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산책 기준] 온도 말고 '습도'도 꼭 체크해 주세요 ✅ | 설채현 행동학 수의사
📌 먼치 POINT
습도가 높으면 강아지가 열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해 온열 질환 위험이 커지며, 사람보다 훨씬 낮은 온습도 지수(THI)에서도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견종에 따라 열에 대한 저항력도 다르므로, 크기·털·얼굴 형태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THI 78-79 이하일 때만 산책을 추천하며, 이 기준이 어렵다면 오전 5-7시, 오후 10시 무렵이 가장 안전한 시간대입니다.
👉 폭염 시 반려견 산책은 온도와 습도를 함께 고려해 THI 기준 또는 새벽·야간 시간대에 진행해야 합니다.
들어가기 전에
많은 보호자분들이 반려견 산책 가능 여부를 결정할 때 온도만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폭염 시기에는 온도 못지않게 습도가 상당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무더운 여름날, 아무것도 모르는 반려견은 무조건 나가서 뛰어놀고 싶어 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날씨에 밖에서 뛰어놀아도 정말 괜찮은 걸까요?
보호자 입장에서 아이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환경 조건을 좀 더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은 과학적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 아이가 안전하게 산책할 수 있는 기준에 대해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왜 습도가 중요할까요?
습도가 높은 날에는 왜 더 덥게 느껴질까요? 우선, 우리 몸에서 열을 발산하기가 힘들어집니다. 사람은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땀을 흘리는데, 이 땀이 피부에서 증발하면서 체열을 함께 빼앗아갑니다. 그런데 공기 중 습도가 높으면 이미 수분이 가득해 땀이 제대로 증발하지 못합니다. 결국 체내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쌓이게 되면서 더 덥게 느껴지는 것이죠.
강아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더운 날, 헥헥거리며 혀를 내미는 것은 땀 대신 입을 통해 체온을 낮추기 위한 행동입니다. 하지만 습도가 높아지면 이마저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강아지들은 피부에 털이 많아 체열 발산이 어렵고, 땀샘도 발바닥 등에만 일부 있어 열 조절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습도까지 높아지면 호흡으로 내보내는 열이 제대로 빠지지 않기 때문에, 더위로 인한 스트레스와 온열 질환 위험이 훨씬 커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온도뿐만 아니라 습도 역시 체온 조절에 큰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THI(온습도 지수)를 활용한 과학적 기준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면 가장 많이 활용되는 지표 중 하나가 THI(Temperature Humidity Index), 즉 온습도 지수입니다. THI는 온도와 습도를 함께 고려해 동물에게 얼마나 큰 열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지를 수치화한 지표입니다.
이 지수는 특히 산업동물 연구에서 자주 사용됩니다. 돼지나 소와 같은 가축들은 고온다습한 환경에 놓이면 스트레스를 받아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고, 출산율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환경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사람 기준으로 보면 THI가 70 이하면 쾌적하고, 70-74는 약간 불쾌, 75-79는 불쾌감 시작, 80-84는 매우 불쾌, 85 이상이면 건강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됩니다. 반면 개들은 사람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연구에 따르면 THI 수치가 72-74를 넘기면 열 스트레스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즉, 사람에게는 아직 쾌적하거나 약간 불쾌한 정도일 때도 반려견은 이미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반려견의 열 스트레스 기준은 사람보다 훨씬 더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합니다.
축사로 사이트에서 THI 확인하기
THI 수치를 계산하는 것은 꽤 복잡하지만, 축사로라는 사이트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축사로에 들어가면 가축 사육 기상정보가 있고, 여기서 '가축 더위 지수'가 바로 THI입니다.
시간별로 더위 지수를 확인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오전 9시에 78, 오전 10시에 78, 오전 11시 79, 오후 12시 80 이런 식으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연구 결과를 보면 개들에게 72-74를 넘어가는 순간부터 스트레스를 주기 시작하므로, 엄밀히 말하면 74를 넘어가면 산책을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 미국 기준: 화씨 온도 + 습도 = 150 공식
미국에서는 기온 더하기 습도가 150 이상이면 야외 운동을 피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기온은 화씨 온도를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적용하기에는 계산이 복잡합니다.
대략적인 화씨 온도 변환 방법은 섭씨 기온 x 2 + 30입니다. 이렇게 계산하면 플러스 마이너스 2-3도 정도의 오차가 생기지만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 온도가 27도이고 습도가 73%라면, 화씨로 약 84도가 되어 84 + 73 = 157이 되므로 150을 넘어가 산책을 피해야 합니다.
현실적인 타협안과 권장 시간대
연구 결과대로 THI 72-74 기준을 적용하면 우리나라 7-8월에는 강아지들이 산책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따라서 현실적인 타협이 필요합니다.
THI 수치 기준으로는 78-79 정도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좋겠습니다. 80이 넘어갔을 때는 산책을 하지 않는 것으로 기준을 잡으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오전 10시 이전과 오후 9시 이후에 산책이 가능합니다.
수치 계산이 번거롭다면 시간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7-8월에 강아지들이 가장 산책하기 좋은 시간은 오전 5시에서 7시 사이, 그리고 늦은 밤 10시 전후입니다.
🐶 견종별 차이점 고려사항
견종에 따른 차이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소형견과 대형견 중 어느 쪽이 더위에 더 약할까요?
대형견이 열에 더 취약합니다. 그 이유는 부피 대비 체표 면적이 적기 때문입니다. 체표 면적은 열을 바깥으로 내보내는 주요 통로인데, 대형견은 몸집이 크다 보니 내부에서 발생한 열이 피부 표면까지 전달되기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그만큼 체열 방출이 어렵습니다. 반면, 소형견은 상대적으로 체표 면적이 넓어 내부 열이 외부로 빠져나가기 더 수월합니다.
털의 종류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당연히 단모종이 장모종보다 훨씬 더위에 강합니다. 특히 이중모를 가진 견종은 겉털과 속털이 겹쳐 있어 통풍이 잘 안 되고 열이 빠져나가는 데 방해가 됩니다. 또한 단두종—예를 들어 불도그나 퍼그처럼 코가 짧고 납작한 아이들—은 호흡을 통한 열 방출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여름철에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이처럼 견종에 따라 열에 대한 저항력이 달라지므로, 반려견의 체형과 특성에 맞는 여름철 관리가 필요합니다.
마무리하며
폭염 시기 반려견 산책은 온도와 습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가장 정확한 방법은 THI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고, 축사로 사이트의 가축 사육 기상정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계산이 복잡하다면 오전 5시에서 7시 사이, 그리고 오후 10시 정도가 가장 안전한 산책 시간이라고 기억해 두시면 됩니다. 반려견의 크기, 털의 종류, 코의 길이 등도 함께 고려하여 우리 아이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산책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Created by 설채현의 놀로와
CC BY 라이선스 / 교정 SENTENCIFY / 에디터 최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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