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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가 조선시대 그림을 색소 없이 ‘완벽 구현’한 방법은? I KAIST 김신현 교수, 박상혁, 이환영, 손채림, 이지우 연구원

KAIST2025.08.06
목차 📚

📌 먼치 POINT

1. 자연에서 영감 받은 구조색 기술

KAIST 김신현 교수팀은 나비 날개나 공작새 깃털처럼 색소 없이 구조에 의해 색이 나타나는 '구조색'을 인공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콜로이드 입자나 마이크로돔 구조를 활용해 빛의 간섭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각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반사색을 재현한다.

2. 예술과 기술의 융합 가능성

마이크로돔을 이용한 컬러 그래픽 기술은 예술작품뿐 아니라 위변조 방지, 고급 소재 디자인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 가능하다. 특히 구조색은 물리적 변형에 따라 색이 바뀌는 특성을 활용해 미세 균열 감지 센서나 건축 자재로도 확장될 수 있다.

3. 실험적 창작과 대중적 응용의 경계 허물기

구조색 기술은 화학 색소 없이 정교한 색 표현이 가능해 포토카드, 캐릭터 굿즈, 스마트폰 외장 등 대중적 제품에도 활용이 유망하다. 과학 기반의 창의적 표현은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넘으며, 일상에 감성과 기능을 동시에 더하는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들어가며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김신현 교수와 지능형 연성소재 연구실에서는 콜로이드나 에멀전과 같은 분산계 소재를 주로 연구하며 다양한 구조색 소재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박상혁 박사과정 연구원, 이환영 연구원, 손채림 연구원(현 삼성전자 근무), 이지우 연구원이 함께 참여한 이번 연구는 자연의 아름다운 색깔을 인공적으로 구현하는 혁신적인 기술을 제시합니다.


구조색이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색깔은 대부분 화학 색소에 의해 나타나는 색깔입니다. 화학 색소는 가시광선 내에 특정 파장대를 많이 흡수하고 흡수되지 않은 빛이 산란되어 우리 눈에 들어오게 되어서 색깔을 보이게 됩니다. 예를 들면 잎이 초록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엽록소가 가시광선 파장 중에서 광합성을 위해 빨간색과 파란색을 많이 흡수하고 녹색 빛은 반사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색깔입니다.

그와 반대로 구조색은 말 그대로 색깔이 화학물질이 아니라 물질의 구조에 의해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몰포나비입니다. 몰포나비의 영롱한 파란색은 파란 색소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날개에 존재하는 규칙적인 나노 구조에 의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공작새 깃털의 화려한 색깔이나 딱정벌레의 반짝이는 등껍질도 모두 나노 구조에 의한 구조색입니다.

이러한 나노 구조들은 물질의 굴절률이 공간상에서 규칙적으로 변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런 소재를 광결정이라고 부르는데, 광결정으로 입사한 빛은 굴절률이 변하는 각각의 경계면에서 부분적으로 반사하게 되고 이때 반사된 빛이 같은 위상을 갖게 되면 보강 간섭이 일어납니다. 

이러한 보강 간섭이 가시광선 영역의 특정 파장대에서 일어나게 되면 화학 색소에 의한 빛의 흡수 없이도 색깔을 띠게 됩니다. 구조색이 흡수색이 아닌 반사색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화학색보다 더 반짝이는 색감을 보이고 빛의 입사 각도나 관찰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콜로이드 광결정으로 만드는 구조색

저희 연구실에서는 구조색을 나타내는 광결정 소재를 실용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콜로이드 입자가 자발적으로 이루는 규칙적인 결정 구조를 이용해 왔습니다. 먼저 콜로이드란 크기가 1나노미터에서 1마이크로미터 범위에 있는 작은 입자들이 매질에 분산되어 있는 혼합물을 의미하고 그 작은 입자들을 특별히 콜로이드 입자라고 합니다.

우리가 자주 마시는 우유나 커피도 콜로이드입니다. 우유 속 지방과 단백질 덩어리 그리고 커피 속 원두 입자들이 물에 분산되어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입자들이 빛을 산란하기 때문에 우유나 커피가 뿌옇게 보이는 것입니다. 저희가 다루는 콜로이드도 마찬가지로, 연구실에서는 100에서 300나노미터 크기의 다양한 콜로이드 입자들을 직접 합성하고 연구에 사용합니다.

합성한 입자를 액체에 분산한 콜로이드 샘플에서 입자들이 무작위로 분포하면서 빛을 산란하기 때문에 우유처럼 희뿌옇게 보입니다. 이 입자들을 정교하게 배열해서 규칙적인 격자 구조를 갖는 3차원 콜로이드 결정을 만들면 가시광선 영역의 아름다운 구조색을 띠게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현미경으로는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콜로이드 입자들을 손으로 일일이 배열할 수는 없기 때문에 다양한 과학 원리를 적용해서 입자들이 자발적으로 3차원 결정 구조를 형성하도록 유도하고 이 과정을 정교하게 제어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콜로이드 분산액에 첨가제를 넣어서 입자들 사이에 인력과 반발력의 균형을 적절히 조절하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입자들이 열에너지를 극복하고 서로 응집할 수 있으면서도 너무 빠르게 뭉치지는 않도록 상호작용을 제어하면 입자들이 결정 구조를 형성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콜로이드 입자 간 상호작용 에너지는 분자 간 상호작용 에너지와 비슷한 형태를 갖는데, 실제 콜로이드 결정화 과정도 분자 결정화와 유사한 거동을 보입니다.


카멜레온처럼 색이 변하는 탄성 광결정

카멜레온이 피부색을 자유롭게 바꾸는 모습을 본 적이 있나요? 사실 카멜레온의 피부에는 아주 작은 결정들이 일정한 구조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이 결정들의 간격이 변하면서 특정한 색의 빛만 반사하게 되고 그 결과 피부색이 변하는 것입니다. 이 원리를 응용해 만든 것이 바로 탄성 광결정입니다.

탄성 광결정은 콜로이드 입자들이 탄성을 가진 고분자 안에 일정한 간격으로 정렬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입자 간의 일정 수준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입자가 가까이 위치하고 있으면 입자 간의 거리 변화를 주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카멜레온 피부 세포에 존재하는 규칙적인 구조에도 동일하게 입자 간의 일정 수준의 간격이 있습니다.

이 필름을 손으로 누르거나 당기면 콜로이드 입자 간 거리가 변하면서 즉시 색이 변하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빨간색 필름을 잡아당기면 입자들이 가까워지면서 초록색이나 파란색으로 변하고 힘을 빼면 원래 색으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색깔을 변화시키려면 제법 큰 변형이 필요합니다. 작은 변형에도 변색이 일어나게 만들어서 눈으로 변형을 확인할 수 있는 센서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건물이나 교량과 같은 사회 기반시설에 미세한 변형이 생기는지를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어서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대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탄성 광결정을 옥세틱 패턴이라고 불리는 특별한 패턴과 조합해서 작은 변형에도 큰 색 변화를 일으키도록 만들었습니다. 이 소재를 건물 벽에 존재하는 균열에 붙이게 되면 균열이 미세하게 진행되더라도 색 변화를 통해 육안으로 인지가 가능해집니다.


물방울에서 영감받은 마이크로돔 구조색

구조색을 구현하기 위해서 꼭 앞서 설명한 광결정 구조를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구조가 가시광선 내에 특정 파장의 빛을 더 잘 반사할 수 있다면 구조색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중 저희가 최근에 주목하고 있는 구조가 뒤집힌 마이크로 돔 구조입니다.

혹시 비 오는 날 밤에 불이 켜진 실내에서 유리창에 맺힌 빗방울을 관찰해 본 적이 있나요? 관찰력이 좋은 분이라면 빗방울의 가장자리 부분이 링 형태로 밝게 빛나는 것을 보셨을 것입니다. 이러한 링은 빛의 전반사에 의해 나타나게 됩니다. 빛이 고굴절률 물질과 저굴절률 물질의 경계로 입사할 때 특정 입사 각도 이상에서는 빛이 모두 반사되는 현상, 즉 전반사 현상이 나타납니다.

광통신에 이용되는 광 섬유도 고굴절률의 코어와 저굴절률의 클래딩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전반사에 의해 빛을 손실 없이 장거리로 전송할 수 있습니다. 반구 형태를 띠는 물방울의 경우에 물방울의 측면부로 입사한 빛은 입사각이 크기 때문에 전반사되게 되고 물방울의 곡면을 따라 추가적으로 전반사되면서 다시 돌아오는 경로를 만들게 됩니다. 그래서 밝은 링이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물방울이 아주 작으면 어떻게 될까요? 간단하게 물을 싫어하는 플라스틱 용기 뚜껑 안쪽에 습기가 찬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때 습기는 사실 굉장히 작은 물방울입니다. 이러한 작은 물방울을 자세히 보면 희미하게 색깔을 띠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작은 물방울이 색깔을 보이는 이유는 앞서 설명한 전반사에 의해 빛이 되돌아올 때 여러 빛의 경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세 번 반사되어 돌아오는 경로와 4번 반사되어 돌아오는 경로,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횟수로 반사되어 돌아오는 경로들이 있습니다. 이런 다른 경로로 전파하는 빛이 같은 위상을 가지고 반사되면 보강 간섭이 일어나게 되고 이 보강 간섭이 가시광선의 특정 파장에서 일어나게 된다면 색깔을 나타내게 됩니다.

마이크로돔 구조로 구조색을 나타내려면 마이크로돔의 직경이 10마이크로미터 내외가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미세한 패턴을 제작하기 위해 포토 리소그래피와 리플로우 공정을 이용했습니다. 반도체 공정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포토 리소그래피는 빛에 반응하는 고분자를 이용해서 미세 패턴을 만드는 공정입니다.

빛에 노출된 부분이 분해되는 양성 감광성 고분자로 리소그래피를 진행하면 다양한 크기의 미세 기둥으로 이루어진 패턴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양성 감광성 고분자는 열을 가하면 다시 흐르는 특성이 있어서 미세 기둥은 높은 온도에서 리플로우에 의해 반구 형태로 모양이 바뀔 수 있습니다.


색소 없이 만드는 정교한 컬러 그래픽

물감으로 화려한 그림을 그리고 싶을 때 사실은 많은 색깔의 물감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색의 3원색인 CMY, 즉 사이언, 마젠타 그리고 옐로우 물감만 있으면 거의 모든 색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세 가지 물감 각각을 비율을 다르게 해서 섞게 되면 그 세 가지 색의 물감만으로도 원하는 거의 모든 색을 직접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의 디지털 디스플레이의 경우에도 비슷한 원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디스플레이의 경우에는 색이 아니라 빛을 이용하다 보니 빛의 삼원색인 빨강, 파랑 그리고 초록색을 가지는 LED 세 종류를 함께 배치해서 원하는 색을 만들게 됩니다. 그래서 현미경으로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면 아주 미세한 세 종류의 LED가 함께 배치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색 혼합 방법을 이용해서 앞에서 만든 마이크로돔을 혼합 배치하여 컬러 그래픽을 제작했습니다. 먼저 마이크로돔 구조의 크기에 따라 표현되는 색깔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마이크로돔의 크기에 따른 색깔을 먼저 정리합니다. 물감으로 생각하게 되면 어느 물감이 어떤 색을 내는지를 정리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마이크로돔으로 구성된 팔레트를 먼저 만들게 되면 그다음에 구현하고 싶은 이미지의 픽셀에서 RGB 값을 따와서 계산합니다. 팔레트에 있는 어떤 크기의 마이크로돔을 어느 정도 비율로 섞게 되면 원하는 색깔이 될까를 계산하는 것입니다. 이 결과에 맞춰서 포토 리소그래피와 리플로우 공정으로 수십만 개의 마이크로돔을 배치해 주게 되면 색소 없이 원본과 유사한 색 조합을 갖는 컬러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이 과정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자동으로 진행됩니다. 약 1제곱센티미터 남짓한 크기의 20만 개의 마이크로돔을 이용해서 단원 오봉도를 구현했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KAIST 캠퍼스 전경과 함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해돋이, 인상 등의 명화를 원본 이미지로부터 재현해 보았습니다.


예술과 기술의 만남

예술과 기술은 함께 발전한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기법의 개발이 예술의 표현법의 범위를 확장시켜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테크 아트 작품들이 관심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미스치프라는 미국의 예술팀이 3D 프린팅을 통해서 소금 알갱이 크기의 루이비통 가방을 제작했을 때 많은 관심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의 콜로이드 광결정과 유사한 고분자 나노 구조를 이용한 광결정을 이용해서 미국의 코넬대학교 연구팀과 개념미술가 김수자 작가가 협업한 구조색 첨탑 작품도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저희의 구조색 소재 기술도 새로운 예술 표현 기법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콜로이드 광결정 기술로 반사색과 투과색을 동시에 나타낼 수 있고, 각도에 따라 색이 역동적으로 변하도록 할 수 있어서 빛과 상호작용하는 신비성 높은 예술 작품의 소재로 활용 가능합니다. 마이크로 돔 구조의 경우에는 손톱 크기의 작품에 높은 해상도로 원하는 복잡한 컬러 그래픽을 담을 수 있고, 이를 대면적의 스크린에 프로젝션 해도 해상도 문제없이 전시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의 응용 가능성

예술 작품뿐만 아니라 구조색 소재가 보이는 독특한 색감과 각도에 따른 변색 특성은 위변조 방지 소재로 상당히 유용합니다. 실제로 한국조폐공사와 공동 개발한 콜로이드 광결정 소재는 위변조 방지 소재로 일부 제품화가 진행되었고, 앞으로도 그 응용처를 점차 넓혀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 돔의 경우에도 아주 정교한 컬러 그래픽 구현이 가능하고 현미경으로만 확인 가능한 일종의 히든 코드를 도입할 수도 있기 때문에 차세대 위변조 방지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일단 구조색 소재가 화학 색소와는 차별화된 색감과 감성이 있기 때문에 여러 일상의 영역에서도 활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낮과 밤에 다른 색깔을 보이는 창문형 인테리어 필름 소재가 될 수도 있고, 휴대전화와 같은 전자기기를 더 고급스럽게 보이도록 하는 컬러 코팅 소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포토카드 같은 연예인 굿즈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한정판 캐릭터 카드도 광결정 기술 그리고 마이크로 돔 기술을 가지고 모두 만들어볼 수 있습니다. 아마 활용 가능한 영역은 무궁무진할 것 같습니다.


Created by KAIST
교정 SENTENCIFY | 에디터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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