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만 vs 사람만 좋아하는 이유 💔 | 설채현 행동학 수의사
📌 먼치 POINT
강아지가 사람은 좋아하지만 강아지를 싫어하거나, 반대로 강아지는 좋아하지만 사람을 경계하는 이유는 사회화 시기 경험 차이 때문입니다. 생후 3~16주에 긍정적 경험을 못 하거나 나쁜 기억이 쌓이면 특정 대상을 위험하다고 학습하게 됩니다.
그래서 단순히 자주 보게 하는 건 의미 없고, 만났을 때 간식·놀이 같은 좋은 일이 함께해야 인식이 바뀝니다. 결국 교육의 핵심은 언제나 긍정적인 경험입니다.
👉 강아지가 사람이나 다른 강아지를 싫어하는 이유는 사회화 경험 부족과 부정적 기억 때문이며, 해결의 열쇠는 오직 긍정적인 경험입니다.
들어가기 전에
오늘은 강아지가 사람은 좋아하지만 다른 강아지는 싫어하거나, 반대로 강아지는 좋아하지만 사람을 싫어하는 경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보호자분들이 진료실에서도 자주 물어보시는 주제이고, 또 실제로 구조견이나 유기견, 입양된 아이들을 보다 보면 흔하게 접하게 되는 상황입니다.
사회화 시기의 중요성

강아지가 사람이나 다른 강아지를 좋아하는지 여부는 타고난 유전적 기질도 일부 영향을 주지만, 사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사회화 경험입니다.
강아지에게는 생후 3주에서 14주, 길게 보면 16주까지를 사회화 시기라고 부르는데, 이 시기에 어떤 경험을 하느냐가 평생을 좌우합니다.
이 시기에 강아지가 긍정적이고 즐거운 경험을 쌓은 대상은 앞으로도 안전하고 괜찮은 존재로 인식하게 됩니다. 반대로 충분한 경험을 하지 못했거나, 나쁜 경험을 겪었다면 본능적으로 ‘위험하다, 해칠 수도 있다’라고 판단하게 되죠.
따라서 사회화 시기에 보호자와 함께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접종이 끝날 때까지 외출을 거의 막는 경우가 많습니다. 접종이 모두 끝나면 벌써 16주가 훌쩍 지나 사회화의 황금기를 놓치게 되고, 그때 밖에 나가 경험을 쌓으려 해도 이미 늦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사람과는 잘 지내지만 다른 강아지와는 쉽게 어울리지 못하거나 경계하는 강아지들이 특히 많이 나타나게 됩니다.
사회화 시기를 놓치면 이후 교육과 노력을 통해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지만, 초기 경험만큼 자연스럽고 빠른 학습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강아지만 좋아하는 경우

반대로 강아지는 좋아하지만 사람을 싫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두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 사회화 시기 경험 부족
첫째는 사회화 시기에 사람과의 경험이 거의 없고 강아지 무리와만 지내며 자란 경우입니다.
유기견 구조 아이들에게서 특히 자주 나타나는 모습으로, 이런 아이들은 강아지들과는 자연스럽게 어울리지만 사람과는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몰라 불안해하고 경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화 시기는 생후 3주에서 14주 정도로, 이때 긍정적인 경험을 많이 쌓은 대상은 평생 안정적으로 받아들이지만, 경험이 부족하거나 부정적이었다면 사람에게도 강아지에게도 경계심을 가지게 됩니다. 보호자와의 초기 교감, 놀이, 칭찬 등 작은 경험 하나하나가 아이의 세상을 이해하고 신뢰를 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사람에게 받은 부정적 경험
둘째는 과거 사람에게 받은 부정적인 경험 때문입니다. 학대를 받거나 강압적인 훈련, 제압 위주의 교육을 겪으면서 사람 자체를 믿지 못하게 된 경우입니다.
특히 강아지가 으르렁거리며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때, 이를 사람들은 흔히 “서열 문제”로 오해하고 억누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강아지끼리는 으르렁거림으로 의사 표현을 하고, 상대가 이를 받아들이면 소통이 이루어집니다.
사람은 이 신호를 무시하거나 제압해버리기 때문에 강아지는 “사람은 내 의사 표현을 무시하고 힘으로만 눌러오려는 존재”라고 학습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신뢰는 단절되고, 불신만 남아 사람을 두려워하거나 경계하는 행동이 지속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아이들을 다룰 때는, 강아지의 신호를 존중하고 점진적으로 긍정적인 경험을 만들어 주는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사람만 좋아하는 경우

🐕 사회화 경험 부족과 성격적 요인
사람은 좋아하지만 강아지를 싫어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훨씬 흔하게 나타납니다. 이런 경우의 가장 큰 원인은 사회화 시기의 경험 부족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강아지가 접종을 완료하기 전까지 외출을 금지하는 문화가 일반적이어서, 생후 3주에서 14주 정도의 사회화 황금기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시기에 다른 강아지와의 긍정적인 경험이 부족하면, 사람과는 잘 지내더라도 강아지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어울려야 하는지 몰라 불안과 경계를 보이게 됩니다.
또한, 성격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타고난 질투심이나 경쟁심 때문에 다른 강아지를 친구가 아니라 경쟁 상대로 인식하기도 합니다. 특히 같은 성별의 강아지와 만날 때 이런 경향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이럴 때는 단순히 가까이 두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보호자가 상황을 세심하게 관찰하며 긍정적인 경험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강아지가 다른 강아지를 만났을 때 안전하고 즐거운 놀이, 간식, 칭찬 등을 함께 제공하면 점차 다른 강아지와도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결국, 사람만 좋아하고 강아지를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사회화 경험과 성격적 특성을 이해하고, 올바른 환경과 반복적인 긍정적 경험을 제공한다면 조금씩 다른 강아지와도 원활히 어울릴 수 있습니다. 보호자가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의 속도에 맞춰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사회화 교육의 핵심

그렇다면 이런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요? 많은 보호자분들이 “사람을 자주 만나게 하면 좋아지겠지”, “강아지를 자주 보게 하면 익숙해지겠지”라고 생각하지만, 단순히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는 것만으로는 효과가 없습니다. 마치 바퀴벌레를 매일 본다고 좋아지지 않는 것과 비슷합니다.
핵심은 그 대상을 만났을 때 긍정적인 경험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사람이 다가왔을 때 간식이나 놀이 같은 보상을 주고, 강아지를 만났을 때도 보호자와 함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한다면, 그 대상은 점점 안전하고 좋은 존재로 인식되기 시작합니다.
특히 짖거나 으르렁거리는 상황에서도 먼저 보상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정이 먼저 긍정적으로 바뀌어야 행동도 자연스럽게 변하기 때문입니다.
반복적 경험보다, 즐거움과 안전함이 함께 느껴지는 순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접근입니다.
마무리하며
결국 강아지가 사람을 좋아하든, 강아지를 좋아하든, 혹은 그 반대든 중요한 건 같습니다. 사회화 시기에 어떤 경험을 했는지,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보호자가 어떤 긍정적인 경험을 만들어주느냐가 강아지의 세상 보는 눈을 바꾸게 됩니다.
강아지가 세상을 더 안전하고 즐겁게 느낄 수 있도록, 우리 보호자들이 좋은 경험을 선물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Created by 설채현의 놀로와
CC BY 라이선스 | 교정 SENTENCIFY | 에디터 최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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