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로스, 슬픈 것이 당연합니다. l 펫로스 증후군 l 설채현 행동학 수의사
📌 먼치 POINT
펫로스 증후군은 반려동물과의 이별 후 겪는 깊은 슬픔과 죄책감, 우울, 불안 등 다양한 증상의 복합체입니다.
이는 옥시토신에 기반한 강한 유대감에서 비롯되며, 부모-자녀 관계에 준하는 상실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유난이다”, “바쁘면 잊힌다”는 오해는 슬픔을 더 깊게 만듭니다.
충분한 애도와 감정의 표현, 기념물 활용, 전문 상담 등이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애도는 ‘나약함’이 아닌 ‘자기 돌봄’의 용기입니다.
들어가기 전에
반려인이라면 외면하고 싶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실, 바로 펫로스 증후군입니다.
펫로스에 대해서 가장 힘든 점 중 하나는 "유난 떤다"는 사회적 시선입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오해입니다.
오늘은 펫로스 상담센터를 운영하는 임상심리 전문가 조지훈 선생님과 함께 펫로스 증후군에 대해 정확히 알아보고, 펫로스 증후군에 대한 잘못된 오해들을 바로잡아보겠습니다.
펫로스 증후군이란 무엇인가?
펫로스 증후군은 특정한 진단명이 아닌, 다양한 증상들의 집합체입니다. 일반적인 사별 반응처럼 죄책감을 경험할 수도 있고, 우울감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또한 수면 문제 같은 것들도 발생하며, 여러 가지 증상들을 복합적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이는 단순히 감정적인 어려움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체적 증상들도 나타납니다. 식욕 감퇴, 무기력감이 심해지고, 때로는 애도와 관련된 극단적인 생각들까지 하게 되기도 합니다. 견디기 힘든 감정들이 올라오면서 공황 발작처럼 숨쉬기가 어렵고 답답하며,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들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 상실이 특별히 힘든 과학적 이유
반려동물 상실이 유독 힘든 이유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과 관련이 깊습니다. 이 호르몬은 반려동물과 보호자의 유대감을 강화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반려동물은 반려인에게 애착 행동을 더 많이 유발하게끔 행동하며, 이는 부모-자녀 관계와 매우 유사한 형태를 만들어냅니다. 실제로 우리가 반려동물에게 하는 행동들은 부모-자녀 관계와 굉장히 유사합니다. 목소리 톤부터 달라지죠. "밥 먹었어? 물은 왜 안 먹었어?"라며 말하는 방식과 행동들이 모두 달라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녀를 잃었을 때의 고통과 반려동물을 보냈을 때의 고통이 매우 유사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반려동물들은 말을 할 수 없어서 어디가 정확히 어떻게 아픈지 설명할 수도 없습니다. 본능적으로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 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 하다 보니, 보호자는 아픈 신호를 놓치게 되고 이것이 더 큰 죄책감으로 이어집니다.
펫로스에 대한 잘못된 오해들
💔 "유난 떤다"는 사회적 편견
“반려동물이 죽은 걸로 왜 그렇게 힘들어하냐”는 시선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위축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반려동물은 단순한 존재가 아닌, 일상의 동반자이자 감정을 공유해온 가족과 같은 존재입니다.
어떤 분들은 인간 가족을 떠나보냈을 때보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경험이 더 슬펐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는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누구와의 관계에서 더 깊은 정서적 유대를 맺었느냐에 따라 애도의 깊이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런 감정을 "유난"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오히려 상처를 깊게 만들 수 있습니다.
🗓️ "바쁘게 살면 잊혀진다"는 착각
슬픔을 마주하는 것이 괴롭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바쁜 일상에 자신을 몰아넣습니다. 생각할 틈을 주지 않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믿는 것이죠.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이는 감정을 회피하는 것일 뿐입니다. 눌러둔 감정은 어느 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불쑥 떠올라 더 큰 혼란과 아픔을 남길 수 있습니다.
감정을 마주하는 일은 고통스럽지만, 회복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 "새로운 반려동물을 키우면 된다"는 조언
사별 후 허전함과 그리움에 같은 품종, 같은 모습의 반려동물을 곧바로 입양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전 아이에 대한 그리움을 덮으려는 마음으로 새로운 아이를 맞이하면, 자칫 이전 아이와 비교하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에 실망하며 더 큰 상실감을 겪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반려동물은 과거의 아이를 대체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전혀 다른 개체로서 받아들여야 합니다.
충분한 애도 기간을 거친 후, 마음의 준비가 되었을 때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함께 맞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들
🕯️ 충분한 애도 과정 거치기
그리운 마음을 달래는 방법으로, 아이와 닮은 인형이나 기념품을 곁에 두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아이의 사진이 담긴 액자를 만들거나, 이름을 새긴 소품을 만들어두는 것도 공허함을 채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로 집착으로 이어지거나, 반복적인 소비로 이어진다면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결국 애도란 ‘슬픔을 억누르지 않고 마주하는 용기’에서 시작됩니다. 누구보다 소중했던 존재를 떠나보낸 슬픔을 충분히 느끼고, 때로는 울고, 때로는 그리워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애도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정도면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주변의 시선이나 스스로에 대한 압박은 오히려 회복을 더디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애도에는 정해진 시간표가 없습니다. 한 사람, 한 감정, 한 그리움마다 모두 다른 속도를 가지기 때문에, 억지로 극복하려 하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에 진심으로 머물러보는 시간이 치유의 시작이 됩니다.
👩⚕️ 전문적 도움 받기
펫로스 증후군뿐 아니라 대부분의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해 여전히 존재하는 큰 오해는 “정신과 치료는 나약한 사람이나 받는 것”이라는 편견입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며, 매우 위험한 인식입니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삶의 일부가 사라지는 경험’이며, 그 슬픔은 결코 작거나 사소한 것이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하고 참고만 있다 보면, 오히려 그 슬픔이 마음속 깊이 뿌리내려 일상 전체를 뒤흔들 수 있습니다.
불면, 식욕 저하, 무기력, 사회적 고립 등의 증상이 지속된다면 결코 혼자 견디려 하지 마세요. 전문가의 도움은 슬픔을 없애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슬픔과 건강하게 공존하는 방법을 찾는 데 있습니다. 상담을 받는다는 것은 나약함의 표현이 아니라, 나를 제대로 돌보겠다는 성숙한 태도입니다.
감정이 무너진 채로 삶을 이어가는 것보다, 도움을 받아 스스로를 회복시키는 것이 훨씬 더 용기 있는 선택입니다.
마무리하며
펫로스는 단순한 슬픔이 아닙니다. 반려인 스스로도 이것이 큰 심리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펫로스를 경험하지 않은 분들도 이를 단순한 슬픔이 아닌 심각한 고통으로 이해하고 공감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에는 반려동물과의 사별을 어떻게 극복하고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펫로스는 충분히 슬퍼할 만한 일이며, 도움을 받을 만한 일임을 기억하세요.
Created by 설채현의 놀로와
CC BY 라이선스 / 교정 SENTENCIFY / 편집자 최선화
설채현의 놀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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