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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 재밌게 보고 오컬트 판타지 소설가를 만났다

목차 📚

📌 먼치 POINT

『해수, 해수』 시리즈
- 주요 등장인물: 해수(여고생 무당) & 혜원(700살 저승사자)
- 내용: 일상 속에서 악령을 퇴치하며 겪는 성장 이야기, 서로 친구를 소개하며 관계망이 확장되는 구조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해수, 해수』의 공통점
- 현실적인 일상과 판타지를 적절히 결합
- 무대와 퇴마, 일상적인 학교생활의 균형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K-판타지

해죽이: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요소가 단 하나도 없었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너무 재미있게 본 나머지, 이런 오컬트 관련 소설을 쓰신 분과 케데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먼저 나와주신 분의 소개부터 들어볼까요?

임정연 작가: 안녕하세요. 『해수, 해수』 시리즈를 쓰고 있는 소설가 임정현입니다. 해수 시리즈는 커피 매니아 저승사자와 매운 떡볶이를 좋아하는 여고생 무당의 악령 퇴치기입니다.

해죽이: 작가님은 케데헌을 어떻게 보셨어요?

임정연 작가: 너무 재미있게 봤죠. 거기 나오는 음악이랑 사자보이즈의 노래가 너무 좋더라고요. 갓하고 도포 입은 모습이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몬스터를 너무 힙하게 표현한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해죽이: 작품 속 ‘은우’는 실제 가수 차은우 씨를 모델로 만든 캐릭터라고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차은우 씨가 얼마 전 소다팝 챌린지 릴스를 찍었더라고요. 현실판 은우가 소다팝 챌린지를 하는 모습인 거죠. 그걸 보고 ‘아, 사람들이 이래서 좋아하는구나’ 싶었어요. 저는 아이돌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제가 안 좋아하는 요소들이 다 들어가 있었거든요. 평소에 K팝 아이돌도 별로 안 좋아하고, 오컬트 장르도 선호하지 않아요. 제 소설 취향에 오컬트가 들어가지 않거든요. 게다가 뮤지컬 영화도 안 좋아하고, 애니메이션도 즐겨 보지 않아요. 이렇게 모든 싫어하는 요소들이 다 모였는데도, 제가 이 작품을 좋아하게 된 걸 보면 제 안의 어떤 벽이 깨진 것 같아요.

임정연 작가: 저는 해죽이 님이 말씀하신 모든 요소가 다 담겨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제가 K팝을 좋아하는 취향도 반영되어 있고, 그런 여러 요소들이 잘 어우러져서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그래서 제 책 『해수, 해수』에도 저승사자가 나오는데, 이 방송을 통해 해죽이 님의 북튜브 시청자 여러분께 많이 소개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죽이: 미국인이 만든 한국식 K팝 콘텐츠를 보니, 자막을 켜고 볼 때 오히려 한국어가 한국어처럼 들리지 않는 연출이 있더라고요. 긴장하며 영어겠거니 하고 봤는데, 호랑이가 뱉은 카드에 ‘만나자 진우’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고, 이게 영어처럼 들리는 한국어인가 싶었어요. 익숙하게 알고 있던 한국어인데, 다른 언어를 통해 보여지니 위화감도 기시감도 아닌 낯설면서도 낯설지 않은 기묘한 느낌이 묘하게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10대들은 10대의 마음으로 좋아하겠지만, 의외로 3040대 이상에게도 인기가 많다고 해요. 기묘한 선을 잘 넘어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아요.

임정연 작가: 우리의 전통적인 이야기가 우리가 좋아하는 요소와 그들이 좋아하는 요소가 만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같아요. 저도 그 점이 매우 좋았습니다.

청소년 판타지 『해수, 해수』 시리즈

해죽이: 작가님의 책 이야기를 해보자면, 여고생이 무당인데, 쉽게 말해서 자기 짝이 하나 있는 거죠. 그 짝은 700살이 넘은 저승사자예요. 둘은 정신 연령이 비슷해서, 티격태격하다가 정이 들고, 서로 친구를 소개해주면서 아는 사람이 늘어나죠. 그러면서 서로를 통해 친분을 쌓고, 악령들을 잡아가면서 좌충우돌하는 이야기에요. 책 시리즈마다 새로운 종류의 악당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임정연 작가: 둘이 힘을 합쳐서 싸우는데, 1편에서는 악령, 2편에서는 뱀파이어, 3편에서는 구미호, 4편에서는 네크로맨서가 악당으로 등장했어요. 네크로맨서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영혼을 조종하는 자라는 뜻이거든요. 그리고 10월에 5편이 나올 예정인데,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사서 보시면 이번 악당이 네크로맨서에 이어 5번째 악당은 누구일지, 어떤 사람이 악당이 될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해죽이 님께서 한번 맞춰 보시겠어요?

해죽이: 그런 거 나오는 거 아니에요? 예전에 SF에서 봤는데, 굴 시체를 파먹는 무언가가 나올 수도 있고, 아니면 게임에 나오는 슬라임이나 처녀 귀신, 링에 나오는 귀신 같은 거요.

임정현 작가: 혹시 영화 ‘주온’에 나오는 귀신 같은 것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힌트를 드리자면, 우리나라 몬스터는 아니고 외국 몬스터인데, 몬스터 하면 흔히 떠올리는 부류입니다.

이번에 캐데헌을 보시면서 판타지가 어렵지 않다는 것을 느끼셨을 텐데요. 캐데헌도 악마 같은 설정을 제외하면 일상적인 이야기와 같습니다. 저희 『해수, 해수』 역시 마찬가지로,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저승사자와 같은 설정이 있지만, 주인공 해수와 혜원이, 그리고 친구들의 학교생활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일상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판타지가 일상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몇 가지 설정만 다를 뿐 현실과 매우 흡사하게 느껴지실 겁니다.

해죽이: 케데헌에서 아이들이 라면이나 국밥을 먹는 일상적인 모습 없이 노래만 불렀다면 지금처럼 재미있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멤버들끼리 목욕탕에 가느냐 마느냐와 같은 소소한 일로 다투는 모습이 있었기에, 무대에서의 모습과 밤에 호랑이를 타고 가는 장면 등이 더욱 균형을 이루면서 재미있어진 것 같습니다.

임정연 작가: 너무 동떨어진 판타지는 저도 싫어합니다. 내용을 봐도 이해하기 어렵죠. 하지만 저희 해수의 시리즈는 일상과 동떨어지지 않고, 한두 가지 판타지적 장치만 활용해 누구나 K팝 데몬 헌터스처럼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해죽이: 재미있네요. 오히려 판타지일수록 일상적인 면을 공감 가도록 생생하게 잘 그려내야 더욱 재미있는 판타지가 되는 것 같아요.

청소년 소설이라는 장르를 선택하신 이유와 성인 소설과 청소년 소설의 차이점에 대한 생각도 궁금합니다. 어떤 소재를 선택하셨고, 특별히 청소년 소설을 선택하신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임정연 작가: 제가 등단할 무렵에는 청소년 문학으로 등단하는 경우가 드물었어요. 저는 그보다 먼저 등단했음에도, 제 안에는 청소년 문학을 쓰고 싶어 하는 강렬한 욕구가 있었던 것 같아요. 신축문예를 통해 등단한 후, 첫 장편 소설로 『질러!』를 썼는데, 그게 10대들의 이야기였죠. 그때 저는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고 청소년들의 성장과 사랑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는 DNA를 가졌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굳이 청소년 작가로 분류되고 싶냐고 묻는다면, 그렇게 분류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해죽이: 『해수, 해수』 시리즈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임정연 작가: 드라마 ‘도깨비’를 처음 봤을 때 이동욱 씨가 너무 멋있고 잘생겨서 공유 씨보다는 이동욱 씨를 선택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공유 씨도 멋있고 잘생겼지만, ‘도깨비’에서는 주인공이었잖아요. 특히 페도라를 쓰고 어둠이 살짝 드리워진 저녁 안개가 자욱한 거리를 걸어가는 이동욱 씨의 모습은 정말 심쿵이었어요. 단순히 잘생긴 것을 넘어선 어떤 아우라가 느껴졌죠

해죽이: 그런데 정말 잘 어울리셨어요. 캐스팅도 연출도 정말 잘했다는 느낌을 받았잖아요.

임정연 작가: 그 아우라를 보는 순간, 어릴 적 무서운 이야기를 보며 도깨비, 저승사자, 삼신 할머니, 구미호 등에 흥미를 느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다 아우라 넘치는 이동욱 님을 보고 저승사자 이야기를 써봐야겠다고 생각했죠. 제가 잘 쓰는 건 10대 청소년물인데, 10대 여자아이가 일상적인 삶을 사는 중에 저승사자와 엮이게 해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흔한 도깨비 이야기가 아닌 저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죠. 그렇게 해서 나온 이야기가 바로 『해수, 해수』 시리즈입니다. 작가의 말에도 썼지만, 이동욱 님이 너무 멋있어서 쓰게 되었다고 하니 다들 “작가님 이동욱 씨 좋아하시죠?”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 700살 저승사자는 말 그대로 700살을 먹었지만, 해죽이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정신 연령은 낮을 수도 있답니다. 

해죽이: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성숙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고작 이런 일로 여고생에게 바라는 게 많다며 투덜대는 모습도 보여요. 700살이나 된 사람이 10대에게 저럴 필요가 있나 싶으면서도, 묘하게 둘 사이가 친해지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임정연 작가: 정해수라는 캐릭터도 그렇죠. 일만 성숙하고 다른 부분은 초보나 다름없어서 마치 어린아이 같아요.

청소년물을 사랑하는 작가가 되기까지 

해죽이: 제가 작가님 말씀을 제대로 드리지 못했는데, 등단하신 지 20년이 넘은 분이라 책이 정말 많습니다. 오랫동안 글을 써오신 소설가로서 여러분이 어떤 점을 궁금해하실까 생각하다가, 저는 질문 한 줄을 만드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 작가님께서 지금 다시 등단하신다면, 소설가로서 오랫동안 글을 쓰기 위해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시고 어떤 행동을 하실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임정연 작가: 저는 등단할 무렵 청소년 소설에 관심이 많았지만, 원하는 곳이 없어 일반 소설을 쓰다가 청소년 분야로 넘어왔습니다. 그 과정을 찾는 동안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습니다. 처음에는 저 스스로도 뭘 좋아하는지 몰랐습니다. 막연히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데뷔하고 책을 냈지만, 계속 ‘나는 뭘 좋아하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처음 냈던 작품이 바로 『스끼다시 내 인생』이었는데, 이때만 해도 제가 무엇을 써야 할지,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많이 방황했고, 무엇을 잘 쓰고 좋아하는지도 몰랐습니다.

해죽이: 설명하자면, 『스끼다시 내 인생』은 19세 이상 독자를 위한 책이고, 『질러!』는 출판 당시 미음사 띠지에 19세 이하 권장 도서라고 소개되었던 책입니다. 두 책의 색깔이 매우 다르죠.

임정연 작가: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제가 청소년물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이 글을 쓰고 나서 알게 된 거죠. 계속 이 길을 걸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또 한동안 방황했습니다. 그러다 30대 여성이 8살 연하의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페어리랜드』를 썼고, 『런런런』 또한 현실과는 거리가 먼 10대 후반, 19에서 20살로 넘어가는 청춘들의 이야기이니, 이 작품도 청소년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지옥 만세』 역시 마찬가지고요. 이제야 제가 청소년 작가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새삼스럽게 느껴지네요.

그러고 나서 본격적으로 시대물이자 판타지인 작품에서 빌런을 액션으로 표현한 부분이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영상화하기 좋은 콘텐츠로 선정되었는데, 액션 카테고리로 분류되었더라고요.
등단 후에는 망망대해에 돛단배 하나에 의지해 노를 젓는 것과 같아요. 저 멀리 보이는 섬에는 제 소설에 관심을 가질 사람들이 있을 것 같지만, 결국 제가 직접 가야 하죠. 그때 ‘사람들이 금방 알아봐 주겠지, 여기 있어요, 저 좀 봐주세요’라고 외쳤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결국 제가 직접 가야만 했죠.

좋은 출판사와 인연이 닿아 계속 책을 낼 줄 알았지만, 두 번째 소설은 거절당했습니다. 다시 가져오라는 말에 풀이 죽어 1, 2년을 보내다 5년 뒤 우연히 소설을 다시 봐주겠다는 사람을 만났지만, 이제는 제 소설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이제 안 되는구나 낙담하며 8년이라는 시간을 흘려보내 책을 내지 못했습니다. 마치 망망대해를 떠도는 기분이었죠. 여러 곳에 소설을 투고한 끝에 우수 출판 콘텐츠로 선정되어 여러 인연으로 다시 출판사를 만나 작가가 되었지만, 꽃길이 펼쳐지고 사람들이 알아줄 거라는 기대는 빗나갔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과정은 험난했지만, 결국 제가 좋아하는 소설을 쓰는 일이었기에, 누가 알아주거나 큰돈을 버는 것이 아님에도 즐겁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다 보면 어려움 속에서 헤매던 시간조차 긍정적인 경험으로 바뀌어 돌아오곤 합니다. 12권이나 책을 냈지만, 아직 유명하지 않은 저를 보세요. 그래도 저는 여전히 쓰고 싶은 소설을 쓰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쓸 겁니다.

맺으며 

해죽이: 다시 등단을 한다면 누가 나를 찾아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이 사람도 만나보고, 제 책 좀 봐달라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싶습니다. 사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게 제일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어딘가에 소속돼서 일을 하면 욕할 대상이라도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욕할 대상이 나밖에 없거든요. ‘나 왜 이렇게 못해, 나 왜 이렇게 게을러’와 같이 습관처럼 자기 비판만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자기만의 세계에 갇히기도 쉽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창작하는 일은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많은 고민을 하셨을 텐데, 지금은 저랑 이렇게 웃고 떠들고 있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더 많은 고민을 하셨을까요? 이렇게 만나 뵙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해오셨을까 하는 생각에 동기 부여도 되고, 저에게는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영상은 여기까지입니다. 임정연 소설가님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눠봤는데요. 곧 출간될 작가님의 신간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임정연 작가: 『해수, 해수』 시리즈는 가을 10월쯤에 출시될 예정입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Created by 해죽이북카페
CC BY 라이선스 | 교정 SENTENCIFY | 에디터 최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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