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는 왜 낯선소리에 예민 보스가 될까요? 😡 l 강아지가 바라보는 세상 l 설채현 행동학 수의사
📌 먼치 POINT
강아지는 사람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합니다.
색상은 적록색맹 수준으로 구분하고, 동체시력과 야간시력, 청각, 후각은 사람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하지만 자극에 예민하고 맥락 파악이 어려워 불안을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유전적 성향과 사회화 경험에 따라 환경 적응력이 크게 달라지며, 자폐인의 감각 체계와 유사하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따라서 강아지의 감각과 성향을 이해하고 맞춤형 관리가 필요합니다.
들어가기 전에
안녕하세요. 설채현 행동학수의사입니다.
이번에는 많은 보호자분들이 궁금해하시면서도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간과하고 있는 주제를 다뤄보겠습니다.
바로 우리 아이들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강아지들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눈과 감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 비로소 진짜 소통이 시작됩니다.
강아지 시각에 대한 팩트체크
🚦 적록색맹과 넓은 시야각
많은 분들이 강아지들을 완전한 색맹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강아지들이 세상을 흑백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정확히는 '적록색맹'입니다. 사람은 7가지 색상의 스펙트럼을 가지지만, 강아지들은 노란색과 파란색의 스펙트럼을 가집니다. 적색과 녹색을 구별하지 못하고 모든 색을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인식하며, 때로는 흐릿하게 보입니다.
그렇다면 맹인 안내견들은 신호등을 어떻게 구분할까요? 바로 위치로 구분합니다. 실제로 신호등의 색깔은 구별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강아지들은 사람보다 시야각이 넓습니다. 사람의 시야각이 약 180도라면, 강아지들은 눈이 약간 옆쪽에 달려 있어 사람보다 더 넓은 범위를 볼 수 있습니다. 뒤쪽까지도 어느정도 보이기 때문에 뒤에서 살짝 움직여도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강아지들은 근시입니다. 가까운 것은 잘 보지만 멀리 있는 것은 잘 보지 못합니다.
👀 뛰어난 동체시력과 야간시력
강아지들의 시각이 사람보다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닙니다. 두 가지 뛰어난 능력이 있습니다. 첫째는 동체시력으로, 움직이는 것에 매우 예민합니다. 멀리서 잘 보이지 않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무언가를 발견하면, 그것이 개인지 사람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자극받아서 뛰쳐나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둘째는 어두운 곳에서의 시력입니다. 강아지들은 눈 뒤쪽에 반사판을 가지고 있어 빛을 한 번 더 반사시켜 활용합니다. 어두운 곳에서는 동공이 확대되어 더 많은 빛을 받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갑자기 헤드라이트 같은 강한 빛이 들어오면 동공 축소가 늦어지고 반사판 때문에 빛을 과도하게 받아 화이트아웃 현상이 발생하여 로드킬을 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 뛰어난 청각과 후각 능력
강아지들은 사람보다 청각이 뛰어나 소리에 더 민감합니다. 가청 주파수 범위도 사람보다 넓어서 사람이 듣지 못하는 소리, 특히 초고주파 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소리들을 모두 듣고 있다는 뜻입니다.
후각적으로는 사람보다 100만 배에서 많게는 1억 배까지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은 시각적인 동물이지만 개들은 후각적인 동물입니다. 냄새로 자아 인지가 가능할 정도입니다. 사람이 자신의 소변 냄새만으로 본인 것인지 구별할 수 없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입니다.
이처럼 감각이 다른 동물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런 차이점을 이해해야만 반려견을 제대로 이해하고 서로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환경 적응력을 결정하는 요소
강아지마다 환경에 쉽게 적응하는 개체가 있는 반면,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개체도 있습니다. 이 차이는 천차만별입니다.
현재 우리가 사는 사회는 원래 개들이 사는 사회가 아닙니다. 점점 진화하고 사람에 맞게 변해가고 있지만, 그 편차가 상당히 큽니다. 이러한 사회 적응에는 두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개들은 모두 똑같이 태어나지 않습니다. 사람처럼 유전적으로 모두 다르게 태어납니다. 불안과 두려움, 공포심이 강한 개체가 있는 반면, 이런 감정들과는 거리가 먼 채로 태어나는 개체들도 있습니다. 유전적으로 적응력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5개월 이전에 만나보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는 생존을 위해 불안하고 두려워해야만 살 수 있습니다. 정체를 모르는 대상에게 친근한 표현을 했다가 잡아먹히거나 다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모든 것을 좋아하는 유전자를 가진 개체들은 생존 확률이 낮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3개월 동안 100명의 사람, 100개의 장소, 100마리의 강아지를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렸을 때 다양한 경험을 하면 '세상은 괜찮은 곳'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어 어디를 가도 재미있어하는 적응력이 생깁니다.
반대로 5개월까지 접종이 끝날 때까지 집 안과 가족들만 경험한 강아지는 집과 가족 이외에는 모든 것을 무섭고 불안하게 생각해야 생존 확률이 높아집니다. 특히 유전적으로 불안과 두려움을 더 많이 타고났다면 적응력 차이가 더욱 크게 나타납니다.
🐶 강아지가 바라보는 세상의 특징
강아지가 바라보는 세상을 이해하려면 '맥락'이라는 개념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사람은 맥락을 파악하면서 상황을 인지하지만, 강아지들은 그 맥락을 모릅니다.
산책을 많이 못 가보거나 자동차를 많이 타보지 못한 강아지가 갑자기 보호자와 함께 자동차를 타게 되면,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상황 자체만으로도 불안해할 수 있습니다. 맥락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보다 훨씬 더 불안하고 세상을 무섭게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특징은 자극에 훨씬 더 민감하다는 것입니다. 동체시력이 뛰어나고 청각도 사람보다 10배에서 15배 강하며, 우리가 듣지 못하는 소리도 듣습니다. 후각은 100만 배에서 1억 배까지 뛰어납니다. 하지만 왜 그런 소리가 나고, 왜 그런 것이 눈앞에 있으며, 왜 그런 냄새가 나는지 맥락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 자폐인과 동물의 유사한 세계 인식
강아지뿐만 아니라 동물이 보는 세상은 사람 중에서 자폐인과 가장 유사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템플 그랜딘 교수는 동물학 교수이면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모델이기도 합니다. 변호사는 아니지만 자폐를 극복하고 교수가 된 분입니다.
그분의 저서 『동물과의 대화』에는 이런 문구가 나옵니다.
"동물과 자폐인은 사물에 대한 자신의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보이는 그대로만 볼 뿐이다. 자폐인은 세상을 이루는 작은 것 하나하나를 보지만, 일반인들의 눈에는 그 작은 것 하나하나가 흐릿하게 하나가 되어 일반화된 개념의 세계로 보인다."
즉, 동물과 자폐인이 보는 세상이 비슷하며, 많은 자극들을 맥락 없이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오토바이가 지나갈 때 우리는 '배달 음식을 주문했구나, 저 오토바이에서 엔진 소리가 나는 거야'라고 이해합니다.
하지만 강아지들에게는 어느 정도 큰 물체가 공격적이고 낮은 소리를 아주 크게 내면서 아주 빠르게 지나가는 것으로만 보입니다. 우리가 무서워하지 않는 이유는 그 이유를 알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속 우영우가 길거리에서 귀마개를 끼고 다니는 것처럼, 우리에게는 중요하지 않아서 필터링되어 잘 들리지 않는 차 소리나 사람들 소리가 자폐인과 동물들에게는 하나하나 그대로 강한 자극으로 전달됩니다.
우영우가 스킨십을 힘들어하는 것처럼요. 자폐인들이 스킨십을 어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피부에 전달되는 자극 하나하나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게 뇌에 자극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 자극이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 성향에 따른 맞춤 관리법
강아지마다 성향이 다릅니다. 유전적으로 불안이나 두려움이 적고 사회화도 잘 된 강아지들은 새로운 공간에 가는 것을 즐거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강아지들은 새로운 공간이 오히려 무서운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적응력이 높은 강아지들은 새로운 공간을 재미있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적응력이 낮은 강아지들은 매일 비슷한 곳을 가는 것이 오히려 더 재미있고 마음의 평온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불안이 많고 두려움이 큰 강아지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예측 불가능성입니다. 분리불안도 보호자가 나갔을 때 언제 돌아올지 예측하지 못하는 불안감에서 비롯됩니다.
불안이 많은 강아지는 밖에 나가서도 잘 걷지 않으려 하거나, 특정 소리가 나면 집으로 돌아가려 하는 등 산책을 수월하게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런 강아지들은 산책로를 계속 바꾸는 것보다 매번 똑같은 산책로를 다니는 것이 좋습니다.
산책로에 익숙해지면 그 경로 중간중간에 새로운 포인트를 정해서 잠깐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루틴을 만들어 예측 가능성을 심어주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마무리하며
우리가 보는 세상과 우리 반려견들이 보는 세상은 완전히 다릅니다. 우리가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 강아지들이 정말 힘들어서 표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쁜 행동을 한다며 나쁜 아이라는 낙인을 찍어버릴 수 있습니다.
보호자분들이 우리 반려견들이 세상을 보는 방법을 꼭 이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 반려견들이 바라보는 세상에서 주인공은 바로 우리 보호자라는 사실입니다.
Created by 설채현의 놀로와
CC BY 라이선스 / 교정 SENTENCIFY / 편집자 최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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