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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왜 마약에 중독될까? 인공지능 기술로 선별하는 마약물질과 그 기준 I KAIST 권정태 교수

KAIST2025.08.01
목차 📚

📌 먼치 POINT

1. 마약이 뇌에 미치는 영향과 중독 메커니즘

  • 마약은 도파민 보상 회로를 강제로 자극해 비정상적 쾌감을 유도하며, 반복될수록 내성과 의존성이 증가해 뇌 기능을 손상시킨다.

  • 신종 마약은 의약품으로 위장되거나 정의가 불명확해 규제의 어려움이 크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판별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2. 인공지능을 활용한 마약 판별 기술

  • 기존 동물 실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KAIST 연구팀은 AI 기반 행동 분석 기술로 약물 투여 전후의 변화를 정밀하게 측정한다.

  • 딥러닝을 통해 미세한 움직임 차이까지 구분하고, 중독성·환각·금단 등 약물 반응 특성을 고도화된 지표로 정의하고 있다.

3. 신종 마약 탐지와 국제적 기준 마련

  • 향후 연구는 영장류까지 확대되어 신종 마약의 행동 반응을 분석하고, 위험성을 예측하는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다.

  • 이 기술은 마약류의 과학적 정의와 국제 규제 기준 수립에 기여할 수 있으며, 건강한 사회를 위한 실질적 해법으로 기대된다.


들어가며

뇌인지과학과 권정태 교수입니다. 저는 우리의 뇌가 어떻게 다양한 사고와 감정 그리고 행동들을 조절하는지 그 신경 회로의 원리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우리 신경 정보 전달 체계에 간섭해서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물질인 마약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뉴스를 보면 이 마약이라는 단어를 요즘 어렵지 않게 듣습니다. 강력한 환각 효과를 주는 신종 마약이 등장했다, 한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마약 범죄 연령이 더 낮아졌다는 이야기들도 들립니다. 도대체 마약이라는 게 무엇이고, 또 어떻게 강력하게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일까요?


마약이란 무엇인가?

마약이라는 것은 좁은 의미로는 환각과 중독을 일으키는 아편, 몰핀, 펜타닐 같은 알칼로이드 물질을 의미합니다. 좀 더 일반적으로 넓은 의미에서는 마약류라고 부를 때 마취제나 진정제, 각성 등을 일으킬 수 있는 향정신성 의약품, 예를 들어 케타민, 암페타민, 프로포폴 같은 것들도 모두 포함됩니다.

우리나라에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 있고 대마류를 포함해서 총 400여 종의 물질들이 마약류 관리 대상에 포함됩니다. 그 작용 기전은 엄청나게 다양하게 있지만, 이러한 다양한 마약류들은 결과적으로 우리 몸에 들어와서 중추신경계의 세포 활동에 변화를 일으키고 또 중독, 내성, 의존성, 금단 증상 같은 건강상의 위해를 일으킵니다.


마약이 뇌에 미치는 영향

마약의 작용 기전은 굉장히 다양하게 있고 현재 연구 중인 것들이 많습니다. 어떤 물질들은 신경세포의 흥분을 일으키는 글루타메이트 수용기에 작용해서 뇌를 더 자극하기도 하고, 또 어떤 약물들은 가바라는 억제성 신호 물질의 수용기에 작용해서 뇌 활동을 더 억제하고 감소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는 이 마약류 물질들이 뇌에서 결국 도파민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의 분비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면서 작용하게 됩니다. 원래 도파민은 우리의 신경계에서 우리가 어떤 목적을 성취했을 때, 굉장히 재미있고 새로운 일들을 했을 때, 굉장히 맛있는 걸 먹었을 때, 나에게 득이 되는 좋은 일을 했을 때 이 기쁨과 만족감이라는 느낌을 불러일으켜서 그 일을 더 열심히 계속 할 수 있도록 우리의 행동을 조절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마약의 문제는 실제로 나에게는 아무런 득이 없는 상황에서 외부에서 화학물질이 들어가서 단순히 이 보상 회로 도파민 회로를 강제적으로 활성화시킨다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그 효과가 너무 강력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일상생활에서 하는 행동으로 얻을 수 있는 성취 만족감이나 굉장한 성취에서 얻을 수 있는 그런 수준의 도파민을 상회하는 훨씬 더 높은 수준의 도파민을 분비하게 만들면서 일반적이지 않은 쾌감을 느끼게 만드는 데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중독의 악순환 구조

도파민이 작용하는 원리에는 우리가 어떤 성취를 이루어서 만족감을 이뤘을 때 도파민이 분비되고 그것에 대한 반응이 나타나는데, 이 도파민의 수용기가 한 번 성취를 이루고 나면 오히려 더 줄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면 이후에는 똑같은 정도의 기쁨을 누리려면 더 많은 성취를 하거나 더 좋은 걸 얻거나 이런 과정을 겪어야 됩니다.

그런데 아무런 좋은 일도 없이 외부에서 들어온 물질이 이전에 우리가 겪을 수 없었던 수준의 도파민을 분비하게 하는 일이 반복되면 더 이상 그만한 만족을 느낄 수가 없게 됩니다. 약물에 의존하게 되고 또 중독성과 내성이 생겨서 더 많은 약물을 원하게 되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뇌의 신경회로가 구조적 기능적으로 망가져서 마약 이외에 다른 곳에서는 감정과 행복을 느끼기 어려운 그런 문제들을 유발하게 됩니다.


신종 마약의 등장과 문제점

특히 최근에 더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이전에 없던 신종 마약들이 굉장히 많이 유통되고 또 사람들에게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킨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가 신종 마약이라고 부를 때는 사실 1990년대까지 국제적으로 이런 물질들은 정말 마약이니까 우리가 유통하고 하는 데 있어서 규제를 가하자라는 동의가 있었지만, 2000년대 이후로 새롭게 합성된 물질들 혹은 그전에 있었던 물질이지만 그 목적으로서 유통되는 물질들을 현재는 신종 마약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물질들이 처음에 나올 때는 많은 경우에는 의약품으로 나오기도 하고, 마약과 상관없는 목적으로 합성되기도 합니다. 이런 물질들을 이것이 마약이라고 말할 수 있는 단정적인 근거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중독성 또는 의존성, 내성, 금단 증상 이런 것들을 일으키는 총체적인 관점에서 마약으로 정의하려면 이제 신종 화학물질이 우리 뇌와 몸에 구체적으로 어떤 작용을 하는지 파악하고 공식적인 정의나 기준이 성립되어야 합니다.

사회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물질들을 특정 기준 없이 단순히 하루아침에 마약으로 규제해버리거나 혹은 반대로 위험성이 있는 물질들의 위험성을 적절히 빠르게 판단하지 못하고 사회에 유통되게 하는 과정에서 큰 문제들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마약이라고 모두가 공식적으로 정하기 위해서는 아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들이 필수적입니다.


AI 기술로 마약을 구별하는 새로운 방법

저희 연구는 이 마약 판별 과정을 어떻게 하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그리고 정확하게 할 수 있을까에서 출발했습니다. 기존의 동물 연구를 통해서 마약 성분을 판별하기 위한 연구들은 연구자가 직접 동물 실험을 통해서 행동을 관찰하고 측정하고 분석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너무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리고 연구자마다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판단을 할 수 있고 객관적이지 않은 데이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좀 더 효율적인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연구팀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서 약물 투입 전후의 동물의 움직임을 보고 관찰하고 행동을 판별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컴퓨터는 예를 들어 개와 고양이의 사진을 보여주고 어떤 게 개고 어떤 게 고양이냐 하는 질문을 던지면 사실 잘 구분을 못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딥러닝의 기술들이 발전되고 이런 것들이 여러 분야로 적용되면서 이제는 동물의 행동을 굉장히 자세한 수준에서 우리가 분석하고 해석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예를 들어 마우스 두 마리가 서로 엉켜 있을 때 이 마우스 두 마리가 서로 싸우고 있는지 혹은 레이팅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서로 그루밍을 해주고 있는지, 이런 것들조차도 이 행동의 내용이 무엇이다라는 걸 인공지능을 통해서 구분할 수 있게 됩니다.

정밀한 행동 분석 시스템

이걸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카메라를 여러 대 설치해서 동물이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을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합니다. 그리고 3D 위치 좌표를 추적해서 정보를 수집합니다. 또 포스 트래킹이라는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에 우리가 단순히 컴퓨터로 분석하던 동물의 움직임 속도, 어디에 있는지 이런 1차적인 지표 외에도 각 동물의 마디마디의 분절성, 손을 어떻게 움직였는지 내렸는지, 앞으로 걸을 때 보폭이 얼마나 컸는지 좁았는지 아니면 그 리듬은 어땠는지 이런 것들을 굉장히 다양하고 정교하게 분석할 수 있는 기법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마약의 종류도 다양하고 실제 작용하는 세포 대상도 굉장히 다양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 약물들이 각기 일으키는 행동 반응도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어떤 것은 특정 약물에 노출됐을 때 비틀거릴 수도 있고, 혹은 듣거나 보거나 하는 감각 기관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고 그래서 환각이나 환청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는 되게 불안한 행동을 보인다든지 아니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불안을 누르고 밝은 대로 나와서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이런 행동들의 변화가 각기 다른 물질에 의해서 다른 방식으로 적용돼서 나타날 수 있는데, 인공지능이 동물의 약물이 투여되기 전과 후를 계속 분석하면서 이 약물에 의해서 변화된 특이한 행동들, 즉 이상 행동들을 인공지능이 아주 정확하게 구분해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습니다.

미세한 행동 차이까지 포착하는 AI

예를 들어 우리가 인사를 할 때 이렇게 손을 들어 안녕하고 인사를 할 수도 있고, 뭔가 약간 수줍어서 이렇게 안녕 이렇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작은 차이들도 인공지능이 분석해서 이 행동과 이 행동에는 구분점이 있다, 이건 서로 다른 행동이다라는 걸 구분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럼 우리 마약 연구에서 각기 다른 약물들이 처치됐을 때 나오는 다양한 행동 변화들을 분석함으로써 우리가 잘 몰랐던 이 약물은 기존에 이런 특정 행동 패턴을 일으키는 약물과 되게 유사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중독성이나 내성, 의존성, 금단 증상 등에서 이 정도의 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결론을 더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연구의 현재와 미래 계획

저희가 현재는 설치류 모델에서 이 마약 투여를 통한 행동 변화를 인공지능으로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사실 우리가 진짜 궁금한 것은 이 마약이 사람에게 어떤 건강상의 위해를 일으키느냐, 얼마나 우리가 조심해야 되느냐 이런 것들을 분석해내기 위한 것인 만큼 이후 영장류 연구까지 확장해서 각기 다른 종 간에 일어나는 행동 표현형을 분석하고 그것이 사람에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연구를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약물은 그 종류에 따라 뇌에 작용하는 목표 타깃이나 혹은 그것에 의해 표출되는 행동이 모두 다르게 나타납니다. 어떤 약물은 중독성만 심해지기도 하고, 또 어떤 약물은 환각이나 이런 것들을 일으키기도 하고, 어떤 것들은 굉장히 진정시켜서 다운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 몸에서 다양한 곳에서 수십 가지의 증상으로 종류마다 다르게 표현됩니다.

저희는 일단 그 기전이 비교적 잘 알려져 있고 뇌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 타겟도 잘 알려져 있고 행동도 어떻게 나타나는지 알려져 있었던 기존 마약들 - 아편, 케타민, 대마, 암페타민, 벤조다이아제핀 이런 종류의 약물들을 가지고 행동 표현형 상에서의 차별점을 AI로 먼저 검증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이런 유사한 특성을 가진 데이터들을 그룹화한 후에 단순히 투약 전후뿐만 아니라 초기 투약과 그리고 중독 반응 그리고 금단 증상까지의 변화 양상을 다양한 행동 표현 방식의 지표로 정의하려고 합니다.

신종 마약 판별을 위한 최종 목표

이렇게 잘 정의돼서 인공지능이 이 행동들을 잘 구분할 수 있게 되면 그다음에는 우리가 아직 그 기전이 알려지지 않았고 이걸 마약으로 정의를 해야 할지 안 해야 할지 모르는 물질, 신종 마약들까지도 신종 마약들을 투여함으로써 어떤 행동 반응이 도출되는지 확인하고 이 결과를 통해서 마약류로 규정할 수 있는 기준들을 제공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입니다. 한마디로 이 진보된 형태의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우리의 마약 연구가 주관성과 편향성 없이 마약 위험성이 있는 물질을 검증해 낼 수 있고 또 독성물질의 기준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연구의 사회적 의의와 기대 효과

더불어 현재 이 신종 마약에 대해서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굉장히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나라 간의 공통된 지표가 아직 없어서 규제와 처벌도 각기 다르고 유통에 대한 관리가 정확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부분들이 또 많이 있습니다. 이 KAIST에서의 다양한 연구를 통해서 과학적인 연구 결과가 제시되면 국제적인 공동 협의나 기준이 필요한 시점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런 AI 분석을 통해서 우리가 그전에는 분석해내지 못했던 어떤 차이점을 더 많이 찾아내고 이를 통해서 실제 마약류로 분류되는 물질들이 신경계에 어떻게 작용하고 어디를 건드리는지, 또 어떤 문제를 일으킬 것인지를 추측해 보고 예측해 볼 수 있는 과학적인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가 우리의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조금 더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연구를 하겠습니다.


Created by KAIST
CC BY 라이선스 | 교정 SENTENCIFY | 에디터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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