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 | 손수호 변호사 [쿠앤에이]
📌 먼치 POINT
손수호 변호사의 업무 철학과 조언
고려대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고 해상법 변호사로 경력을 시작, 현장 경험을 소중히 여김
맡고 싶은 사건은 어려워 보여도 알고 보면 이길 수 있는 사건
사회적으로 낙인찍힌 의뢰인이라도 법적 정당성이 있다면 변호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
사기죄 입증은 어려우며, 현행법은 사기범에게 관대한 구조임을 지적
여론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고, 송무 변호사에게는 전략적 여론 대응이 중요한 업무의 일부
고유정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펜션 부부처럼 법적 승소에도 실익이 없는 경우의 안타까움
변호사는 자격 취득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독립적 판단과 자립된 삶의 자세가 중요
과도한 공감은 해가 되며, 회색지대에 놓인 인간을 객관적으로 보는 시선 필요
들어가기 전에
저는 고려대학교에서 학사, 석사, 박사까지 모든 과정을 마치고 몇 년 전에 박사 학위를 취득한 법학 박사 손수호 변호사입니다.
저는 사실 어릴 때부터 사회 이슈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잘 몰라도 TV 뉴스도 많이 보고 신문도 들여다 봤습니다. 그래서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변호사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습니다.
해상법 변호사로서의 출발과 추억
변호사 일을 하기로 마음 먹은 초반에는 해상법 쪽으로 변호사가 되려고 시도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해상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바다도 모르고 배도 모르고 해운업도 모르는 데 해상법 변호사에 지원한 것입니다. 그렇게 방향이 결정된 후 10년 가까이 해상법 변호사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경남 하동에서 인도네시아까지 석탄 화물선을 타고 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의 약 1주일에서 10일 사이는 제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굉장히 소중한 기억입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밖에 나가면 아무것도 없는 태평양이 쫙 펼쳐져 있고, 밤에도 아무것도 없는 바다의 별빛만 있는 그 기억은, 제가 해상 쪽 일을 시작하지 않았으면 아마 겪어보지 못했을 경험입니다.
변호사가 선호하는 사건과 업무 철학
명확하게 말씀드리면, 변호사가 선호하는 사건은 이길 수 있는 사건이고, 맡기 싫은 사건은 못 이길 것 같은 사건입니다. 남들은 어렵게 보지만 알고 보니 할 수 있겠다 싶은 사건을 좋아합니다. 반대로 남들은 무조건 이기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아닌 사건은 굉장히 맡기 싫습니다.
대표적으로 전청조 혼인사기 사태 때 사건 피해자인 남현희 펜싱 선수감독의 사건 의뢰를 받아서 사건을 검토해봤습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전청조의 사기를 알았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얘기를 들어보고 자료를 보니 정말 몰랐다고 판단할 여지가 있어 할 만한 사건이었습니다.
한참 동안의 노력을 통해서 법적으로 큰 성과를 얻었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씀드리면, 내가 이 사건을 해냈는데 못할 사건이 어디 있느냐는 자신감이 들 정도로 저에게는 굉장히 기억에 남는 큰 사건이었습니다.
악인을 변호해서 이기는 것과 선인을 변호해서 지는 것 중에서는 악인을 변호해서 이기는 쪽을 택하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다 미워해도 이 사람을 맡아서 이겼다면 그 후에도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저런 사람을 변호하냐’라는 말은 인간에 대한 평판에 영향을 줄 수 있어도, 변호사 업을 수행하는 사람의 능력에 대해서는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사기 범죄의 현실과 법적 한계
대한민국의 법이 사기꾼에게 유리하다는 말에는 완전히 공감합니다. 이미 사기 범죄를 저질러서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도 많고, 또 사기 범죄를 저질렀지만 아직 안 잡힌 사람도 많습니다. 기회가 되면 사기를 치고 싶은데 기회가 없어서 못 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 말은 사기를 당하는 사람도 그만큼 많다는 얘기입니다.
사기 행각으로 유죄 판결을 받기 위해서는 증거가 명확해야 됩니다. 처음부터 돈 갚을 생각과 능력도 없는데 빌렸다거나, 투자한다고 돈을 받았는데 투자를 안 하거나 처음부터 투자할 생각 없었다는 경우에만 사기죄가 됩니다. 그런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 사기를 당해도 처벌이 안 돼서 너무 억울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의 현실은 사기범에게 너무 관대한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여론이 변호사 업무에 미치는 영향
여론이 안 좋게 보는 사건의 변호를 맡게 되면 개인의 인격 또는 개인의 사람됨까지도 한꺼번에 매도당합니다. 또 반대로 여론이 굉장히 우호적으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경우에는 기대 이상으로 응원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널리 알려진 사건의 경우에는 훨씬 더 큰 책임감과 또 훨씬 더 큰 여러 가지 위험성을 가지고 도전한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모두가 미워하고, 싫어하고, 지적하는 사람이라면 수사의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이나 절차도 좀 더 깐깐하게 될 수 있습니다. 또 여론이 좋지 않을 경우에는 저희 의뢰인이 법정에 설 의지를 상실하고 적절한 대처가 이뤄지지 않을 우려도 있습니다.
반면 여론이 힘을 실어주고 지지하고 응원해 주면 변호사 입장에서도 든든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힘을 내서 열심히 노력을 합니다. 그게 좋은 성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복합적인 요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여론 관리 또는 여론 형성에 대한 고려까지 충분히 해야 되는 게 저희 같은 송무 변호사의 일입니다.
살인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
기억에 남는 의뢰인은 여럿 있지만, 굉장히 큰 사건을 당한 분이 있었습니다. 고유정 사건은 이혼한 전 남편을 토막 살인한 사건인데, 그 사건이 벌어진 곳이 제주도에 있는 펜션이었습니다. 그 펜션 업주에게 사건 의뢰를 받았습니다.
펜션 업주는 노부부였습니다. 은퇴한 다음에 노후를 위해서 펜션을 만들어 놓고 생활하고 계신 분들이었습니다. 왜 하필 그 펜션에 와서 왜 그런 끔찍한 일을 했는지, 그 후 누구도 그 펜션에 놀러오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금방 펜션의 주소가 알려졌고, 한참이 지난 지금도 폐허로 남겨져 있어 영업을 못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영업을 재개하긴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범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서 승소 판결을 받는 것입니다. 우선 승소 판결은 받았는데, 그 후가 또 문제였습니다. 집행이 안 되는 것입니다. 범죄자에게 재산이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 역시 의뢰인 부부께 ‘소송에서 이겨도 돈 받아내기가 쉽지 않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니 한번 해보자고 해서 진행한 것입니다. 그렇게 여러 가지 노력을 했음에도 상당 부분 아직 받아내지 못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의뢰인으로는 이런 굉장히 안타까운 사건에 휘말린 펜션 업주인 노부부가 떠오릅니다.
예비 변호사들을 위한 조언
일단 변호사가 되기 위한 열망이 있어야 됩니다. 그래야 학부 다닐 때 준비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 준비라는 게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면 됩니다. 그렇게 해야 학점도 관리가 될 테고 또한 여러 가지 지식과 정보가 쌓이면서 우수한 학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 로스쿨을 가고, 거기에서 또 공부를 열심히 하면 변호사가 됩니다.
사실 이제는 변호사 되는 것 자체가 인생의 미션은 아닙니다. 변호사가 되는 것은 시작점입니다. 변호사가 된 후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미리미리 고민을 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또 변호사 자격을 딴다고 해서 다 훌륭한 변호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인으로서 홀로 서기를 해야 됩니다. 대학교를 오는 순간부터는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헤쳐나가야 합니다. 미국식 자립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정서적으로 그리고 직업적으로 자립을 해서, 최대한 빨리 혼자 결정해서 스스로 독립할 수 있는 마음속의 독립을 할 자세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의외로 변호사 업을 할 때 공감 능력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무조건적으로 의뢰인에게 동화되어서 푹 빠져들면 오히려 도움이 안 됩니다. 공감 능력은 아주 조금만, 적절한 수준으로 필요합니다. 너무 과도하면 오히려 해가 됩니다.
완벽하게 순수하게 나쁜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반대로 무조건 모든 면이 다 착한 사람 역시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선과 악의 중간지대, 회색지대에 다 섞여 삽니다. 그중에서 누가 더 악의 쪽에 가깝냐 선의 쪽에 가깝냐 그런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고려대학교, 나의 정체성
고등학교 시절, 저희 학교 학생들은 연대를 많이 좋아했는데 저만 이상하게 고대가 좋았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고대에 한번 와봤더니 건물도 너무 멋있어서, 뭔가에 홀린 듯이 이끌리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교 원서 쓸 때 다른 학교는 아예 쓰지 않고 고려대학교만 원서를 썼습니다. 다행히 운이 좋아서 입학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 후에도 보고 배운 여러 것들이 현재의 저를 형성하는 데 정말 큰 영향을 줬습니다. 인생을 크게 나눠보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대에 올 때까지가 1부였고, 그다음에 2부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저는 고려대학교에 올 수 있었던 게 제 인생의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러한 행운에 기반해서 지금까지도 많은 일이 잘 풀렸다고 생각합니다. 고려대학교는 저에게 정체성이고,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더라도 그때 형성된 것들이 계속해서 제 몸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Created by 고려대학교 Korea University
CC BY 라이선스 / 교정 SENTENCIFY / 에디터 최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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