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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사회, 어떻게 살아갈까? 선택의 기로에 선 한국 [고대백과]

목차 📚

📌 먼치 POINT

✅ 대한민국이 마주한 다문화 딜레마

  • 대한민국은 단일민족 중심의 과거에서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 일보직전

  • 동질성에 기초한 연대가 미래 사회를 가로막는 장애가 된 코리안 딜레마 발생

  • 이민 필요성은 높지만 반이민 정서, 정책 격차, 사회 통합 미비로 혼란 지속

✅ 다문화 사회의 갈등 요인과 해결 방향

  • 표층 문화는 비교적 수용되지만, 심층 문화는 집단 갈등의 근본 원인

  • 갈등의 주요 요인은 자원 경쟁, 문화 우월주의, 정치적 선동

  • 어릴 때부터의 상호 접촉과 문화 체험이 편견을 줄이는 데 도움

✅ 통합을 위한 협력과 문화 강국의 비전

  • 이민자, 선주민, 정부가 협력해 공통 기반 확대하는 ‘삼각 협력 모델’이 통합의 열쇠

  • 문화 강국이란 단지 예술이 아닌 도덕성과 다양성, 포용을 바탕으로 하는 나라


들어가기 전에

안녕하세요, 저는 고려대학교 사회학과에서 사회심리학과 국제 이주, 다문화 사회에 대해 가르치고 연구하는 윤인진 교수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중대한 전환점에 놓여 있습니다. 익숙하고 안전해 보이지만 결국 쇠퇴할 것이 분명한 예정된 미래로 갈 것인지, 아니면 생소하고 위험할 수 있지만 새로운 기회가 있는 미지의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것이 대한민국이 마주한 미래의 딜레마입니다.
오늘은 다문화 사회에서 대한민국이 어떤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코리안 딜레마: 80년 전 아메리칸 딜레마의 재현

대한민국의 딜레마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80년 전 미국의 선례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백인과 흑인 간의 인종 관계를 다룬 '아메리칸 딜레마(American Dilemma)'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미국의 건국 정신이 담긴 헌법에 ‘모든 인간은 신 앞에 평등하다’고 말하면서도 흑인을 노예로 삼는 관행이 유지되는 것 사이의 모순을 분석한 것입니다.
특히 남부의 백인 농장주들은 이러한 인지부조화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들이 말하는 인간은 백인만을 의미하며, 흑인은 하위 인간이기 때문에 그들을 노예로 부리는 것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1944년 아메리칸 딜레마가 80년이 지난 지금 한국에서 코리안 딜레마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코리안 딜레마는 한국의 성장을 이끌었던 성공 요인들, 예를 들어 동질성에 기반한 연대가 이제는 미래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과감하게 버리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이는 한국이 단일민족, 단일 문화 사회에서 다민족, 다문화 사회로 전환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다문화 지체, 이민 딜레마, 정책 격차 등의 현상으로 나타납니다.
다문화 지체는 한국 사회가 다민족화되고 다문화가 확산되었지만 여전히 한국인의 인식과 사회 제도가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지 못해 선주민과 이주민 간의 갈등과 분열이 생기는 현상입니다.
이민 딜레마는 인구 감소와 저성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민이 불가피한 선택임에도 이민이 초래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로 인해 쉽게 수용되지 않는 상황을 뜻합니다.
정책 격차는 정부의 이민자 통합 정책이 일반 대중의 반이민 정서와 충돌하여 정부가 이민 정책을 적극적으로 실행하지 못하는 상황을 말합니다.

다문화 사회로의 급속한 전환과 영향

한국 사회는 빠르게 다민족 다문화 사회로 전환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여러 측면에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첫째, 인구학적 변화로 이주 배경 인구는 2022년 220만 명에서 2042년에는 404만 명으로 증가할 전망입니다.
둘째, 사회 문화적 변화로 인해 문화적 다양성이 증대하고 이주민과 선주민 간의 상호작용이 늘어남에 따라 협력과 갈등이 공존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셋째, 제도적 변화로 그동안 단일민족 국가를 기반으로 구축된 제도들, 예를 들어 교육, 행정, 경찰 등이 다문화 사회에 맞지 않는 부분들이 드러나며 이를 새롭게 개편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넷째, 정체성 변화라는 보다 근본적인 이슈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누가 한국인인가, 무엇이 한국인인가와 같은 질문들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혈통이 아니라 결혼, 귀화 등을 통해 한국인이 된 사람들을 새로운 한국인으로 수용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주는 개인과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개인에게 이주는 익숙한 환경을 떠나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과정이며, 이 과정에서 문화적 변형이 발생하게 됩니다.
같은 맥락에서 이주는 사회에도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사회는 이주민을 새로운 구성원으로 편입하고 통합하는 과제를 떠안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국가의 정책, 제도, 그리고 정체성에도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러한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낸다면 이주민은 국가 발전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게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문화 다양성의 딜레마와 집단 간 갈등

이민자들은 필연적으로 문화 다양성의 딜레마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 딜레마는 문화적 차이를 존중하는 것과 사회적 통합을 유지하는 것 사이의 어려움에서 비롯됩니다. 이러한 딜레마는 두 가지 주요 문제로 나타납니다.

첫째, 동화주의와 다문화주의의 갈등입니다. 이민자나 소수 집단이 다수 집단의 문화에 동화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해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입니다. 다수 문화에 동화되면 사회적 통합이 촉진될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소수 문화의 정체성이 희생될 수 있습니다.
둘째, 포용과 배제의 문제입니다. 다수 집단이 소수 집단을 충분히 포용하지 못하면 소외감과 불만이 커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소수 집단이 지나치게 방임될 경우 주류 사회와의 단절과 고립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표층 문화와 심층 문화의 구분

문화는 겉으로 드러나는지 혹은 내면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지에 따라 표층 문화와 심층 문화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표층 문화는 언어, 음식, 의상, 건축, 스포츠와 같이 눈에 보이는 외적인 요소들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서로 혼합되고 다양한 것이 자랑스러운 것으로 여겨집니다. 예를 들어 여러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능력이 많은 사람으로 평가받습니다.

반면 심층 문화는 종교와 같은 근본적 가치관이나 신념 체계를 포함합니다. 이 부분은 혼합되지 않고 순수성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불교 신자면서 기독교 신자가 될 수 없고, 기독교 신자면서 무슬림이 될 수는 없습니다.
심층 문화에서는 자신과 다른 신념을 배제하거나 심지어 탄압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는 집단 간의 종교적 차이가 다문화 사회에서 사회적 갈등과 배제의 중요 원인으로 작용하게 만듭니다.

집단 간 갈등의 원인

다문화 사회에서 집단 간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주로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한정된 사회적 자원을 둘러싼 경쟁과 이주민의 상이한 문화가 주류 문화의 위협이 된다고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둘째, 민족중심주의, 문화 우월주의와 같은 태도에서 비롯된 차별적 행동입니다.
셋째, 선동 정치입니다. 특정 정치 세력이 소수 집단이나 이민자에 대한 선주민의 반감과 증오심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달성하려는 것입니다.

이러한 원인들이 결합되면서 다문화 사회에서 집단 간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사회심리학의 ‘접촉 가설’에 따르면 동등한 지위에서 상위 목표를 공유하고 지속적인 접촉이 이루어질 경우 편견은 감소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외국 여행 혹은 장기 거주와 같이 다른 문화를 체험하는 행위는 개인의 편견을 줄이고 다문화 수용성을 증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어린 시절부터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어울리고 교제하는 환경은 서로에 대한 인식과 감정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다문화 사회를 슬기롭게 살아가는 방법

다문화 사회를 슬기롭게 살아가는 데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필요합니다.

먼저 문화적 감수성은 다른 사람들의 문화적 배경, 가치관, 관습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능력과 태도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이러한 식습관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무슬림들과 평화롭게 교류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문화적 예의는 자신과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류할 때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예절과 규범을 의미합니다. 채식주의, 할랄, 코셔 등 특정 문화나 종교에서 금지된 음식이 있을 때 이를 존중하고 강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채식주의자가 참석한 자리에 그가 먹을 수 있는 채식 메뉴를 준비하는 것이 예의 바른 행동입니다.

마지막으로 다문화 수용성은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와 서로 다른 인종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집단을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수용의 정도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더욱 쉽게 설명하면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말합니다.
다문화 수용성은 선주민이 외국인 이주민 소수자에 대해 갖는 태도와 이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수용하는 정도에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국가는 다문화 수용성을 증진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민자 통합을 위한 삼각 협력 모델

이민자가 성공적으로 수용국에 통합되기 위해서는 이민자, 선주민, 정부라는 세 주체의 협력이 필수적이며, 세 주체가 공통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공통 기반을 확장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이민자의 통합 방식에 대해 공화주의, 다문화주의, 상호문화주의와 같은 여러 이론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이론들은 공동 책임의 중요성을 충분히 강조하지 못했습니다.
공화주의는 통합의 책임을 오로지 이민자에게만 돌렸고, 다문화주의는 이민자가 수용국의 문화를 배우고 사회에 참여하는 부분을 간과했습니다. 상호문화주의는 이민자와 선주민 간의 소통을 중시했지만 정부의 책임을 충분히 강조하지 않았습니다.

이민자, 선주민, 그리고 정부가 운명 공동체로서 서로의 책임을 다하고 협력할 때 이민자들은 수용국에서 생산적이고 완전한 구성원이 될 수 있습니다. 삼각대의 세 다리가 균형 있게 그리고 넓게 자리를 잡아야 안정적으로 설 수 있듯이 이 세 다리가 공통 기반을 중심으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각 주체의 역할

이 공통 기반은 언어, 역사, 가치관 같은 사회적 중심 문화와 가치를 공유할 때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권리와 기회의 동등한 분배, 이민자와 선주민 간의 친밀한 관계 형성도 공통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요합니다.
정부는 공통 기반을 넓히기 위한 정책의 토대를 마련하고, 이민자는 주류 사회에 참여하고 주류 문화를 학습하며 수용해야 합니다. 선주민은 이민자의 문화와 정체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이민자가 선주민과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포용적인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이러한 개별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세 주체는 공통의 상위 목표를 설정하고 한민족을 넘어서 확대된 국민 정체성, 예를 들어 신 한국인과 같은 포용적인 정체성을 정립하는 데 협력해야 합니다.

결론: 문화 강국을 향해

백범 김구 선생이 1947년에 쓰신 '나의 소원' 중에서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에 관한 부분을 떠올려봅시다. 당시 대한민국은 일제강점기에서 해방된 후 아직 완전한 독립 국가로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구 선생은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강한 나라가 아니라 문화력이 강한 나라를 꿈꾸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문화는 단순히 예술, 문학, 음악과 같은 전통적인 문화 활동을 넘어 높은 수준의 도덕적 가치관을 의미합니다. 그는 도덕적으로 성숙하고 문화적 자긍심을 가진 나라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김구 선생이 제시한 이러한 문화 개념은 오늘날 다문화 사회에서 요구되는 평등, 다양성, 존중 그리고 포용의 가치와도 일치합니다.

80년 전 김구 선생이 꿈꾸었던 도덕적으로 성숙하고 문화적으로 발전한 나라는 2024년 현재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 현명한 선택은 준비된 미래를 향해 가는 것입니다. 질서 있는 이민 정책을 통해 대한민국에 기여할 수 있는 이민자를 선발하고 그들이 우리 사회에 성공적으로 통합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길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 할 다문화 사회는 사람의 피부색이 아닌 인격에 따라 평가받고, 문화 다양성이 문제가 아닌 자원으로 여겨지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Created by 고려대학교 Korea University
CC BY 라이선스 / 교정 SENTENCIFY / 에디터 최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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