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살고 누구를 만나는가가 당신의 뇌를 결정한다 [고대백과]
📌 먼치 POINT
✅ 지능은 사회적 환경의 산물
뇌 스캔으로 개인의 지능은 유전보다 사회적 연결망에 영향을 받음
보육자의 네트워크나 거주 지역에 따라 아이 IQ는 평균 20점 차이
인간의 지능과 뇌 구조는 주변 사람과 관계 속에서 형성
✅ 관계는 삶의 가능성을 확장
감옥에서 대학 진학한 사례처럼, 인간은 관계를 통해 삶의 방향 전환
다양한 관계 자원이 인생의 선택지를 늘려주는 핵심 요소
관계는 갈등과 회복의 반복으로 단련되는 '근육'과 같음
고립된 사회 속에서 행복을 원한다면, 지금부터 관계에 투자해야 함
들어가기 전에
안녕하세요.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사회학과 학과장을 맡고 있는 신은경입니다.
우리가 얼마나 똑똑한지는 개인적인 산물일까요? 개인의 지능은 보통 유전이나 개인의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여러 연구를 보면 지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사회생활을 거치며 만들어지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오늘은 여러분께 뇌 스캔으로 밝혀진 우리 뇌와 지능에 대한 놀라운 사실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아이의 IQ를 결정하는 사회적 네트워크
테네시 주립대 의대에서 보육자 1500명과 그들의 아이들 1500명을 함께 연구하는 분석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 놀랍게도 24개월 된 아이들은 사는 지역에 따라서 평균 IQ가 20점 이상 차이 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정 동네에 사는 아이들은 IQ가 평균 90, 옆 동네에 사는 아이들은 평균 110이었습니다.
지적인 능력이 순전히 개인적인 현상이라고 한다면 사는 지역에 따라서 24개월 된 아이들의 IQ 편차가 20점이나 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데이터들을 융합해서 분석한 결과 아이들을 돌봐주는 보호자의 사회적 네트워크가 좋을수록 아이들의 IQ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즉, 우리가 얼마나 똑똑한지를 규정하는 지능이란 개념은 사회적 산물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뇌는 어떻게 사회적 산물이 되는가
우리 뇌는 84개의 작은 지역들로 나눌 수 있습니다. 뇌에서 어떤 시그널을 보내게 되면, 이 특정 지역을 연결시키는 작업이 활성화됩니다.
이런 활성화 패턴이 반복되게 되면 자주 활성화시키는 영역들끼리 더 단단한 섬유 구조를 형성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 뇌 속에서 어떤 지역들이 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알려주게 됩니다. 이것을 뇌의 ’커넥톰 데이터(Connectome Data)’라고 부릅니다.
지금 여러분의 뇌를 스캔해서 사는 동네를 맞춘다면 얼마나 정확할까요? 놀랍게도 뇌 커넥톰 데이터만을 활용해서 상위 20%의 부유하고 학력 수준이 높은 동네에 사는지 혹은 하위 20%의 가난하고 학력 수준이 낮은 동네에 사는지, 소득 수준과 동네의 학력 수준을 82%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놀라운 결과들은 결국 우리 인간의 뇌가 사회적 산물이라는 것을 방증합니다.
이러한 원리는 ‘거울 뉴런 효과(Mirror Neurons)’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물컵을 드는 것을 봤을 때 나의 뇌는 거울처럼 저 사람의 행동을 미러링해서 내가 마치 그 행동을 하는 것처럼 신경망을 활성화하게 됩니다.
즉 우리가 어떤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는가 혹은 어떤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는, 우리 뇌의 어떤 지역의 연결을 더 강화시킬 것인가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감옥에서 대학까지: 관계가 만든 기적
우리의 사회적 연결망은 우리 뇌를 발달시키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동시에 우리 삶의 가능성의 외연을 확장시켜주기도 합니다. 제가 했던 연구 중 하나가 감옥에 갔다가 대학에 진학하시는 분들은 어떤 네트워크, 어떤 사회적 맥락을 거쳐 성공적인 전환의 길로 걷게 됐는지에 대한 관한 연구였습니다.
감옥에서 나오신 다음에 대학에 진학하시는 놀라운 전환 과정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어떻게 대학에 진학하실 생각을 하시게 됐나요?"라는 질문에, 인터뷰이들께서는 감옥에 가서야 대학 나온 사람을 살면서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대학을 나온 감방 동기가 어느 날 놀고 있는 인터뷰이들께 "너 진짜 똑똑하다. 너 같은 애는 대학을 가야 한다"라고 이야기해서 웃어 넘겼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려고 누우니까 '내가 대학을?'이라는 생각이 계속 떠올랐다고 합니다. 결국 감옥 안에서 검정고시를 치르시고, 출소 후에는 대학에 입학하시게 되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서 우리는 지금껏 당연하게 ‘내가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을 진학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우리가 살면서 만나왔던 많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교육에 대한 접근과 열정, 이용 가능성들을 불어넣어 주었기 때문에, 대학 진학이 가능한 성취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관계 자원의 불평등과 현대사회의 고립
어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사는가는 누군가가 대학에 진학할 확률을 높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대학이라는 것을 평생 인생에 없는 옵션이라고 생각하며 살게 만듭니다.
중요한 자원은 관계를 통해서 전파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관계 자원이 사회 속에서 균등하게 분포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어떤 곳에서는 더 많은 관계 자원들을 누리고 살게 되고, 어떤 사람들은 그런 관계 자원의 네트워크에서 배제된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역설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감옥이라는 공간이 관계 자원을 재분배하게 되었다는 놀라운 연결의 기능을 제공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들은 이런 사회의 풍부한 관계망의 토양을 상실해 가고 있습니다. 고립의 시대라는 이야기가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단절과 외로움을 겪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2018년 고독부 장관이 세계 최초로 등장하게 되었고, 이어서 2021년 일본에서도 고독부가 신설되었습니다.
외로움은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실제로 외로움은 하루에 15개비의 담배를 피우는 것과 비슷한 해악을 건강에 미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결혼 기피, 1인 가구의 증대, 우울과 고립의 창궐, 현대사회의 주요한 사회 문제들은 결국 관계의 문제입니다.
관계 맺기가 어려워진 이유
사회적 동물이라고 불리던 인간은 왜 이렇게 관계를 잃어가고 있는 것일까요?
사실 우리는 다른 존재 없이도 일상을 영위하는 데 커다란 불편함을 느끼지 않습니다. 관계가 중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관계의 파괴 역시 쉽습니다. 관계를 끊는 것이 이보다 쉬웠던 인류의 역사가 없습니다.
관계를 잃어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사실 관계 맺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양성의 증대와 인터넷 공간의 필터 버블이 우리 현대사회의 관계 유실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계라고 하는 것은 언제나 상이한 두 세계의 접점에서 발생합니다. 실제로 하나의 연결일지라도 그 관계를 읽는 독해법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누군가는 더 빠르게 자극에 반응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조금 느리게 반응하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감정의 반감기가 짧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아주 영속적으로 그 감정의 효과가 남아 있기도 합니다.
현대사회에는 개인의 다양성이 폭발적으로 증폭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개인이 개성을 가질 필요가 없었습니다. 200년 전 한양 땅에 살던 사람과 그 옆집 사람의 차이는 오늘날 서울에 사는 사람과 그 옆집의 차이보다는 훨씬 적었습니다. 사회가 다양해질수록 우리는 훨씬 더 이질적인 존재들과 만나게 됩니다.
동시에 인터넷 공간은 이러한 다양성이 어려운 우리에게 안락한 피난처를 제공해 줍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하고만 소통하고 살아도 괜찮습니다.
큐레이션 된 필터 버블은 광범위해 보이는 인터넷 안에서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다양성의 층위를 납작하게 만들어줍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경험하고 부딪히며 관계 근육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게 됩니다.
관계 근육을 키우는 방법
관계의 근육은 우리가 운동을 하는 것과 매우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근육을 키울 때 운동을 하면 근육이 파열되고 그것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근육은 더 강하게 크게 성장하게 됩니다. 관계도 수많은 작은 균열과 파열, 그리고 회복을 통해서 근육이 커져 나가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사람과 직접 상호작용하는 경험이 극도로 적어지고, 인터넷 공간에서 나와 내 의견과 유사한 사람들에게만 노출된다면, 우리는 직접적인 파열과 마찰을 경험할 기회를 박탈당하게 됩니다. 관계 맺기 근육은 더욱더 소실되고 관계 맺기는 우리 모두에게 어려운 과업이 됩니다.
친구 때문에 상처받았다는 고민들을 우리 학생들이 많이 털어놓습니다. 그럴 때 저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근육이 파열되었으니 더 강하고 단단하게 근육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고. 상처에 굴하지 말고 또 다른 관계를 맺어보기도 하고, 다른 방식으로 파열된 관계 근육을 재생시키기도 하는 그 과정을 통해서만 우리 근육이 더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마치며
산다는 것은 관계 맺는 것입니다. 관계 맺기를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건 삶을 포기하는 것이니까요.
특히 고령화 사회에서 인간이 꼭 투자해야 되는 필수 종목은 관계와 근육이라고 저는 항상 역설하곤 합니다.
개인 스스로가 자신과 맺는 관계 역시 사회적인 역량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어떤 사회에 사느냐에 따라서 사람이 본인 스스로와 맺는 관계가 달라집니다. 그런 자신과 여러분들은 좋은 관계를 맺고 계신가요?
건강하고 따뜻한 스스로와의 관계, 그리고 동시에 건강하게 함께 성장하는 타인과의 관계망을 형성하는 것이 결국 잘 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여러분께서 만약 30년, 50년 뒤에도 행복한 삶을 영위하시고 싶으시다면 지금부터 관계에 투자하셔야 합니다.
Created by 고려대학교 Korea University
CC BY 라이선스 / 교정 SENTENCIFY / 에디터 최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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