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커피가 좋아서 카페를 한다면 꼭 해주고픈 말
📌 먼치 POINT
1. 예술을 향한 고집과 운영의 성장
블랙로드 성수는 커피를 예술로 표현하고자 하는 철학 아래 매월 커피 전시를 준비하며 1년간 운영됨.
시행착오와 후회도 있었지만 손님들의 반응과 팀원들의 성장을 통해 여전히 의미와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음.
2. 가격 정책과 매출의 딜레마
고퀄리티 커피와 전시로 구성된 시스템은 비용 구조상 적자를 내기도 했지만, 손님들의 재방문율과 만족도로 이어짐.
초반의 매출 욕심 대신 퀄리티 중심 운영으로 전환하며 평균 매출은 낮아졌지만 브랜드의 정체성은 강화됨.
3. 커피 창업자의 태도와 지속 성장의 중요성
좋아하는 것을 시도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지속적인 성장과 욕심 조절 없이는 장기적인 운영이 어렵다고 강조.
성공은 단기간이 아닌 꾸준한 시도와 누적된 노력의 결과이며, 단순한 버팀이 아닌 성장의 관점이 필요함.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커핑포스트의 이치훈입니다.
어느새 이곳 블랙로드 성수를 오픈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오픈할 때 제가 몰랐던 것들, 1년 지나면서 제가 느끼게 된 것들을 좀 정리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최근 저희 대구 본점이 문을 닫고 더 현대 대구로 옮겨가면서 많은 분들이 저에게 얘기하셨던 것이 있습니다. 고집 좀 그만 부리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해라, 왜 장사인데 예술을 하려고 하냐는 얘기들을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성수점은 사실 진짜 커피를 예술로 만들고 싶었던 곳이기도 해서, 1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어쩌면 이런 시도가 성공할 방법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전달해 드리고 싶습니다.
커피를 예술로 만들려는 시도
제가 뭔가를 할 때 책을 많이 읽는 편인데, 어떤 브랜딩 책에서 본 "우주의 흔적을 남기는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는 문장이 어떻게 보면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따라 이 시스템을 만들었다가 솔직히 좀 후회는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매월 농장에서 좋은 커피를 구해와야 하고, 농장에 대한 영상이 있어야 하고, 그 커피별로 드리퍼를 새롭게 세팅하기도 하고, 커피를 위한 어떤 도슨트 정보들을 설정하고 그에 맞는 음악을 설정하는 등 정말 많은 디테일들이 들어가야 하는 매장입니다. 정말 빡셉니다. 1년 동안 사실 정말 쉴 틈 없이 거의 이 전시만 준비해 왔던 것 같습니다.
매월 전시 시스템의 성장
그러면서도 저희가 좀 생각했던 것은 똑같이 하지 말자, 하던 대로 하지 말자였고, 그래서 다음 달은 좀 더 좋은 걸 만들려고 저희 팀들이 같이 노력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1년이 지난 이 시점에 저희도 많이 성장했습니다.
오픈하기 전에 설계했을 때는 지금 저희 시스템이 세상에 없던 것이기 때문에 어떤 부분을 손님들이 좋아할지를 몰라서 더 다듬지 못한 것들이 있었는데, 전시회를 거듭해가면서 디테일한 것들을 추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구해오는 커피 자체의 퀄리티도 굉장히 좋아졌습니다. 작년 딱 이 시점에는 커피 하나로 전시를 진행했었는데, 지금은 그것보다 더 좋은 수준의 커피들을 5가지 6가지 구해 와서 전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이 공간이 있고 이 공간을 알고 있는 프로듀서들과 농부들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추출 도구도 굉장히 많아졌고, 추출을 거듭하고 손님의 반응을 보면서 이제 부단히 노력했던 저희 지현 바리스타와 유진 도슨트 덕분에 추출 퀄리티도 굉장히 높아진 편입니다. 영상 자체도 성수만을 위해서 따로 찍을 만큼 많이 업그레이드가 되어 있습니다.
솔직히 후회도 많이 되기는 합니다. 언제까지 이것을 준비해야 할지 싶기도 하지만, 손님들의 반응을 보고 재방문해 주시는 것을 보면서 가치를 느끼고 있습니다. 후회는 되지만 해나가야 할 가치는 충분히 느끼고 있다는 것이 지금의 심정입니다.
가격 정책과 가성비에 대한 고민
사실 오픈 전에도 이것을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싸야지 다시 마시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었는데, 다시 잘 생각해 보면 생각보다 가성비가 좋습니다. 왜냐하면 작년 11월에 가장 비쌌던 전시가 48만 원이었는데, 그때 저희가 제공했던 커피의 원가가 거의 40만 원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가장 높은 매출을 거둔 달이었지만 유일하게 적자를 만들었던 그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즉 한 잔만 드신다면 한 잔에 굉장히 비싼 값을 줘야 하는 커피들을 저희 매장에서는 셰어링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커피를 소량씩 맛볼 수 있다는 그런 강점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어떤 커피를 저희가 쓰는지를 손님들이 이제 계산하고 알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번 와보신 분들은 어떻게든 챙겨서 이제 재방문하려고 많이 하시는 것 같습니다. 재방문율이 거의 50%에 가까운 좀 신기한 매장이기도 하고, 1년 운영하다 보니까 정말 오시는 분들이 더 반가워진 것도 있습니다.
매출 목표와 퀄리티 중심 운영
솔직히 처음의 목표는 월 매출 목표가 4천만 원 정도였는데, 그 정도까지는 나오지는 않습니다. 지금 월 평균 2500에서 3천만 원 정도의 매출이 나오고 있고, 그렇게 된 이유 중에서 하나가 초반에 오픈할 때는 욕심을 좀 많이 냈던 것 같습니다.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예약 타임도 하루에 7개 그리고 워크인으로도 받았습니다.
이렇게 했는데 저희 팀원들이랑 여기를 운영하면서 느낀 것이 퀄리티를 더 높여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돼서, 지금은 하루에 딱 네 타임만 운영을 하고 있고 워크인 자체를 없앴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낼 수 있는 매출은 줄어든 편이죠. 그런데 퀄리티를 높였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또 잘 생각해 보면 주변에 정말 높은 매출을 내는 매장을 가보면 바리스타들이 정말 기계적으로 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쳐내는 식으로 시간당 내가 몇 잔을 쳐낼 수 있느냐가 능력인 그런 매장이라면, 성수점 같은 경우에는 분명히 저희 팀원들이 일을 합니다.
팀원들의 성장과 발전
바리스타와 커피 도슨트가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두 사람은 그런 반복 노동이라기보다 여기서 더 높은 퀄리티를 내기 위해서 공부도 많이 하고 그런 연구를 하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을 응대하는 조금은 다른 방향과 목적을 가진 곳이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는 두 사람의 성장에도 굉장히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현 바리스타는 사실 1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를 많이 내린 바리스타가 되었고, 추출 도구랑 이런 것들도 이제 훨씬 더 많이 다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도슨트의 경우에는 산지만 해도 벌써 두 번을 다녀왔고, 유명한 농장의 커피들이나 이런 것들의 맛과 어떤 캐릭터 방향성을 굉장히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저희가 욕심을 줄이고 퀄리티를 생각하고 항상 성장을 해왔기 때문에 작년에 만들어왔던 매출이 지금도 좀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에스메랄다 커피 라인업
그리고 1주년이 된 6월 매출이 역대급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에스메랄다에서 엄청난 커피들을 다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라인업을 살짝만 말씀드리면, 작년 에스메랄다에서 거의 1kg에 1천만 원에 가까운 니도는 못 구했지만 그 니도와 근처에 있는 올해 처음 출시하는 에덴이라는 랏, 그리고 또 다른 에스메랄다에 있는 처음 출시하는 나노라신 마난티알, 그리고 작년 B.O.P에 출시되었던 기간테, 그리고 에스메랄다에서 가장 높은 고도에 있는 핀토라는 랏 워시드와 내추럴, 그리고 또한 작년 에스메랄다 프라이빗 옥션에서 거의 1kg에 400만 원에 가까웠던 바예라는 랏까지 저희가 다 가져왔습니다.
사실 이 모든 나노라를 한 곳에서 맛볼 수 있는 것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경험이라 생각합니다. 블랙로드만의 에스메랄다 프라이빗 옥션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정말 감사하게도 그런 커피를 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작년 에스메랄다 농장에서 우리 매장을 방문하여 이 시스템을 경험한 후, 블랙로드 성수가 파나마 커피를 가장 잘 소개할 수 있는 곳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운영의 현실적 어려움
사실 정말 솔직히 말해서 압박감입니다. 매출이 안 나올 때도 있었습니다. 항상 잘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달에는 제가 생각한 것만큼 예약이 안 차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는 진짜 정말 초조해집니다.
왜냐하면 이 공간이 유지되는 것만 해도 매달 나가는 돈이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800만 원에서 1천만 원은 그냥 나가는 돈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그 정도의 돈이 계속 빠져나가는 셈입니다. 지금의 제 상태는 그냥 가만히 있어도 월에 5-6천만 원이 나갑니다.
뭔가 성과를 내야 하고 반응을 이끌어내야 하는데, 그런 일들이 생겼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근데 오히려 그러다 보니 이를 악물고 다음 달을 준비하는 것도 있습니다.
입지 선택의 중요성
아마 성수점을 지방에 오픈했으면 금방 망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뭔가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고 그것으로 어떤 매출을 만들어내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비슷하게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많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스페셜티 커피라고 하는 이런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가 않습니다. 특히 지방에는 소수만 있는 편입니다. 물론 있을 거예요. 있을 거지만 이 커피로 저희 팀이 먹고 살 만큼 많은 사람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서울에 이런 매장을 오픈했고, 서울에는 다양한 지방 사람들도 오는 편이고, 그러다 보니까 저희가 그나마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카페 창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이제 딱 성수점이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제가 느끼는 것이 이게 되게 애매합니다. 커피만 좋아한다면 하지 말라고도 하고 싶고, 또 그렇다고 해서 하지 말았으면 저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 생각들이 막 스쳐가면서 더 말씀드리기가 어렵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이 정말 커피를 좋아하고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시도를 해보셔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저도 커피를 시작 안 했으면, 망하더라도 무언가 시도 안 했다면 지금 이곳이 없었을 것이니까요. 제 삶 자체가 이런 만족감을 누리지 못했을 테니까 당연히 시도를 해보셔야 된다고 생각은 하지만, 중요한 부분이 좋아하는 일을 여러분들이 시도하시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욕심을 내려줄 필요가 있고, 단순히 버티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성장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1년간 이 성수점을 운영하면서 제가 느낀 가장 큰 지점입니다. 단기간에 성공하는 길은 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에는 성공이라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그 자리로 찾아가게 됩니다. 하던 대로 한다, 버틴다가 아니라 정말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성장해야 카페도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오픈하게 될 카페도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망하기를 바란다는 것이 아니고, 여러분들이 성장하는 만큼 어떤 것들이 발현되는 그런 곳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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