다 키우기 어려운 이유가 많습니다. 생필품 비용이 크고, 높은 에너지와 교육 난이도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넓은 주거 공간과 높은 치료비, 털 관리와 위생, 문제 행동 시 큰 파괴력, 외출·여행의 제약, 잘못된 사회 인식, 짧은 수명과 어려운 노후 돌봄이 주요 요인입니다.
👉 중대형견은 관리가 어렵지만, 이해와 준비로 충분히 행복하게 키울 수 있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안녕하세요. 설채현 수의사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제 개인적인 아픈 손가락인 중대형견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수의사를 하고 방송을 하며 사회 문제나 뉴스에 관심을 가지면서, 우리 중대형견 친구들과 그 보호자님들에게 힘들겠다, 미안하다는 마음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 안에는 여러 오해가 있고, 중대형견을 키우지 않으시는 분들에게는 그 오해를 한번 풀어드리고자 이번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실제 연구 결과를 봐도 중대형견이 공격성이 오히려 더 낮다는 점입니다. 모든 공격성에서 소형견이 대형견보다 높게 나타납니다.


중대형견을 키우기 어려운 이유

💸 생필품 비용 부담

첫 번째로 생필품 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갑니다. 먹는 것부터 살펴보면, 5kg와 40kg 강아지의 칼로리 요구량을 단순 계산했을 때 5배에서 10배 정도의 사료가 더 필요합니다. 물론 대형견 사료들이 대용량으로 조금 더 싸게 나오지만, 먹는 비용만 해도 훨씬 더 많이 나옵니다.
옷을 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 옷은 똑같은 디자인의 스몰과 엑스라지 사이즈가 같은 가격이지만, 강아지 옷은 크기에 따라 더 비쌉니다. 방석도 그렇고 캔넬도 마찬가지입니다. 작은 아이들과 큰 아이들의 크기가 10배씩 차이가 나다 보니, 기본적인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가게 됩니다.

🏋️‍♂️ 높은 에너지 요구량 & 높은 교육 난이도

두 번째는 아이들의 에너지 차이입니다. 대형견들이 에너지가 훨씬 더 많습니다. 저희가 산책이나 놀이, 교육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우리 강아지들의 에너지를 소모하게 해서 피곤한 개가 행복한 개로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소형견의 경우에는 에너지가 높은 아이들이 아니면, 하루 30분에서 1시간 정도 산책으로도 아주 만족스러워하며 집에 와서 피곤해서 잡니다. 그런데 대형견들은 최소 하루 1시간에서 2시간 정도는 활동을 해줘야만 만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호자분들이 훨씬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 번째는 교육 난이도입니다. 당연히 힘이 센 아이와 작고 힘이 약한 아이를 컨트롤할 때 차이가 있습니다. 저도 교육할 때 여러 가지 도구들을 바꿔가면서 조금 더 제 힘을 극대화하거나 잘 알려줄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코카시안 오브차카 80kg 정도 나가는 친구를 견인하면서 교육하려니 정말 허리가 아팠습니다. 그 정도로 크지 않아도 25에서 30kg만 나가는 리트리버 아이들 교육을 처음에 시킬 때, 올바른 도구 선택을 하지 않으면 갑자기 끌려가서 넘어지면서 팔을 다치거나 다리를 다칠 수 있습니다.

🩺 주거 공간의 높은 요구사항 & 높은 치료비

네 번째는 주거 공간의 요구 사항입니다. 훨씬 더 넓은 공간이 있어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내 덩치에 비해서 공간이 그렇게 넓지 않게 되면, 아이들은 이 공간 전체를 내 공간으로 생각하게 되고 야외에서 배변 배뇨를 보고 싶어 하는 본능이 높아집니다.
과학적 연구 결과를 보면 공간이 무조건 넓어야 되는 건 아니지만, 중대형견들이 느끼기에는 넓은 공간이 있을 때 '내 공간이 이렇게 넓으니까 이 중에 저 정도는 내 공간이 아니다'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형견은 그럴 가능성이 높지만 중대형견은 이게 좀 힘들 수 있습니다.
다섯 번째는 수의학적 치료비가 훨씬 더 많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저는 우스갯소리로 중대형견은 부의 상징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게 진짜 부자라서 그런 게 아니라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약값도 몸무게별로 10kg까지, 10에서 20kg까지, 20에서 30kg까지 점점 높아지는 경우가 있고, 수술 비용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취약이나 약물이 더 들어갈 수 있고, 중성화든 다리 수술이든 몸무게에 따라서 비용이 달라집니다. 호텔링을 맡기거나 유치원을 가도 비용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중대형견 보호자님들께는 보험을 한번 알아보시는 것을 더 권해드립니다. 제가 여러 견종으로 보험료를 비교해본 결과, 동물병원비는 많이 차이가 나는 반면에 보험료 차이는 별로 나지 않았습니다. 지금이 중대형견 보호자님들에게 조금 더 유리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 위생 문제 & 문제 행동 발생 시 큰 파괴력

여섯 번째는 털 관리 및 위생 문제입니다. 아이들의 털이 이중모냐 장모냐 단모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우선 표면적이 훨씬 더 넓기 때문에 나오는 털도 더 많습니다. 목욕도 소형견은 목욕 10분 컷으로 말리는 것까지 하면 15분 안에 끝나지만, 중대형견 아이들은 목욕하고 말리는 데까지 최소한 2시간은 걸립니다.
일곱 번째는 문제 행동이 일어났을 때 파괴력이 소형견들보다 훨씬 더 크다는 점입니다. 무는 행동, 어지럽히는 행동, 분리 불안으로 인한 탈출 행동 등으로 부서지고 망가지는 범위가 소형견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소파를 아예 파먹어버리거나 집에 혼자 있을 때 심심해서 하는 파괴 행동의 규모가 소형견들은 절대 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여덟 번째는 여행이나 외출할 때 제약이 많다는 점입니다. 얼마 전 관광공사에서 강아지들과 함께 여행하는 것을 활성화하고 싶어서 가이드라인에 대한 조언을 구하러 왔을 때, 제가 했던 말이 "중대형견 차별하지 말라"였습니다. 중대형견을 차별할 거면 차라리 그 관광지는 아예 반려견이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뒤에서 또 설명하겠지만 중대형견이 공격성이 오히려 더 낮기 때문입니다. 여행이나 외출할 때 데리고 갈 수 있는 곳들이 많지 않고, 여행 갈 때 맡기려고 보면 호텔링이나 데이케어 비용도 몸무게에 따라 더 많이 나옵니다.

💊 잘못된 사회 인식 & 어려운 노후 돌봄

아홉 번째는 사회 인식 문제입니다. 모든 중대형견들, 특히 모든 대형견들이 입마개를 해야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몇몇 사람들과 언론이 만들면서 중대형견 키우시는 분들이 고생을 많이 하고 계십니다.
실제 연구 결과를 봐도 중대형견들이 소형견보다 공격성이 낮습니다. 펜실베니아 수의과 대학에서 만든 C-BARQ라는 통계 시스템을 보면, 모든 공격성에서 소형견이 대형견보다 높게 나타납니다. 타 견에 대한 반응, 타인에 대한 반응, 보호자에 대한 반응 모두에서 말입니다.
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왜 무서워하는지에 대해 이렇게 생각합니다. 푸른 눈의 외국인을 처음 본 조선인들 같은 느낌이 아닐까 합니다. 서양 사람들은 어렸을 적부터 주위에 대형견이 돌아다니고 산책하는 것들을 봐왔지만, 저 어렸을 때만 해도 강아지를 키우는 집은 부유한 집이었고 중대형견들은 다 시골에 묶여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런 중대형견들이 자유롭게 나오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어색해하고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열 번째는 평균 수명이 소형견들보다 더 짧고 노후의 돌봄이 더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게 정말 신기한 것이, 보통 동물들은 덩치가 클수록 수명이 깁니다. 코끼리 평균 수명은 상당히 긴 편이고, 쥐의 평균 수명은 짧은 편입니다.
이는 심장 박동과도 연관되어 있는데, 쥐는 대사율이 더 높기 때문에 빨리 뛰어야 하고 코끼리는 늦게 뛰어도 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개라는 동물에서는 덩치가 클수록 수명이 짧습니다. 소형견의 평균 수명은 요즘 16살, 17살로 수의학이 발달하면서 더 늘어났고 20살까지 사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반면 대형견은 12살, 초대형견은 8살 정도로 봅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대형견들과 소형견들이 성장하는 시간이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소형견도 1년 동안 거의 다 크고 대형견도 1년 동안 거의 다 큽니다. 태어났을 때 크기는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는데 그 끝의 차이는 엄청나게 크죠. 이때 노화가 너무 많이 진행된다는 가설이 있습니다.
평균 수명이 짧다 보니까 가슴 아픈 일도 더 빨리 돌아오고, 노후에 아팠을 때도 관절이 아프거나 치매가 걸렸을 때 소형견들은 들고 다닐 수 있지만 대형견들은 옮기고 눕히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점들이 있습니다.


중대형견을 위한 특별한 간식

중대형견이 소형견보다 키우기 어려운 이유에 더해서, 생필품 중에서도 간식이나 용품들이 우리나라에서는 대형견을 위주로 나오는 것들이 별로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소형견 위주다 보니까 중대형견 아이들을 위한 간식이나 용품들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번에 처음으로 시도한 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그동안 좀 없었던 재미있는 간식을 만들어주자는 것입니다. 우리 중대형견용 아이들의 원물 간식을 한번 만들어봤습니다. 콘셉트는 최대한 가공을 덜 하고 뭔가 첨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돼지 폐가 그대로 있고, 돼지 기관 기관지 이런 것들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가죽 간식의 경우, 여러분들이 가죽 간식하면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 하얀 가죽을 표백해서 하는 것 때문입니다.
저는 그건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찾아낸 것이 소의 얼굴 가죽입니다. 털이 별로 없어서 약품으로 표백을 안 해도 되거든요. 그래서 색깔이 하얗지 않고 가죽 색깔 그대로 나와 있는 한우 볼살을 말린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오늘은 중대형견이 소형견보다 우리나라에서 키우기 어려운 열 가지 이유에 대해서 말씀드려봤습니다. 처음에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항상 마음의 짐이고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마음이 없어질 때까지 제가 조금 더 노력하고 열심히 할 테니까 옆에서 응원 많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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