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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사회를 지배할 사이 전문가: 전문가와 전문가 사이에 차이를 전공하는 전문가

유영만 TV2025.07.03
목차 📚

📌 먼치 POINT

1. 전문가 패러다임의 전환: I자에서 V자, 그리고 사이 전문가로

  • 기존 I자형, T자형, V자형 전문가 모델은 전문성의 깊이와 폭을 균형 있게 추구해 왔으나 한계가 존재함.

  • 이를 넘어서기 위해 등장한 ‘사이 전문가’는 다양한 지식 사이의 간극을 잇고, 융합적 사고로 새로운 해법을 창조함.

2. 브리콜레르와 주가드: 실전형 지혜의 상징

  • 브리콜레르는 제한된 자원과 지식 속에서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손재주꾼형 융합 인재.

  • 인도식 개념인 주가드는 유연한 임기응변 능력으로 세계적 리더들의 성공 기반이 되었음.

3. 스트릿 스마트와 호모 디페랑스: 실천적 지혜의 가치

  • 북 스마트(이론형 지식인)와 대비되는 스트릿 스마트(경험형 실천가)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실천적 지혜’의 구현자.

  • ‘호모 디페랑스’는 데리다의 개념으로, 차이를 고정하지 않고 유연하게 연기하며 새로운 관점과 지식을 창출하는 자임.


들어가며

미래 사회의 전문가는 과연 누가 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사이 전문가'가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진정한 전문가입니다. 전문가와 전문가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존중하고, 내가 갖고 있지 않은 다른 전문가의 지식을 나의 지식으로 융합해서 제3의 지식을 끊임없이 창조하는 전문가를 사이 전문가라고 합니다.


기존 전문가 유형들의 한계

한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했던 전문가는 일자형 전문가였습니다. 깊이는 없지만 넓게 아는 제너럴리스트를 말합니다. 그다음에는 아래로 깊게 파는 I자형 전문가, 즉 스페셜리스트가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깊이 파다가 자기가 판 우물에 매몰되는 전문가가 많이 탄생하면서, 깊이 파다가 기피 대상이 된 전문가가 너무 많아졌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T자형 전문가와 V자형 전문가가 나왔습니다. V자형 전문가는 깊이 파려면 넓게 파기 시작해서 아래로 깊이 파라는 개념입니다. 무언가 깊이 파다가 바위덩어리 같은 장애물을 만나면, 바위 옆으로 비집고 들어갈 수 있도록 넓게 파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정말 깊게 파려면 지금 깊게 파는 속도는 느리지만 넓게 파기 시작해야 원하는 깊이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 V자형 인재의 핵심입니다.

그다음으로 등장한 것이 통섭형 인재입니다. 최재천 교수님과 장대익 교수님이 번역하신 개념으로, 지식의 큰 줄기를 잡는 사람을 말합니다. 하지만 에드워드 윌슨이 이야기하는 컨실리언스에서 따온 이 개념도, 과연 대학자도 힘든 지식의 큰 줄기를 잡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비판적 의문이 있습니다.


사이 전문가: 호모 디페랑스

이런 모든 전문가를 능가하는 새로운 개념이 바로 '사이 전문가'입니다. 이를 호모 사피엔스, 호모 루덴스처럼 '호모 디페랑스'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디페랑스는 영어의 디퍼런스(difference)로 설명되지 않는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프랑스 철학자 데리다가 디퍼런스의 'ence'를 'ance'로 바꿔놓고 프랑스 발음으로 만든 단어입니다.
이는 차이로 설명할 수 없는 '차연'을 의미합니다. 차이를 명확히 규정하지 말고 시간·공간적으로 연기해 놓고 그 차이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는 것입니다. 차이를 명사로 생각하지 말고 동사로 생각하자는 개념입니다. 오늘의 차이가 내일 또 다른 공간에서 다른 시간대에 생각해보면 어제와 다른 차이가 또 드러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나무는 생물학자 입장에서 봤을 때는 침엽수입니다. 그런데 시인의 입장에서 봤을 때 소나무는 지조, 절개, 독야청청의 상징적인 은유로 다가옵니다. 지식생태학자 입장에서 소나무는 독야청청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패러다임입니다. 소나무는 그 밑에 다른 나무가 자랄 수 없도록 독약 같은 것을 뿜어내어, 소나무 밑에 자랄 수 있는 생물은 송이버섯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똑같은 소나무를 바라보더라도 저마다 다른 차이로 소나무를 바라보는 것이 바로 데리다가 말하는 디페랑스입니다.

브리콜레르: 손재주꾼의 지혜

사이 전문가를 또 다른 말로 표현하면 '브리콜레르'입니다. 이 개념은 프랑스 철학자 레비스트로스가 '야생의 사고'라는 책에서 창안한 것으로, 손재주꾼이라는 뜻입니다. 건축에 관한 사전 지식도 없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필요에 의해서 주변에 가용한 도구와 기존 지식을 활용해서 집을 뚝딱 짓는 것을 보고, 이들이 서구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과학적 사고에 버금가는 야생의 사고를 갖고 있다고 본 것입니다.
브리콜레르는 주어진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이 문제 상황을 탈출하기 위해서 현재 가용한 지식과 도구를 용도를 변경해 가면서 위기 상황을 탈출하는 사람입니다. 한마디로 맥가이버를 연상하면 됩니다. 맥가이버가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매뉴얼을 참고하지 않고, 주어진 문제 상황에 적합한 도구를 찾아 용도를 변형 적용해서 목적을 달성하는 것과 같습니다.

실제 사례로, 훌라후프가 포화 상태가 되어 더 이상 팔리지 않을 때, 한 사장이 밭의 비닐하우스 지지대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훌라후프를 반으로 잘라서 농부들에게 비닐하우스 지지대로 판매한 것입니다. 이렇게 브리콜레르는 한 맥락에서 A로 쓰였던 것이 맥락을 바꾸니 B라는 맥락에서는 전혀 다른 용도로 변형 적용되어 또 다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합니다.
브리콜레르는 정형화된 패턴과 매뉴얼, 콘트롤 타워의 말을 그대로 따라가는 사람이 아닙니다.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책상에서 머리만 굴려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아니라, 몸도 움직이면서 시행착오도 겪어보고 실제로 문제 상황에 가서 해보는 사람입니다.

저는 브리콜레르를 또 다른 형태의 '사이 전문가'라고 봅니다. 브리콜레르는 문제와 도구 사이, 지식과 지식 사이, 혹은 문제와 문제 사이에서 자신이 가진 전문성과, 상황에 직면한 또 다른 사람의 전문성을 적극적으로 대입하며 새로운 해법을 모색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에게 없는 지식을 타인의 지식과 융합하고 재창조해 나갑니다.
즉, 브리콜레르는 융합형 인재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사이 전문가는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보유한 전문성과 더불어 다른 사람의 전문성, 그리고 주어진 상황에서 가용할 수 있는 도구들을 활용하여 목적을 달성해 나갑니다.

주가드: 인도 CEO들의 성공 비결

인도에는 브리콜레르와 정확히 일치하는 '주가드'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노키아의 라지브 수리 등 인도 출신 CEO들의 공통점이 바로 이 주가드입니다. 유별나게 인도 출신 CEO들이 컨설팅 업계를 비롯해서 세계 굴지의 대기업의 CEO가 된 원동력이 바로 주가드입니다.
주가드는 힌디어로 즉흥적이고 대담하게 기발한 해결책을 주어진 문제 상황에 따라서 변형 적용할 수 있는 임기응변 능력을 말합니다. 기존의 매뉴얼이나 성공 사례에 고착하지 않고, 그 문제 상황을 자유롭게 해석하고 다양한 도구들을 자유롭게 적용하면서 위기를 탈출하는 능력입니다.


스트릿 스마트 vs 북 스마트

브리콜레르를 전문용어로 '스트릿 스마트'라고 합니다. 보통의 지식인들은 '북 스마트', 즉 책상 똑똑이입니다. 책상 똑똑이는 다른 말로 재수 없는 전문가입니다. 전문가이고 천재이며 머리는 스마트한데 가슴이 따뜻하지 않은 전문가를 재수 없는 천재라고 합니다. 이는 책상에서 다른 사람의 고통과 경험을 직접 체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스트릿 스마트는 바로 브리콜레르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길거리에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스마트해진 체험적 지혜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실천적 지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브리콜레르입니다.


마치며

호모 디페랑스(사이 전문가), 브리콜레르, 주가드 - 이 세 가지 개념은 모두 우리 사회가 앞으로 길러내야 할 미래의 바람직한 인재상의 가장 적절한 모습입니다. 이들은 차이를 인정하고 융합하며, 현실적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실천적 지혜의 소유자들입니다.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진정한 전문가는 바로 이런 사이 전문가들이 될 것입니다.


Created by 유영만 TV
CC BY 라이선스 / 교정 SENTENCIFY / 편집자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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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꼴레르: 세상을 지배할 지식인의 새 이름
세상이 원하고, 당신이 되어야 할 인재상! 세상을 지배할 ‘지식인’의 새 이름『브리꼴레르』.《체인지》,《생각지도 못한 생각지도》등 다수의 저작을 집필하고, 평범한 일상에서 평범하지 않은 일탈을 꿈꾸는 지식생태학자 유영만이 ‘브리꼴레르’ 개념에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창한 ‘아레테’의 개념을 결합해 우리 시대의 새로운 인재상을 제시하였다. ‘손재주꾼’으로 번역되는 브리꼴레르는 보잘것 없는 판자조각, 돌멩이나 못쓰게 된 톱이나 망칭를 가지고 쓸 만한 집 한 채를 거뜬히 지어내는 사람을 지칭한다. 이 책은 브리꼴레르는 어떤 사람이며, 어떻게 될 수 있는지 설명하고, 저자의 전공분야인 교육분야는 물론 문학, 인류학, 사회학, 심리학의 경계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브리꼴레르가 왜 필요한지, 어떻게 하면 브레꼴레르가 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이 책은 분야 간의 ‘차이’를 ‘지식’으로 만드는 융합형 인재이자 ‘역경’을 ‘경력’으로 만드는 야생적 사고의 소유자,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 다양한 ‘현답’을 찾는 실천적 지식인, 브리꼴레르가 되는 노하우를 소개한 책이다. 브리꼴레르가 되기 위한 방법론을 찾기 위해 삼단논법을 변형하고, 철학자 들뢰즈와 데리다의 노마디즘, 리좀과 차연이라는 개념을 접목하여 쉽게 풀어냈다.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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