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치 POINT

1.후지산

• 세계 문화 유산이자 1707년 이후 분화한 적이 없는 휴화산

• 올해 지진 발생 가능성 80%

• 이상 기후 발견
  - 후지산 인근 호수의 수온이 상승
  - 후지산의 얼음 동굴 내부에도 빙하가 급격히 녹아내리는 현상

2.후지산 분화 시나리오

• 마그마가 흘러내릴 경우 도쿄-나고야의 완전한 파괴
  - 상대적으로 적은 인명 피해 발생

• 대량의 화산재가 발생될 경우 도로, 공항, 철도 등 기반 시설 마비
  - 도쿄돔 약 390개를 채울 분량의 화산재 발생

‘불의 고리’가 깨어나고 있다

최근 일본과 대만에서 규모 6.9에 달하는 강진이 발생한 데 이어 필리핀에서도 규모 5.7과 5.4 지진이 연달아 발생했습니다. 이렇게 지각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일본에서는 후지산 폭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진과 화산 활동이 빈번한 필리핀과 대만, 일본을 잇는 환태평양 조산대 지역을 '불의 고리'라고 부릅니다.

최근 이 불의 고리 지역에서 지진과 화산 활동이 유독 빈번하게 관측되고 있어 대지진이나 대규모 화산 폭발 발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올해 1월에만 해도 13일 일본 규슈 인근 해역에서 규모 6.9의 강진이 발생했고, 16일에는 인도네시아 북동부 할마헤라 섬에 있는 이부 화산이 분화했습니다. 며칠 뒤인 21일에는 대만 남부도시 타이난시에서 규모 6.4의 지진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후지산 분화 가능성, 이상징후들이 포착되고 있다

일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해양판인 태평양판과 필리핀 판, 그리고 대륙판인 유라시아판과 북아메리카 판 등 지각 판들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이 판들이 움직이게 되면 발생할 수 있는 것이 난카이 대지진입니다. 일본 당국은 올해 1월 1일 대지진 발생 가능성을 약 70~80%에서 확실한 80%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후지산 아래쪽에는 사가미 해곡 대지진의 원인인 사가미 해곡과 난카이 지진의 원인인 난카이 해곡, 그리고 유라시아판과 북아메리카 판의 경계인 이토이가와 시즈오카 구조선 등 세 판의 경계가 서로 만나고 있어 지질학적으로 후지산 일대는 일본 최악의 지진 위험지대입니다.

최근 후지산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상징후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후지산 인근에 있는 호수의 수온이 예년보다 상승하면서 겨울철에도 얼음이 제대로 얼지 않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습니다. 또한 만년설로 덮여 있던 후지산 정상의 얼음 동굴 내부에서도 빙하가 급격히 녹아내리는 모습이 보고되었는데, 이는 모두 마그마 활동이 활발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300년간 잠든 화산

후지산은 일본 최고의 산으로 높이가 해발 3,776m입니다. 맑은 날에는 100km 떨어진 도쿄에서도 후지산을 볼 수 있습니다. 후지산은 2013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는데, 자연유산이 아닌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유는 등산객들로 인한 환경 오염이 심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인들에게 후지산은 성스러운 장소이며 여러 예술 작품의 영감이 된 요소이기도 합니다.

후지산 정상부는 눈이 덮여 있고 겨울철에 매우 춥기 때문에 눈이 완전히 녹는 7~8월에만 등반이 가능합니다. 지대가 높아서 풀이나 나무도 없고 황량한 화산재밖에 없기 때문에 후지산은 올라가서 보는 것보다 멀리서 보는 게 아름답다고 평가받습니다.

후지산의 분화 기록을 보면 지난 5,600년 동안 약 180회 정도 분화했습니다. 30년에 1번 꼴로 분화한 셈인데, 문제는 1707년 호에이 대분화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분화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1707년 호에이 분화 당시에는 약 2조 5천억 엔(우리 돈으로 약 23조 원)의 경제 피해를 입혔습니다.

후지산 분화 시나리오

후지산 분화에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화산 폭발로 마그마가 흘러내리는 경우입니다. 900도의 마그마가 산의 남쪽 경사면을 통해 흘러내려 시즈오카현 후지시의 중심부를 뚫고 바다로 흘러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경우 인명 피해는 적겠지만 도시 전체가 파괴되고 도쿄-나고야 간 고속도로가 차단되는 등 막대한 피해가 예상됩니다.

두 번째는 대량의 화산재를 발생시키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화산재가 2시간 만에 도쿄까지 날아와 도로와 공항, 철도 등 기반시설을 마비시키게 됩니다. 이런 분화가 15일 동안 이어질 경우 산 주변에는 1m 이상, 도쿄 등 일본 수도권에는 10cm 정도 높이의 화산재가 쌓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규모 정전과 단수

2020년 일본 정부가 발표한 후지산 분화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1707년과 비슷한 규모로 분화하고 남서풍이 부는 상황을 가정했을 때 최악의 경우 화산재가 약 3시간 만에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에 떨어져 대규모 정전과 단수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합니다. 화산재는 물에 젖으면 전기가 통하는 성질이 생겨 누전이 잘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 폭발로 인해 분출되는 화산재의 규모는 도쿄돔 약 390개를 채울 수 있는 분량으로, 제거해야 하는 화산재의 양이 동일본 대지진 때 나온 방사능 폐기물량의 10배 수준입니다.

수도권 기능 완전 정지

화산재로 인한 교통 마비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화산재가 1mm만 쌓여도 차량 운행이 제한되며, 철도는 0.5mm의 화산재만 쌓여도 운행이 정지됩니다. 일본 수도권 사람들 대부분이 철도로 출퇴근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교통 대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화산재로 인해 활주로가 폐쇄되거나 엔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항공기 운항에도 제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11월 1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화산이 폭발해 대한항공 여객기가 회항하기도 했습니다.
후지산이 분화하게 되면 최대 2,670만 명이 피난을 떠나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일본 수도권 인구의 약 60%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화산재로 모든 교통수단이 마비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피난 및 구호품 전달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도쿄 여행, 과연 안전할까?

후지산이 곧 폭발할 수도 있다는 상황에서 도쿄 여행을 가도 될까요?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계획대로 여행을 갈 것입니다. 일본의 지진이나 화산 폭발이 자주 일어나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일본에 여행을 갈 때는 언제든지 화산이나 지진을 경험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어느 정도 대비를 하고 갈 필요가 있습니다.

동일본 대지진이나 후지산 대분화 같이 천 년에 한 번 일어날 만한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하게 되면 그것은 운명이라고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곧 터진다'는 것이 지구의 시간에서는 당장 이번 달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레 겁먹고 일본에 못 갈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한국도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는 아닙니다. 따라서 어디서든 재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미리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에 미칠 영향

우리나라도 마냥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편서풍 지역에 있기 때문에 후지산에서 나온 화산재가 도쿄 쪽으로 갈 확률이 높지만, 분화 당시의 바람 방향에 따라 다른 지역이나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초거대 분화가 발생하게 된다면 지각판의 진동으로 우리나라의 한라산과 백두산까지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한 항공기 및 선박 운항에 차질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도 간접적인 피해는 분명히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마무리하며

후지산 정도 규모의 화산이 폭발하면 일본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전 세계적인 기후 문제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화산재가 햇빛을 막아 기온이 떨어지는 등 다양한 기상 이변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화산은 일반적으로 분화를 통해 에너지를 밖으로 배출하는데, 300년간 에너지를 축적해 온 후지산이 지금 폭발하게 되면 피해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본 정부는 새로운 화산 분화 예보 시스템을 구축해 분출이 예상되는 화산재의 양과 그 영향까지 수일 단위로 예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는 6시간 전에만 예보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은 작은 존재일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충분한 준비와 올바른 대응 방법을 익혀두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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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 BY 라이선스 / 교정 SENTENCIFY / 에디터 하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