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로스 극복 방법, 이렇게 해보세요. l 펫로스 증후군 l 설채현 행동학 수의사
📌 먼치 POINT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후의 슬픔은 단순히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치유되지 않습니다.
애도는 일상을 조금씩 회복해가는 과정이며, 웃고 살아가는 것도 자연스러운 회복의 일부입니다.
명상, 글쓰기, 비슷한 경험자들과의 만남은 애도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무엇보다 스스로를 돌보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사별 전 준비 역시 후회를 줄이고 남은 시간을 소중히 보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애도는 ‘잊는 것’이 아니라 ‘잘 기억하는 법’을 배우는 여정입니다.
들어가기 전에
무지개 다리 건너편에서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행복하게 살다가 자기를 만나러 와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하더라도, 사별 후 찾아오는 깊은 슬픔을 우리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임상심리 전문가와 함께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알아보겠습니다.
펫로스의 현실
많은 분들이 사별을 경험하고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바람직한 방법이 있는지 궁금해합니다.
실제 통계를 보면, 미국에서는 한 사람이 평생 동안 키우는 반려동물의 수가 2.5마리에서 3마리 정도인 반면, 우리나라는 한 마리가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이 차이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펫로스에 대한 슬픔과 극복 방법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는 것에 의지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기는 하지만, 그냥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좋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 시간 동안 어떤 애도의 과정들이 일어나고 본인 스스로도 노력을 하기 때문에 나아지는 것입니다.
애도할 힘을 기르는 방법
많은 분들이 사별 이후 일상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자기 자신을 너무 돌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굉장히 괴로워지고, "내가 내보내고 어떻게 밥을 먹을 수가 있어"라는 생각까지 들어 식사도 거르게 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컨트롤할 수 있는 슬픔과 감정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루틴을 그래도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나가지 않더라도 아침에는 꼭 샤워도 하고 나갈 준비를 한 것처럼 옷을 입고, 하루에 10분 정도라도 산책하면서 햇빛도 쬐어보는 루틴을 만들어서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거기서 우리가 애도할 힘을 얻고 다시 애도하는 과정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회복 과정에서의 죄책감 극복하기
사별 이후 회복의 어느 한 지점에서 문득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그 순간 깊은 죄책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빨리 웃어도 되는 걸까?”, “내가 괜찮아지는 게 아이를 잊는 일은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 밀려옵니다.
하지만 애도란 단지 오랜 시간 슬픔 속에 머무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애도의 본질은, 그 존재를 떠나보낸 뒤에도 살아내는 방법을 스스로에게 가르쳐주는 과정입니다. 다시 말해, 시간이 지나며 점차 괜찮아지고 일상에 적응해 나가는 것 또한 애도의 일부이며, 건강한 애도의 한 모습입니다.
만약 애도가 슬픔과 무기력 속에만 머물러야 하는 것이라면, 인류는 이미 오래전에 감정의 무게에 짓눌려 멸종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야말로, 우리가 다시 웃고,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러니 웃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을 때 느껴지는 복잡한 감정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며, 그 감정에 너무 죄책감을 갖기보다는 ‘이 또한 애도의 일부’라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효과적인 애도 방법들
🕯️ 명상
사별 초기에는 감정이 너무 날 것이라 말로 표현하기조차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이 시기에는 명상과 호흡을 활용해 감정의 파도를 잠시 진정시켜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울컥울컥 올라오는 감정들을 억누르려 하기보다는, 잠시 멈추어 조용히 들여다보는 시간—예를 들어 심호흡이나 짧은 호흡 명상—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감정의 격류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 글쓰기
시간이 조금 지나고, 감정이 이전보다 한결 가라앉았다면, 자신이 경험한 감정과 기억을 글로 정리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서, 마음속에 얽혀 있는 슬픔과 미안함, 그리고 여전히 남아 있는 사랑의 감정을 하나하나 풀어내는 과정이 됩니다. 반려동물에 대한 기억을 글로 남기고, 때로는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어떤 감정이든 솔직하게 적어보는 것 자체가 회복의 발판이 되며, 이를 통해 ‘잊는 것’이 아닌 ‘잘 기억하는 법’을 배워나갈 수 있습니다.
💬 같은 경험자들과의 만남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과의 만남은 깊은 위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려동물을 먼저 떠나보낸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나는 이렇게 보냈고 이렇게 극복했다”는 이야기를 서로 나누는 것만으로도 감정적으로 큰 지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비슷한 상실의 아픔을 겪어본 사람들과의 공감은, 때로는 어떤 위로의 말보다 더 깊은 위안이 되곤 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털어놓았을 때,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나도 그랬어요”라고 말해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구석이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일방적인 조언보다는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나만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게 아니었구나"라는 안도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눈물을 흘려도 괜찮고, 아무 말 없이 함께 있어도 괜찮은 그 자리는, 상실의 시간을 함께 견디는 안전한 공간이 되어줍니다.
다만, 모든 사람에게 이런 만남이 편안한 방식은 아닐 수 있습니다. 타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부담스럽게 느끼거나, 비슷한 경험이라 해도 나이 차이, 사별의 원인, 관계의 밀도 등이 다를 경우 오히려 위축되거나 소외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럴 땐 억지로 사람들과 어울리려 하기보다는, 전문적인 상담자와 1:1로 이야기 나누는 방식이 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맞는 애도의 방식을 찾아가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어떻게’보다는 ‘나답게’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사별 전 미리 준비하는 방법
노견을 키우거나 아픈 아이들을 키우는 분들을 위한 사전 대처 방법도 있습니다.
일단, 내 아이가 떠날 것이라는 것을 조금은 인정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합니다. 거기서부터 시작이 되어야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내가 후회할 것들에 대한 리스트를 만들어보고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별에 대해서 미리 대처하는 것은 걱정하고 불안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남은 시간을 더 행복하고 뜻깊게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마무리하며
애도를 하는 방법을 전부 다 알려드리지는 못했지만, 어떻게 방향성을 잡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힘들었던 기억들을 다 없애고 행복한 기억들만 남길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행복했던 기억들과 힘들었던 기억들을 전부 안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무지개다리 건너에서,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행복하게 살다가 자기를 만나러 와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아이가 그렇게 바라고 있는데 내가 계속 슬퍼하고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애도를 잘 해나가면서 일상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을 아이도 바라고 있으니까, 나도 그렇게 노력해 보겠다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옆에 있는 반려동물과 더 행복하고 소중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Created by 설채현의 놀로와
CC BY 라이선스 / 교정 SENTENCIFY / 편집자 최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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