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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는 한강 작가 노벨상 예상했을까? | 이광호 문학평론가 [쿠앤에이]

목차 📚

📌 먼치 POINT

1. 문학의 의미와 독서의 가치

  • 문학은 사유와 감각을 자극하며, 인간을 지탱하는 중요한 정신적 기둥

  • 종이책은 감각을 활성화하고 보안 면에서 우위가 있지만, 전자책은 접근성과 저장에 유리

  • 문해력 위기는 단순 어휘력 저하가 아닌 사유를 쫓는 능력의 약화로, 종이책을 통한 독서 교육이 필요

2. 문학평론가의 삶과 창작 현실

  • 문학평론은 타인의 창작을 귀 기울여 읽고 해석하는 작업이며, 책을 즐기는 감수성이 중요

  • 문학 창작은 제도적 진입장벽이 높고, 재능이 있어도 인정받기까지 긴 인내가 필요

  • 생활과 이상을 함께 추구하는 직업적 고민이 필수이며, 문학계 생존을 위한 다중 역할 수행 불가피

3. 한국 문학시장과 청춘을 위한 조언

  • 한국 문학시장은 좁고 비주류 작품이 설 자리가 부족해 다양성 확보 필요

  • 정체성에 얽매이지 말고 자기만의 시선을 갖는 것이 중요


들어가기 전에

안녕하세요. 고려대학교 국어교육과 82학번 이광호입니다. 저는 현재 문학평론가이자 ‘문학과지성사’라는 출판사의 대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 출판사는 50년 가까이 운영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문학 출판사 가운데 하나입니다. 최근에는 한강 작가를 등단시키고, 한강 작가의 책 가운데서 가장 많은 책을 낸 출판사입니다.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예상했을까?

제가 서울예술대학교 문예학부 교수로 재직할 때 한강 작가와 직장 동료 사이였습니다. 한강 작가는 워낙 뛰어난 문학성을 가진 분이었습니다.
저는 한국 작가, 특히 한국의 여성 작가가 5~10년 안에는 노벨 문학상을 받을 것이라고는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올해라는 생각은 전혀 못 했습니다. 한강 작가 본인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즘 텍스트힙(Text Hip)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 굉장히 멋져 보인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숏폼이나 알고리즘의 세계에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책을 멀리하고 있지만, 책은 숏폼이 담을 수 없는 사유와 상상력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한강 작가의 수상이 사람들이 책을 더 많이 접하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한강 작가의 소설은 낯설 수도 있고 읽기 어려울 수도 있고 참혹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문학이 이렇게 다양하고 동시에 세계적인 레벨을 획득했다는 것을 이해하시면, 다양한 한국 문학을 접하실 수 있는 시간이 다가왔으면 좋겠습니다.

문학평론가가 된 계기

사실 저는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이과였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문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문학교육학과에 입학하게 됐습니다. 창작에 대한 관심과, 함께 누군가와 책을 읽는 것, 제가 읽은 책에 대해서 말하는 것, 글 쓰는 것에 대한 관심도 많아서 문학평론가가 된 것 같습니다.

저는 82학번으로 운동권의 시대를 보냈습니다. 문학에 관심 있고, 문학을 공부한다는 것이 조금 미안하고 사실은 위축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무슨 한가하게 문학이냐’라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은 인간의 한 측면을 지탱해 주는 중요한 기둥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계속 문학계에서 일해왔습니다. 거의 평생 문학과 관련된 일을 하며 많은 작가들이 쓴 글을 책으로 펴냈다는 것에 대해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글쓰기의 시작은 첫 문장

모든 책을 쓸 때는 기본적으로 ‘이게 처음 쓰는 글이다’ 혹은 ‘이게 어쩌면 마지막 글이 될 것이다’라는 각오를 갖고 씁니다. 첫 문장이 떠오르고 마음에 들면 글쓰기를 시작을 할 수 있는데, 이것이 안 떠오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시작하기 되게 어렵습니다.
독자들한테 이 글을 끝까지 읽을 것인가, 이 책은 어떤 것인가를 안내하고 끌어들이는 것이 첫 문장입니다. 우선 자기 자신에게 그 첫 문장이 매력적이고 마음에 들어야 시작이 될 수 있는 것이 글쓰기인 것 같습니다.

세상에 있는 수 많은 책과 내가 서로 아주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나눌 가능성은 많지 않습니다. 책을 많이 읽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많이 읽은 책 중에서 나와 다른 생각 포인트가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하지 않은 이야기인데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혹은 내가 발견한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무엇인지, 그런 것들을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종이책 vs 전자책

종이책의 쇠퇴에 대해, 문명사적인 변화는 어쩔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종이책보다 전자책이 접근이나 보관이 편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책을 많이 가진 분들은 경험하셨겠지만 책이 많으면 이사할 때 너무너무 힘들거든요.
그런데 좀 안타까운 것은, 당연히 종이책을 읽을 때 페이지를 넘기면서 침을 묻히고, 구겨가면서 읽는 것이 훨씬 더 감각이 활성화된다는 것입니다. 두뇌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감각이 활성화됩니다.

또 전자책은 기본적으로 보안에 취약합니다. 불법 유출되거나 해킹되는 등의 사고가 너무 많습니다. 보안 기술이 못 쫓아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종이책이 가지고 있는 가치에 대해서 우리가 잊어버리면 안 되고, 어린 세대에게도 종이책을 손으로 만지면서 느끼는 감각의 아름다움과 행복에 대해서도 가르쳐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학 창작의 핵심은 재능보다 ‘인내’

시의 영역은 고유한 재능에 의해 좌우되는 측면이 있고, 소설의 영역은 많이 읽고 쓰는 사람이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와 시장에서 자기가 인정을 받으려면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기본적으로 문학은 하나의 제도이고 시장을 이미 구축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인정받을 때까지의 시간은 10년이 걸릴 수도 있고, 20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재능이 있는 분 중에도 어떤 분들은 세상이 나를 알아주기까지의 그 시간을 못 견딥니다. 등단도 못하거나, 어떻게든 등단했는데 독자도 없다면 포기하게 됩니다.
현실적으로는 ‘자기 재능을 믿고 얼마나 버티느냐’, ‘어느 정도의 시간까지 버틸 수 있느냐’ 그것이 관건인 것 같습니다.

숏폼 세대의 문해력 문제

최근 사회에서 문해력 문제가 심각합니다. 우려되는 것은 문해력이 단순히 어휘력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정말로 책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인터넷 숏폼은 많은 것이 집약된 정보입니다. 그 1분 짜리 숏폼도 지겨워서 못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책은 몇 시간을 거쳐서 봐야 하는 것입니다. 그 안에 생각의 흐름, 사건의 흐름, 이미지의 흐름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단어를 알고 활용하는 능력도 부족하지만, 글을 읽으며 글쓴이의 사유의 과정을 쫓아가는 능력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육할 때 너무 디지털화에만 치중하지 말고, 종이책을 통해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따라 읽는 과정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더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 문학시장의 한계와 가능성

한국에는 굉장히 다양한 작가들이 많이 있는데, 한국의 문학시장이나 출판시장은 되게 좁습니다. 책 한 권의 초판을 단행본으로 2천 부 정도 찍어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작가나 필자는 그 2천 부를 소화하기가 어렵습니다. 정말 안 팔립니다. 베스트셀러 목록처럼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이나 읽기 편한 것만 찾아 읽기 때문입니다.

한국 문학시장의 문제는 독자가 자기 취향을 발견하고 다양한 작가들이 출간의 기회를 얻을 만한 사이즈의 시장이 못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문학이 우리한테 위로를 주는 것이 아니라 참혹함을 경험하게 만드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독자가 많지 않을 것 같은 특이하고 괴상한 책들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한국의 문학시장, 출판시장이이 조금 더 다양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청춘을 위한 문학 추천

청춘의 시기에 읽을 만한 책은 기형도 시인의 '입속의 검은 잎'이라는 시집입니다. 이 시인은 이미 요절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분이 돌아가신 지가 꽤 오래됐는데, 아직도 새로운 젊은 세대들이 기형도의 시를 읽으면서 문학 청년을 꿈꾸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추천을 해드립니다.

또 김혜순이라는 여성 작가가 쓴 '비행운'이라는 책을 보면, 청춘이 사회에 들어가기 위해서 치러야 하는 통과 의례 같은 것이 있습니다. 청춘들은 사회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그런 것들을 경험해보기 전 미리 김혜순의 단편들을 읽어보시면 ‘아, 이것이 청춘이 사회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어려움이구나’ 하는 것들을 미리 알고 공유해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학평론가가 되는 길

문학평론가가 되기 위한 역량은, 일단 당연히 책을 좋아해야 됩니다. 많이 읽거나 빨리 읽지 않아도 되고, 책을 천천히 읽다가 읽기 힘들면 덮어도 되고, 너무 좋은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으면 너무 좋아서 그 자리에 일어나서 막 돌아다녀도 됩니다. 책에서 자기만의 행복감을 찾고 느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습니다.

평론가라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창작을 향해 귀 기울이는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타인의 작품들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회는 학교와 다르게 굉장히 어렵습니다. 저도 문학평론가로 일하고 있지만 사실 문학평론은 직업으로 삼기에 쉽지가 않습니다. 이를테면 저 역시 원고료만으로는 생활이 어렵기 때문에 대학에서 교수로도 일했고, 출판사 CEO도 하고 있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과 자기의 생활을 보장받는 일이 일치하기란 힘든 일입니다. 지금 세대는 더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분열시키는 것보다는 어떻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과 직업의 세계를 연결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이 조금 덜 공허하고 더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마치며

저는 고려대학생으로 살지 않으려는 고려대학생입니다. 학교 때문에 생기는 정체성을 너무 강조하는 것은 조금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정체성이라는 것은 억압적인 성격을 띄기 때문입니다. ‘너 남자지’, ‘너 고대 나왔지’ 같은 것들이 사실은 그 사람을 억압하는 요소들입니다.

저는 고려대학교를 다닐 때도 고대생이 아닌 것 같다는 사람들의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제게는 고대생 말고도 다른 모든 정체성이 있습니다. ‘나는 어디 출신이다’ 같은 정체성에 얽매여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정체성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 자기의 삶의 영역이 오히려 더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Created by 고려대학교 Korea University
CC BY 라이선스 / 교정 SENTENCIFY / 에디터 최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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