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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다중우주론은 왜 나왔을까? 시간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이유

목차 📚

📌 먼치 POINT

1.엔트로피와 시간의 방향성

  • 우주는 팽창하며 모습이 계속 변하므로, 시간이 흐르는 방향이 존재

  • 세상의 모든 과정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

  • 즉, 확률이 적은 상태에서 확률이 많은 상태로 옮겨가는 것

2.우주의 특별한 조건

  • 우주는 낮은 엔트로피에서 출발

  • 다만, 우주는 외부가 존재하지 않아 엔트로피를 외부에 건내줄 수 없어 계속 증가

3.다중우주론

  • 시간의 방향성을 물리 법칙으로 설명하기 위해 등장

  • 특별한 조건 충족을 위해 여러가지 다른 우주가 존재한다는 가설


시간은 왜 한 방향으로만 흐를까?

우리에게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의 흐름은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물리학적으로 생각해보면 이는 상당히 이상한 현상입니다. 주변에서 공 같은 물체를 던지는 모습을 촬영해서 거꾸로 돌려봐도 별로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 현상들이 있습니다. 반면 사람의 얼굴을 시간별로 계속 촬영해보면 시간이 갈수록 늙어가는 것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고, 이를 거꾸로 돌리면 이상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결국 핵심 문제는 현재를 기준으로 과거와 미래를 구별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우주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시간이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팽창하는 우주는 모습이 계속 변해가므로 시간이 흐르는 방향이 존재합니다.

엔트로피와 시간의 방향성

19세기 물리학자들은 시간의 방향성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열역학 제2법칙이 등장했습니다. 이 법칙은 엔트로피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세상의 모든 과정이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만 흐른다고 설명합니다. 19세기 말 루드비히 볼츠만은 엔트로피의 진짜 의미를 밝혔습니다. 엔트로피는 어떤 물체나 계가 가질 수 있는 미세한 상태(마이크로 스테이트)의 숫자와 관련이 있습니다.

엔트로피가 낮다는 것은 가능한 상태의 수가 적다는 뜻이고, 높다는 것은 상태의 수가 많다는 의미입니다. 각각의 확률이 모두 동일하다면, 결국 확률이 적은 상태에서 확률이 많은 상태로 옮겨가는 것이 열역학 제2법칙입니다. 주변의 많은 물체들을 그냥 내버려두면 자연스럽게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며, 이것이 시간의 방향성을 만들어냅니다.

엔트로피 증가의 구체적 예시

물에 잉크방울을 한 방울 떨어뜨리는 상황을 상상해보겠습니다. 처음에 잉크방울은 까맣게 한 점에 모여 있다가 떨어뜨리는 순간 사방으로 퍼져나갑니다. 누구나 이 필름을 거꾸로 돌리면 정말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개개 분자의 관점에서 보면, 잉크 분자와 물 분자가 임의의 위치에 모두 분포할 수 있지만, 모든 잉크 분자가 한 곳에 분포할 확률은 지극히 낮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흩어진 잉크가 섞여 있는 물을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두고 지켜보다 보면, 언젠가는 잉크 분자가 모두 모여서 다시 잉크 방울처럼 보이는 순간이 존재할 것입니다. 분자 하나하나의 운동을 보는 관점에서는 이 둘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시간의 흐름이라는 주제는 초등학생에게는 쉬운 질문이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점점 어려운 질문이 되어갑니다.

우주의 특별한 시작조건

한마디로 답하자면, 우리 우주는 굉장히 낮은 엔트로피 상태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시간이 방향성을 가집니다. 만약 처음부터 열평형 상태에서 시작했다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모두 같은 모습이어야 하고, 이를 거꾸로 돌려도 아무런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시간이 방향성을 가진다는 것은 우리 우주가 아주 특별한 초기 조건을 가지고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마치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과 비슷합니다.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서 엔트로피가 증가하지만, 굉장히 천천히 증가하여 엔트로피를 일정하게 유지합니다.

사람이 엔트로피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독립된 개체가 아니라 외부 환경과 계속 상호작용하면서 쌓인 엔트로피를 바깥에 배출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주는 외부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한 번 시작하면 엔트로피를 외부에 건네줄 곳이 없어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현재 암흑 에너지가 지배하는 상황이 맞다면, 암흑 에너지의 성질에 따라 결과가 조금씩 달라집니다. 지금처럼 계속 팽창하고 우주 상수와 같은 성질을 가진다면, 우주는 결국 열적 평형에 도달해서 아무 일도 없는 깨끗한 우주가 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측입니다.

하지만 우주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물리학에서 운동 법칙을 예측할 때는 위치와 속도를 굉장한 정밀도로 알아야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데, 현재 암흑 에너지의 측정은 한 순간의 값만을 안 것이고 이것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직 잘 측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암흑 에너지가 우주 상수와 정확히 같은 것이 아닐 수도 있고, 진공에 해당하는 위치에서 살짝 벗어나서 아주 천천히 굴러 떨어지고 있는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라면 가속 팽창을 하다가 진공 에너지가 점점 줄어들어서 결국 사라지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중우주론의 등장 배경

시간의 방향성을 물리 법칙으로 설명하려다 보니 엔트로피가 낮아야 할 필요성과 빅뱅 이론에 따른 우주 초기의 급팽창 같은 특별한 조건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특별한 조건이 하필 왜 있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우주가 우연히 이런 조건을 가진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다른 우주가 존재한다는 다중우주 가설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인플레이션(급팽창) 이론은 빅뱅 이론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인 지평선 문제와 평평함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다고 하지만, 급팽창이 작동한다는 가정이 들어있습니다. 급팽창이 일어나려면 스칼라 장이 아주 조용히 그 위치에 있어야 하는데, 뜨거운 우주에서는 요동 때문에 그런 일이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임의로 울퉁불퉁한 우주를 시작 조건으로 주고 급팽창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살펴본 결과, 항상 일어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국소적으로 급팽창이 일어날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은 굉장히 쉬우며, 이는 자연스럽게 다중우주와 연결됩니다. 결국 굉장히 다른 우주 상수를 가진 많은 우주들이 존재한다는 것인데, 대부분의 우주는 훨씬 더 큰 진공 에너지를 가져서 구조 형성도 되지 않고 모든 것이 날아가 버린 빈 공간이 될 것입니다. 그런 우주가 대부분인데 왜 우리는 여기에 살고 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인류 원리가 필요합니다.

인류 원리: 우주의 미세 조정

인류 원리라는 용어는 1970년대에 생겨났으며, 당시 우리 우주에서 인간의 존재가 얼마나 쉽게 일어날 수 있는가를 고민하던 중 나타났습니다. 우주에 대한 이론을 보면 암흑 에너지의 크기, 암흑 물질의 크기, 양성자의 질량, 전자기력의 세기, 강력의 세기 등 많은 상수들이 나옵니다.

이런 조건들을 조사해보니, 인간이라는 생명체를 만들어내려면 아무 값이나 가지면 안 되고 굉장히 잘 조정된 값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예를 들어 양성자의 질량이 중성자의 질량과의 차이가 아예 없어진다면 지금과 같은 별이 만들어지지 않고, 별의 수명이 너무 짧아져서 생물들이 진화해서 인간까지 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우주 상수의 경우, 0도 아니면서 굉장히 작은 값을 가집니다. 만약 그 값이 지금 관측하고 있는 값보다 10배 커진다면 우주가 훨씬 더 빨리 팽창하여 별들이 만들어지지 않고 생명이 존재할 수 없게 됩니다.

강한 인류 원리 vs 약한 인류 원리

이러한 관찰을 거꾸로 이용해서,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물리 법칙에 대해 무언가를 말해준다는 입장이 생겨났고, 이를 인류 원리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인류 원리는 두 가지 버전이 존재합니다. 강한 인류 원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물리 법칙 자체가 인간의 존재를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왜 물리 법칙이 꼭 그래야 하는지 수긍하지 못했습니다.

약한 인류 원리는 물리 법칙의 값들이 다양한 값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관찰하는 굉장히 좁은 구역의 값을 가지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다중우주가 필요합니다. 많은 우주가 각각 다른 상수 값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에서 딱 맞아떨어지는 곳에서만 인간이 탄생하고, 그렇게 탄생한 인간이 관측을 하기 때문에 그런 우주로 보인다는 것이 약한 인류 원리의 주장입니다.

마무리하며

시간이 한 방향으로 흐르는 이유부터 시작해서, 엔트로피의 증가, 우주의 특별한 초기 조건, 그리고 다중우주론과 인류 원리까지 살펴보았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큰 그림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는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매우 특별한 조건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연인지, 아니면 수많은 우주 중 하나인지는 여전히 활발한 연구와 토론의 주제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의 존재 자체가 우주의 물리 법칙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Created by 카오스 사이언스
CC BY 라이선스 / 교정 SENTENCIFY / 에디터 하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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